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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고통부'는 제발, 일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18일 국토부 앞 집회... "천혜 자연 허물어 활주로 1개 건설, 참담"

등록 2024.01.18 17:09수정 2024.01.1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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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18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 김병기

 

[환경새뜸] “국토균형발전? 국민 현혹 말라”...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18일 집회 #가덕도신공항 #국토교통부 #생태계파괴 ⓒ 김병기


"우리는 국토교통부를 국토고통부로 부릅니다. '국토고통부'는 제발, 일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18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집회에서 마이크를 쥔 사회자들이 거듭 외친 말이다. 이유가 있었다. 신공항 건설 명분으로 삼았던 2030부산엑스포 유치가 불발됐는데도 예정대로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는 국토부를 성토한 것이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이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100여명의 환경사회단체 활동가, 정의당과 녹색당 등 정당인들이 참석했다.

집회 사회를 맡은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로 2시간 반이면 가는 남한에 공항이 17개가 있다"면서 "10년 전부터 어느 공항이 적자다, 활주로에 고추 말리더라, 주차장에 차가 하도 없어서 운전 연습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는데 또 공항을 짓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29일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오는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 공항건설에 13조 4900억 원을 투입해 대형화물기 이착륙이 가능한 3500m의 활주로를 건설하는 등 심야시간대에도 운영이 자유로운 국제공항으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집회에서 김나희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홍보국장은 "부산 전체가 연약지반인데, 불과 5년 만에 지반을 다져 공항을 짓겠다는 발상 자체가 미친 짓"이라면서 "또, 가덕도신공항과 새만금신공항이 지어진다면 해수면 상승으로 10년 뒤에는 사용할 수 없는 공항이 될 텐데 15조원을 들여서 공항을 짓겠다는 국토교통부, 국토에 고통만 주는 '국토고통부'는 당장 신공항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 이나경 사도요한 수녀는 가독도신공항 반대 행동에 동참한다는 취지의 글을 보내왔고, 멸종반란에서 '바람'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활동가가 이를 대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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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18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 김병기

  
"가덕도에 갔던 그날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크고 작은 섬들을 품은 바다, 그 앞에 우뚝 선 산봉우리들은 한눈에도 다 담기지 않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가덕도에서 돌아서면 보이는 천연기념물 179호로 지정된 낙동강 하구는 개발로 인해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서의 명성은 잃었지만 국내 최대의 철새 도래지 중 하나로 여전히 가치가 큰 곳입니다. 또한 가덕도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수달과 매, 2급 삵과 솔개, 긴꼬리딱새를 비롯해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소쩍새, 솔부엉이, 새매 등이 즐겨 찾아옵니다. 제가 만난 가덕도는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생명의 보고였습니다. (중략)


우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있구나. 닥쳐오는 기후 재앙에 대응하기도 시급한 시대를 역행하여 신공항을 짓겠다는 오만함도 답답하지만 13조 4천억 원 이라는 거대한 예산을 들여 천혜의 자연이 보존된 가덕도를 무참히 파괴하고 성포봉, 남산, 국수봉을 허물며 바다에 수장하면서 고작 활주로 1개를 만들겠다는 공항 건설 계획은 참담하기만 합니다.

이미 가덕도는 신공항 부지 선정 과정에서 낙제점을 받았음에도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되었고, 육지 해양을 잇는 계획안에 포함된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졸속으로 시행되었습니다. 가덕도의 상괭이가 사라질 때, 가덕도의 동백나무 숲이 파괴될 때, 가덕도의 국수봉이 바닷속으로 수장될 때 우리는 괜찮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삶이 진정 풍요로워지겠습니까?"


시민행동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2030부산엑스포 유치 무산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잇는 행보를 기대했건만 반성은커녕 지난해 연말을 기해 국토교통부는 예정대로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생태파괴와 난개발 등으로 기후위기를 가속화한 지난 역사를 돌아보기는커녕 기후위기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무한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행동은 이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프랑스를 비롯해 몇몇 국가들은 기차로 2시간 30분 내의 단거리 비행노선을 줄이고, 영국 정부는 파리협정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항증설계획을 취소하며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생태계 파괴와 대량의 온실가스 배출을 가속할 뿐인 공항건설을 국가균형발전이라며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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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18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 김병기

 
시민행동은 가덕도신공항 건설 기본계획 철회를 촉구하면서 그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현재 고시된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에는 결과보고서 완성본이 없다는 점이다. 이들은 "결과보고서가 완료되고 그 결과에 따라 국토부장관이 승인해야만 기본계획이 수립되는 것인데, 보고서 완성본은 용역이 완료되지 않아서 2월 중에 공람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국토부와 부산시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법률 제42조에서 제시하고 있는 보존대상 기초자료 중 환경 분야 측정기기에서 생성된 파일 원본 일체 등 6가지 자료를 국토부에 요청을 했는데, 관계자로부터 관련 서류를 작성중이기에 기다려달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결과보고서가 완료되어야 하는데, 국토부는 이미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시민행동은 절차를 무시하고 부실하게 작성된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 등을 지적한 뒤 "국민을 호도하며 기만과 사기로 일관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역사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그 위법성을 따지고, 기본계획 취소 국민소송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이날 국토부 앞에서 집회를 마친 뒤 "가덕도신공항 백지화" 등의 구호를 외치며 30여 분간 거리 행진을 했다. 
#가덕도신공항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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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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