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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트라우마 겪는 거제 노동자들, 힘들 땐 이곳으로 오세요"

[인터뷰] 강승완 거제직업트라우마센터 센터장

등록 2024.01.15 12:26수정 2024.01.1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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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Trauma)는 현대인에게 흔한 정신건강질환으로 심각한 사건을 경험하게 된 후 공포감을 느끼고 정신적인 외상을 입은 상태를 말한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공포와 극심한 긴장상태로 고통받는 것은 물론 여러 신체증상도 생길 수 있다. 흔히 피로감·두통·소화불량·식욕부진·손발저림 등을 호소하거나 걱정·원망·슬픔 등 다양한 감정도 경험할 수 있다.

거제에도 조선소 현장에서 경험한 각종 사고 등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는 노동자들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10월 지역 조선소 노동자가 겪는 트라우마에 대한 맞춤형 심리상담으로 노동자의 마음건강과 회복을 지원하는 '거제직업트라우마센터' 개소는 반가운 일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많은 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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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완 거제직업트라우마센터장. @조민정 ⓒ 거제신문


지난 10일, 강승완 거제직업트라우마센터(이하 트라우마센터) 센터장을 만났다. 그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선 마음의 체력이 필요하며, 몸의 근력을 키우듯 심리상담을 통해 마음의 근력을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트라우마가 상담 몇 번으로 치유될 문제는 아니지만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에게 아픈 마음을 함께 이해하고 공유하려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는 그는 지난해 거제시와 대우병원의 협업으로 트라우마센터 유치에 성공하면서 초대 센터장에 앉았다. 트라우마센터장이 되기 전 그는 30여 년간의 공직생활을 했으며, 인생 2막으로 심리상담센터를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센터장 역할을 떠나 거제트라우마센터의 개소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트라우마센터는 주로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가 많다. 전국 14번째, 인구 23만명의 지방 소도시인 거제에서의 트라우마센터 유치는 그만큼 거제에 트라우마센터가 할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트라우마 증상은 신체적 상처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아 과소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또 트라우마 치료가 가능한 기관이 거제에 생겼음에도 아직 홍보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센터 운영을 시작한 지 4개월 남짓 됐다. 그럼에도 트라우마센터가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드물기 때문이다.

거제에는 주로 일터에서 발생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가 많다. 때문에 센터에서는 ▲중대 산업사고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등 충격적인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노동자가 트라우마 증상을 극복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자는 ▲사건을 직접 경험한 피해자 ▲사고를 목격한 사람 ▲1차 피해자의 가족이나 친구 ▲희생자의 유족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이다.

그는 거제의 경우 특히 산재 트라우마를 겪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한다. 산재 트라우마의 경우 사고가 발생한 장소에서 작업이 계속 이뤄지기 때문에 그 기억이 더 오래 남는 특성이 있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사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일을 지속할 수 없게 하는 트라우마를 만들고, 출근을 해도 정상적으로 업무를 할 수 없는 무기력증이 생긴다. 일반적인 사회생활·대인관계·직장생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PTSD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스트레스 완화하는 대처방법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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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완 거제직업트라우마센터장. @조민정 ⓒ 거제신문




센터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은 ▲사고충격에 따른 심리안정 지속관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예방 ▲직·간접사고 피해자의 심리안정 ▲일상 직장생활 복귀 도모 ▲필요 시 전문치료 연계 등이다. 

그는 몸이 아프면 병원에서 진료와 적절한 처방을 받듯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상담을 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 다수가 상담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사회적인 분위기와 타인의 시선 때문에 심리상담센터나 정신과에 가기를 꺼리는 것인데 트라우마센터는 상담내용·개인정보는 철저히 비밀이 보장된 곳인 만큼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면 용기와 시간을 내 방문했으면 한다고 했다. 

다만 트라우마 치료는 몇번의 상담 치료가 아닌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가져야 한다. 또 생계에 지장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산재 트라우마 환자들을 위해 상담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주말상담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트라우마는 예방할 수 없지만 발생 이후 2~3개월 안에 치료하면 빠르게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어 트라우마가 생기면 최대한 빨리 치료받기를 권장했다. 

이와 관련해 센터는 트라우마 발생 시 기업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대처 단체교육 유치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이는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은 트라우마에 따른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대처방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센터는 트라우마 환자를 치료하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길을 알려주며 돌보는 곳"이라면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이 센터를 방문해 낯선 상담사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치료의 첫걸음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부터인 만큼 부담 없이 방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거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거제트라우마센터 #강승완 센터장 #거제직업트라우마센터 #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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