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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제목에 '그 이름'을 꼭 써야 할까요?

[주징] 연예인 후광으로 조회수를 높이려는 꼼수는 이제 그만

등록 2024.01.15 09:57수정 2024.02.1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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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관련 사건 사고를 다룰 때 더 세밀한 보도 지침이 필요하다. ⓒ Pixabay



최근 2천여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배우 이선균씨를 죽음으로 내몬 수사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발맞추어 대중들의 관심은 연예인 관련 기사 보도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로까지 확대되었다. 이번 기회에 개선된 보도지침이 정립되기를 요구하는 여론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온 애도 메시지 중엔 자극적인 기사에 조회수를 높여준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는 내용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더 이상 억울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성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이번 진통을 겪으며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사회로 거듭날 수 있기를 모두가 희망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일각에선 자정을 위한 노력은커녕 연예인 이름을 넣은 뉴스 제목으로 조회수 높이기에 급급한 모습들이 눈에 띄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경매로 넘어간 그 집에 누가 살았는지 '안물안궁'

1월 14일 자 뉴스 포털 메인 화면을 훑어보다가 모 유명 가수가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경매가가 70억 원 대에 달할 만큼 고가의 아파트이기에 부동산에 관심 있는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기사였다.

요즘 부동산 대출 PF 관련 문제로 건설 경기가 불안한 탓에 나라 경제가 살얼음판이라는 인식 때문에 나 역시 그 기사에 관심이 갔다. 본 경매 소식이 부동산 경기 실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사인지 궁금하여 클릭해서 정독해 보았다. 그러나 관련 기사들을 탐독하여 보니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일단 경매 진행 건수나 낙찰률, 혹은 낙찰가율 등의 증감 추이 같은 자료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고, 기사에서 실명이 거론되고 있는 가수는 해당 건의 채무자도 채권자도 아니었다. 그는 단지 소속사가 제공한 그 집에서 잠시 거주했을 가능성이 있을 뿐이었고, 이마저도 확인된 바 없었다. 정황이 이런데도 꼭 그의 실명을 붙여 기사를 작성해야만 했을까?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넘쳐나는 황당 보도 사례

이와 유사한 황당 보도 사례는 넘쳐난다. 불과 석 달 전인 지난 해 10월에는 모 유명 배우가 타고 있던 승합차가 경운기와 추돌한 사고 뉴스가 있었다. 해당 사건으로 쏟아진 기사들 역시 정독을 해 나가다 보면 실소가 터질 지경이었다.

그 배우는 사고 차량에 동승하고 있었을 뿐 운전자가 아니었다. 사고를 낸 당사자가 아닌데도 실명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사에 드러난 것이 비단 그의 실명뿐이었다면 차라리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사는 실명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그의 이목구비가 뚜렷이 찍힌 사진까지 자료로 제시하고 있었다. 기사를 읽는 독자들 중에 혹시나 그 배우가 누구인지 이름만으로 떠올리기 어려워할까 봐 그랬던 걸까. 바로 이런 걸 '쓸데없는 친절'이라고 한다는 걸 해당 언론사는 정녕 모르는 걸까.

누군가 가볍게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게 방치해선 곤란하다. 이름과 얼굴이 대중에게 알려졌다는 이유로 관련도 없는 온갖 기사에까지 오르내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언론은 하루 속히 더 세밀한 보도지침을 마련해 시민들이 보다 깨끗하고 정확한 뉴스를 볼 권리를 보장해 달라. 
#보도지침 #실명언급 #연예인 #인터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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