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 20대 남자입니다, 인생 첫 별다방 알바를 합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쉽지 않은 도전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

등록 2024.01.19 09:47수정 2024.01.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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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 Pixabay

 
별다방 알바를 다닌 지 한 달 반이 되었다. 이런 카페 일은 처음이라 적응도 힘들뿐더러 쉽지가 않다. 많은 20대들 또한 그럴 것이다. 첫 직장, 첫 알바를 시작하면서 속상한 일도, 기분 좋지 않은 일도 많이 겪을 것이다. 나는 별다방 알바를 다니면서 겪은 일과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공유하며, 지금 20대인 이들이 겪는 일이 누구나 당연히 거치는 과정이라는 것임을 알려주고 싶다. 


내 성격은 소심하다. 누구는 내향적이라고도 말한다. 누구와 같이 있어도 말 한마디를 못 한다. 다른 사람과 있는 게 불편하다. 싹싹하지 못하다. 전에 오리 백숙집에서 알바를 했는데 한 달도 안 되어 잘렸다. 그곳엔 나와 비슷한 또래의 베트남 여자 아이도 같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꽤 싹싹했다. 그때 내 나이 24살이었다.

이제는 독립해야 할 때

자격증 공부를 한 지 4년이 다 됐다. 그동안은 부모님의 지원 아래 공부를 했지만 이제 슬슬 독립을 해야할 때이다. 부모님도 공부하는 것을 지원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지금 나이는 어느덧 29살. 일찍 독립을 하여 돈을 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20대가 부모님의 지원을 받는 막바지의 나이다. 공부를 계속 한다면 아마 장기전으로 돌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독립해야 할 나이다.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한다는 것은 돈을 모으는 것보단 공부하면서 드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을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최대한 공부 시간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가까운 장소와 길지 않은 근무 시간을 가장 큰 우선 순위로 하여 일자리를 구했다. 마침 집 주변에 개업을 하는 카페가 있었고, 근무시간도 길지 않아 그곳에 지원하게 되었다. 멋있는 카페 일을 내가 언제 해보겠나라는 마음도 있었다. 어쨌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카페 이름은 별다방. 아마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이름일 것이다. 알바 지원에 면접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지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벌써 첫 출근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알바를 가서 처음 배정 받은 역할은 설거지 및 청소. 처음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그렇게 배정을 받았다. 거의 일주일 동안 설거지와 테이블 닦기, 컵정리 등을 했다. 그 후엔 주문을 받는 일을 시작했다.


일은 힘들지 않았지만 거의 2주 정도는 너무 도망가고 싶었다. 일이 처음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내 성격 때문에 그런지 팀워크로 운영되는 일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부탁도 하고, 모르는 것은 물어도 보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부탁과 물어보는 것 자체가 민폐인 것 같아 내가 모르는 상황들이 닥쳐도 우왕좌왕 할 뿐 누군가 봐줄 때까지 기다렸다. 실수도 잦았다. 주문을 하면 한 두 주문은 실수를 했으며 실수를 할 때마다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날마다 나가기가 싫었다.

게다가 내게 가장 고역인 부분은 모든 사람을 사근사근 대해야 한다는 것. 점장님은 내가 손님과 주문을 받는 것을 보고 남자라 음역대가 낮지만 적어도 이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솔'톤으로 해보라고 요청했다. 만약 손님으로 왔을 때 그렇게 저기압인 사람이 주문을 받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냐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민망한 것도 있고 내 성격과 너무 맞지 않아 고민을 꽤나 했다. 

'다른 사람한테 이런 목소리 톤으로 말을 하라고? 원래의 '나'는 무언가 잘못된 건가?' 

그동안 내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나만의 방식이 사실은 잘못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 고민만 2주는 한 것 같았다.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내게 일을 할 때는 나와는 다른 부캐를 키우는 게 어떠냐고 했다. 너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쪽에는 그쪽 룰이 있다며 말이다. 그러면서 나는 나이고 '제이슨(별다방에서의 내 닉네임)'은 '제이슨'이니 둘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떻냐고 물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제이슨은 분명 알바를 끝내면 나로 돌아온다. 그이와 나는 같은 몸을 쓰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다. 알바를 할 때의 그 사람은 나와는 다른 사람이니 조금 더 그 사람이 알바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알바에서 실수를 해서 주눅이 들었을 때도 퇴근 후 금방 회복할 수 있다. 이건 나만의 꿀팁이다. 

아직도 나는 실수가 잦다. 게다가 눈치가 없어 점장님이나 다른 파트너들에게도 잔소리도 많이 듣는다. 그럴 때마다 주눅이 들곤 하지만, 다른 이들도 이러면서 일을 배웠을 것이라 생각하며 넘기곤 한다. 이 글을 쓰기 바로 전에도 알바를 마치고 왔는데, 오늘도 점장님께서 지적을 제법 하셨다. 이번에는 손님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라고, 음식을 음료 제조시간에 맞춰 데우라고 지적받았다.

과거에는 지적을 받으면 주눅이 들고는 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고 있다. 일이 슬슬 재미있어지는 시기다. 다른 파트너들은 조만간 음료도 제조할테니 그때는 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으라고 말했다. 

새로운 출발 앞에서 두려울 때

지금 현재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는 20대가 있을 테다. 분명 처음에 생각한 것과는 일이 많이 다를 수도 있다. 게다가 일이 점점 힘들고 하기 싫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대가 겪은 일은 당연하며 모든 사람이 겪고 있을 문제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별다방 알바를 하나의 도전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여전히 많이 하곤 한다. 

물론 일 자체를 하기 싫은 날도 있다. 실수를 많이 해서 지적을 많은 받은 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럴수록 '다른 사람도 하는데 내가 이까짓 거 못할까'라고, 그까짓 거 나도 할 수 있다고 새롭게 마음먹으며 다른 사람도 지나갔던 과정이었구나라고 웃어넘긴다. 

새로운 도전은 항상 쉽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이 글을 읽을 20대에게, 부디 주눅 들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당신이 꿈꿔왔던 일들을 나처럼 한 번이라도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
#20대 #직업 #도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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