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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효과? 박근혜-김종인과 이렇게 다르다

출범 2주 넘었지만 '정권심판론' 우세 여전... 역대 성공한 비대위와 비교해보니

등록 2024.01.14 12:11수정 2024.01.1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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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사무처당직자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어느덧 출범 2주를 넘겼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51%)이 정권지원론(35%)을 크게 앞서, '여당 구원투수'로서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훈 비대위'는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별다른 혁신을 이루지 못한 채 마무리되고, '김건희 리스크'로 윤석열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출범했다. 

한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을 내세웠다. 하지만 정작 당이 비상상황에 처한 원인에 대한 반성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김건희 특검법'에 확실한 거부 의사를 표명해 윤 대통령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한 위원장이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나섰지만 이미 사퇴한 민경우 전 비대위원을 포함, 여러 구설수도 끊이질 않는다. '새로운선택', '개혁신당' 등 제3지대 세력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한동훈 비대위는 그 방향마저 뚜렷하지 않다.

성공한 비대위의 공통점은 반성과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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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7일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취임 인사차 방문을 기다리던 도중 취재기자들의 수많은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 유성호


과거 성공한 비대위들의 사례를 보면 한동훈 비대위와의 차이점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박근혜 비대위의 경우 재보궐 참패로 홍준표 지도부가 물러나면서 등장,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횡행했던 2012년 총선에서 여당을 이끌어 압승했다. 강서구 보궐선거 참패 이후 흔들리다가 당 혁신위의 지도부 험지 출마 및 불출마 요구에 불응한 김기현 대표가 물러나며 등장한 한동훈 비대위와 가장 흡사하다. 정권 심판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총선을 준비하는 점 역시 동일하다.

하지만 박근혜 비대위와 한동훈 비대위는 가장 중요한 점이 다르다. 바로 현 정권과의 '거리두기'다. 박근혜 비대위는 당명과 로고를 바꾸고 중도확장을 위해 이명박 정부의 낙수효과와 대비되는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당의 정강·정책까지 개편했다.

당시 박근혜 위원장은 "과거 잘못과 완전히 단절하겠다"면서 "인위적인 결별이 아니라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내세웠다. "현 정부에서 경제지표는 좋아졌지만 국민의 삶은 그렇지 않다. 소통도 그렇고 양극화도 심화했다"고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며 박근혜 비대위는 현 정권과는 다르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물론 이는 박근혜와 한동훈이라는 비대위를 구성하는 인물의 면면이 태생부터 달랐기에 가능한 측면도 있었다. 박근혜 위원장은 이전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던 인물이었기에 정권에 대한 비판에 비교적 자유로웠고 정권심판론과도 비교적 거리가 멀었다. 반면 한동훈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른팔'임을 모르는 이가 없고 정권의 초대 법무부장관으로서 정권심판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몸이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라는 점을 한동훈 비대위의 단점으로만 볼 수 없다. 한동훈 비대위가 예상을 뒤엎고 정권심판론에 철저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윤 정부를 향해 합리적인 비판을 하는 순간 한 위원장은 '윤석열 아바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고 반성의 효과도 더욱 커진다. 이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이 한 위원장을 향해 계속해서 조언하는 바이기도 하다.

무릎 꿇고 당명까지 바꾼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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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9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당 관계자들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6년 총선에서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을 이끌었던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 역시 한동훈 비대위와 달랐다. 당시 정청래, 이해찬 등 친노 계열의 공천 배제를 추진했다. 민주당 내부와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과적으로 중도 외연 확장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문재인 전 대표는 사실상의 친노계 '숙청'에 "우리 당이 확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며 김종인 위원장을 두둔했다. 현재의 한동훈 비대위가 당시의 김종인 비대위처럼 친윤 계열의 공천을 배제할 수 있을까. 친윤 핵심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은 물론 공천관리위원에 임명된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김종인 위원장은 2020년에는 총선에 대패한 미래통합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아 2021년 4·7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광주 5·18 국립묘지를 방문해 전두환 정권 시절 국보위 참가 전력과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의 5·18 망언에 대해 무릎 꿇고 사죄했다.

이후 김종인 비대위는 5·18민주화운동을 포함시키는 새로운 정강·정책와 함께 당명도 바꾸며 쇄신을 강조했다.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와 박근혜씨에 대해서도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잘못을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반면 한동훈 위원장의 '반성'은 취임사 중반부, "함께 냉정하게 반성합시다" 정도다. 이마저도 "당대표가 일주일에 세번 네번씩 중대범죄로 형사재판받는 초현실적인 민주당인데도 왜 국민의힘이 압도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 위 기사 속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조사해 12일 발표한 것.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동훈 #비대위 #박근혜 #김종인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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