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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성공한 특검'의 질문 "남욱, 왜 진술 바꿨나"

[박영수 전 특검 공판 현장] 양재식 전 특검보 측 "검찰의 적극적 요구 때문 아니냐" 의문 제기

등록 2024.01.11 17:50수정 2024.01.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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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관련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남욱 변호가 지난해 3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소위 '대장동 50억 클럽' 관련 혐의로 기소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재판에서 함께 기소된 양재식 전 특검보의 변호인이 증인석에 선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의 증언에 대해 "검찰의 적극적 요구"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 또는 '거래' 등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그런 취지다. 헌정 사상 가장 성공한 특검으로 평가받았던 두 전직 검사가 검찰 후배들의 수사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남 변호사는 헛웃음을 지어 보이며 "(양 전 특검보 측이) 무슨 취지로 질문하는지 안다"면서 "우려하시는 그런 상황은 없었다"라고 일축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는 박 전 특검과 양 전 특검보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수재) 등 혐의 재판에 지난 기일에 이어 다시 남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렀다. 반대 신문을 진행한 양 전 특검보 변호인은 반복적으로 "진술 내용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지" 물으며 "증인 구속 이후에 (검찰에서) 박영수와 곽상도와 관련된 진술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서 그런 것 아니냐"라고 추궁했다.

변호인 신문 도중에 검찰은 "이의 있다"며 "변호인이 반복적으로 질문을 가둬서 하고 있다. 증인의 생각을 묻고 있다"고 재판부에 제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남 변호사는 5회 조사까지는 3억이라는 금액은 물론 현금을 전달했다는 진술 자체가 없었지만 구속 상태에서 풀려난 이후부터 검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

- 양재식 전 특검보 변호인 "증인(남욱 변호사)은 2022년 9월부터 진술 방향이 바뀌었다. 맞나?"
- 남욱 "방향이 바뀐 건 아니고 그때부터 대부분 사실대로 말한 거다. 10월 넘어가면서부터다."

- 변호인 "유동규가 진술을 번복한 시점과 일치한다. 하필 유동규도 그때부터 진술이 바뀌었다. 이유를 아느냐?"
- 남욱 "아는 거 없다."


- 변호인 "이 무렵부터 변호인 입회 없이 조사받지 않았나?"
- 남욱 "그렇다."


남 변호사는 자신이 진술을 바꾼 이유에 대해 "당시 재수사가 이뤄지면서 조사받으러 갔던 시점은 이미 대부분의 수사가 많이 이뤄져서 내가 부인을 하거나 이럴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며 "이렇게까지 시끄러워진 상황에서 어쨌든 내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제일 컸다. 그럼에도 억울한 부분은 내가 스스로 해명 내지 설명을 해야 하지는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 없이 검찰 조사 받았다는 남욱 "우려하는 그런 상황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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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양재식 전 특검보가 지난해 6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양 전 특검보 변호인은 지난 기일 남 변호사가 증언한 '현금 3억 원 전달'에 대해서 "일시와 장소 등이 불분명하다"면서 진술의 신빙성 문제를 제기했다(관련기사 : 남욱 "2014년 11~12월 세차례 박영수 측에 3억 줘" https://omn.kr/26re5).

- 변호인 "(박영수 전 특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증인을 불러서 면담했다. 이후 세 차례로 (돈을 건넨) 횟수가 특정됐다. 워크숍, 선거 캠프, 법무법인 OO 등이다. 그런데 일시와 장소, 금액을 특정하면서도 막상 언제 얼마를 교부했는지는 (조서에) 기재가 안됐다. 검찰에서 진술 못한 거 아니냐?"
- 남욱 "워크숍 주차장과 사무실 등에서 전달한 것은 말했다. (OO 리조트) 주차장 이야기는 처음부터 했다. (조서에) 담긴 내용은 자세히 모르겠는데, 주차장이 어두웠다는 건 면담 처음부터 검사님한테 말했다."

- 변호인 "(면담 당시) 속기사는 있었나?"
- 남욱 "없었다."

- 변호인 "(워크숍 진행한) 리조트가 넓은데 구체적인 장소를 주차장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조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게 납득이 안된다."
- 남욱 "나한테 물어보면 내가 뭐라고 답해야 하나? 양평 OO콘도(리조트)가 낡아서 주차장 가로등이 꺼진 곳도 있고 어두웠다."


남 변호사는 "당시 장면이 기억났던 것이지 날짜가 정확하게 기억났던 것은 아니었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보고 날짜를 특정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4일 진행된 공판에서 남 변호사는 "2014년 11~12월 세 차례에 걸쳐 쇼핑백에 담아 법무법인 OO 사무실과 경기도 양평 OO리조트, 박영수 전 특검 선거캠프에서 한 차례씩 양재식 변호사에게 돈을 준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박 전 특검 측에 3억 원을 건넨 정황을 진술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5년 대한변협 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남욱 등으로부터 현금 3억 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또 우리은행의 컨소시엄 참여와 PF 대출용 여신의향서 발급 등의 대가로 박 전 특검이 향후 50억 원을 약속받았고, 실제 5억 원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일을 1월 18일로 잡았다.
#남욱 #양재식 #박영수 #대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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