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보호, 근본 대책은 정보 비대칭 문제 해결"

[인터뷰]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교수 겸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

등록 2024.01.24 11:02수정 2024.01.2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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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등을 촉구하며 삭발의식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먼저 이번 대규모 전세사기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올해 대규모 전세사기사건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집값이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전세제도는 집값에 따른 임차료인데 집값이 하락하면서 사용료인 전세가가 하락하였기 때문에 집주인이 임차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여 발생한 사고이다. 또한, 우리나라 전세제도는 소유자가 임차인에게 받은 전세자금을 예금해 놓거나 사업자금 등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집값의 일부로 투자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임차인에게 전세자금을 받지 못하면 기존임차인의 전세자금을 돌려줄 수 없는 구조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세가격도 급등하였고, 이 때 전세가격이 가장 고점일 때 임차한 세입자는 계약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가격의 하락으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수 없고,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세입자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을 체결하였다. 결국 부족한 반환 전세금은 임대인이 마련하여야 하는데 자금 여력이 없는 것이다. 임대인도 대출과 전세제도를 활용하여 투자용으로 매수한 집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일부 임대인은 선순위 채권이 많은 집, 국세체납이 많은 집, 시세보다 높은 전세계약 등이 있는 주택을 임대하여 의도적으로 임차인을 기망해 전세사기 사건으로 이어지는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 사기세력들이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와 무분별한 전세대출·보증보험을 악용한 부분에 대해 정부 책임은 어느 정도라고 보시나? 또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정책은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

"빌라왕들과 같은 전세사기의 주요 범인들이 주택임대사업자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택임대사업자는 말 그대로 주택을 활용하여 임대사업을 하는 사업자이다. 등록임대사업자에게는 다양한 혜택이 있다. 취득세 감면, 재산세 감면, 양도소득세 감면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는다. 이러한 권리에 여러 가지 의무가 주어지는데 전세사기와 관련한 의무가 2020년 8월부터 도입된 전세보증보험 가입의무이다. 따라서 임대사업자가 운영하는 임대주택은 일반 임대주택보다 안전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임대사업자가 전세사기의 주범으로 등장하고 있을까? 이는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해당하는 전세계약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제는 주택임대사업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을 가입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그리고 임대사업자는 본인이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하여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임대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주택으로 임대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것도 임차인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세대출의 경우 활성화하면 서민의 주거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전세값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전세자금 대출을 실행할 때 그 집의 전세시세를 파악하여 실질적인 대출이 이루어지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경우, 가입조건을 정치권에서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하여 가입조건을 완화한 경향이 있다. 이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여야 한다. 따라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정치적 판단에 따라 가입조건의 강화 또는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관에서 실질적 심사를 통하여 부실 위험성이 적은 전세계약에 대해서만 전세보증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요건을 강화 또는 완화하는 문제는 부동산 전세 시장에 여러 가지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기준의 강화에 따른 순기능은 전세세입자들이 안전하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하는 안전장치이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제도는 주택도시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SGI)의 세 가지 기관에서 제공되고 있다. 각 기관을 비교하면 HUG는 가입에 따른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며, HF는 보증료율이 낮아서 보증비용이 저렴하고, SGI는 가입대상 임차보증금 한도가 가장 높은 장점이 있다.

이 중에서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SGI)의 상품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69년에 출범한 SGI는 예금보험공사 등이 출자한 주식회사로 전세금보장신용보험을 운용하고 있다. 전세입자가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신청을 하게 되면, 회사에서 정한 가입조건 및 권리분석을 통하여 사고발생 가능성이 낮은 전세계약만 보증한다. 따라서 가입이 까다롭고, 이 종목의 특성상 수익성 부족으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하지 않는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이 상품을 운용하였지만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고,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HUG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측면에서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하여 확대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확대 전략이 전세사기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역기능 측면에서 보면 첫째, 역전세난의 가속화를 가져온다. 전세금반환보증의 가입기준을 낮추게 되면 가입하지 못하는 전세가구가 속출한다. 결국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하기 위하여 전세금을 낮출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역전세난으로 나타나고, 임대인의 고통으로 이어져 전세주택의 공급축소를 가져온다. 둘째, 보증부월세 시장의 확대로 이어진다. 위에서 말한 역전세난이 발생하게 되면 임대인은 전세보증금을 단순히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게 된다. 이는 결국 보증부 월세 계약의 증가로 이어지고, 서민의 주거비용증가를 가져온다. 그리고 임차인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결국 규제완화나 규제강화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져온다. 따라서 주택도시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를 운용하는데 표를 의식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부작용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 피해주택들이 대부분 나홀로 아파트나 빌라 등 아파트와 달리 시세파악에 어려움이 있는 주택들이었는데, 아파트 외의 주택들 시세도 아파트처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시세의 신뢰성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부동산은 정가가 없다. 공시지가는 기본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제도이고, 실거래가도 취득세 양도세의 실질과세를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실거래가가 시세라는 보장도 없다. 부동산의 경우에 특수사정에 의한 거래,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 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세는 항상 변화한다. 일정 시점의 시세를 주기적으로 언제 어떻게 누가 조사하여 제공하느냐의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는데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개별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부동산은 동일한 물건이 없다. 부동산은 위치, 지세, 지반, 지형, 주변의 환경이 모두 다르고, 이에 따른 가격도 시간, 소유자의 상황 등에 따라 다르다. 같은 지역의 빌라도 층, 방향, 실내 인테리어, 소유자의 상황 등에 따라 다른 가격이 형성된다. 부동산은 일반 재화와 달리 같은 물건이 없기 때문에 일물일가의 법칙이 성립되지 않는다.

아파트는 일반적으로 구조와 면적이 규격화 되어 있고, 거래사례도 있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지만 빌라 등의 경우에는 연식, 규모, 면적, 실내구조 등 모든 게 다양하기 때문에 시세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실거래가시스템, 안심전세 앱이나 민간기관에서 운영하는 여러 가지 포털을 통하여 확인하는 방법이 있지만 정확하다는 확신이 부족하고, 검색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정부에서 예산과 인력을 무한대로 투입하여 매월 또는 분기별로 시세를 조사하여 제공하는 방법도 있지만 비용과 행정의 효율성 측면을 고려할 때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또한, 조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신뢰성을 어느 정도 제고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신축빌라의 경우에는 전문가들도 시세를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결국 현실적으로 아파트 외의 주택들 시세를 아파트처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안타깝다."

- 6월부터 시행중인 '전세사기 특별법'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추후 개선 및 보완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전세사기 특별법'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지는 대해서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금을 모두 돌려받기를 원하지만, 특별법에서는 지급대상, 지급시기, 지급금액 등에 대한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추후 개선이나 보완을 통하여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법은 여당과 야당이 합의를 거쳐 마련되었지만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었고, 이 법이 시행되더라도 향후에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외적 형평성의 문제이다. 전세사기 사건 이외에도 국민들은 각종 사기 사건에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 현대사회가 발달하면서 경제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정보부족에 따른 사기(?)를 당했을 때 특별법으로 보호해야 하는지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근로자가 정부의 인가나 허가를 득한 조직에 정부를 믿고 취업을 했는데 조직이 문을 닫았을 때 정부는 근로자에 대하여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러한 다른 경제 사기 사건과의 형평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둘째, 내부적 형평성의 문제이다. 특별법에서 규정한 피해지원 대상은 임차보증금 3억원(최대 5억원)이다. 임차보증금은 지역적으로 차이가 크고, 빌라 등의 경우에는 5억원으로 어느 정도 대상이 되겠지만 아파트 전세사기 사건으로 확대되면 특별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특별법은 기본적으로 2년 한시법이다. 그런데 전세사기 사건은 계약체결 시점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사건 발생시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할 것이다. 결국 임차보증금 규모에 따른 형평성, 발생 시기에 따른 형평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셋째, 법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법은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을 이념으로 지향하는 사회 규범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법은 입법 당시 부대의견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법 시행 이후 매 6개월마다 전세사기의 유형‧피해 규모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국회나 정부에서도 문제가 있으면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민원을 잠시 피해보자는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시법 2년 동안 4번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법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넷째, 한시법에 대한 논란이다. 이 법 부칙 제2조(유효기간)에 "이 법은 시행 후 2년이 경과하는 날까지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한시법은 일반적으로 한시적 적용이 지켜진 경우는 사례가 별로 없다. 폐지기한이 도래하게 되면 적당한 명분들을 동원하여 연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특별법은 합리성과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특별법이란게 특별(?)하기 때문이다. 2년 후에 법 시행기간 연장을 통한 영구법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다섯째, 정부의 시장개입에 따른 임대차시장의 왜곡이다. 지난 정부는 임대차보호 3법 개정으로 임대차시장을 혼란에 빠트렸다. 그런데 이번 정부도 전세사기 사건을 특별법으로 해결하게 되면 임대차시장의 왜곡을 가져오게 된다. 빌라사기 사건 이슈화로 빌라전세 및 빌라신축의 공급이 축소되고 이는 서민의 주거비용 증가를 가져온다. 임대차시장을 모두 아파트전세로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역(逆)전세난과 깡통전세로 인한 임차인 피해가 발생하게 되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보증사고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보증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전세사기특별법은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과제들을 던져주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을 잘 해결하여야만 우리나라 사회가 갈등보다는 화합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고, 후진하는 경제가 아닌 성장하는 국가경제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은 '모든 피해는 평등하다'라며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선을 그었는데, 금융사기나 다른 사기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해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 지원은 불가하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에서는 형평성의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사기를 당한 국민들 중에서 억울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전세사기의 경우에는 피해금액이 크고, 피해금액이 피해자의 전 재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억울함은 다른 사기 사건과 비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리고 전세사기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의식주의 한 부분이고,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면에서 정부는 해결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의무와 책임도 있다. 그런데 다른 경제사기 사건도 전세사기와 비교하였을 때 피해금액이나 정신적 충격의 정도는 더 심각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현대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잘못된 정보나 법률의 이해부족으로 국민들이 사기를 당했을 때 정부에서 구제해 주어야 하는지 고민해 볼 여지는 있다.

현대사회에서 취업사기, 투자사기 등 각종 사기 사건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 모든 사기 사건들에 대하여 정부에서 모두 구제해 준다면 어떻게 될까? 엄청난 국민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고,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선구제 후회수(후 구상권청구)'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할 때 야당에서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특별법으로 전세사기를 당한 임차인이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에 공공기관 등이 우선적으로 변제하고, 이후 정부에서 임대인 등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안이다. 제도적으로는 정부에서 대위변제를 하고 주채무자인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으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채권은 기본적으로 부실채권이다. 전세사기 사건은 임대인이 이미 경제적 반환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상채권은 이미 부실채권이기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사기에 당한 서민들의 사연은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정부의 무조건적 보상은 또 다른 전세사기의 유도, 도덕적 해이 등을 가져올 수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의 가입조건을 정부에서 완화한 정책도 전세사기 사건을 초래한 원인이다. 결국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지급액이 증가하게 되고, 장부상 구상채권은 쌓이는데 채권 회수는 어려운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정적 적자를 일으키고, 공공기관이 부실화하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 이는 개인의 손실을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방안은 사기 전세계약의 체결 등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다."

- 사기피해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로 전환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세사기 대상 주택을 정부에서 매입하여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고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를 하는 방안도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공공임대주택으로 매입하는 예산의 규모가 문제이다. 정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동원할 수 있는 예산은 있는지, 효율적인지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대상 주택의 가격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의 문제이다. 사기피해 주택은 선순위 채권금액과 선순위 임차보증금 등을 합하게 되면 집값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초과하는 가격으로 매입하게 되면 사기행위를 한 임대인에게 혜택을 주는 문제가 발생하고, 감정평가 금액으로 매입하게 되면 세입자가 똑같은 피해를 입게 된다. 또한, 세입자가 추가적으로 새로운 임차보증금과 월세를 부담하게 되어 이중부담이 될 수 있다."

- 전세사기, 깡통전세, 역전세난 등 온갖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제도를 이참에 폐지하자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는데, 전세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폐지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는 서민들이 전세보증금을 모아서 전셋집을 넓혀가고, 때가 되면 전세보증금에 대출금을 더하여 내 집을 마련하는 이상적인 제도였다. 결혼을 하면 대부분 서민들은 단칸방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웠다. 그런데 이상적인 전세제도가 서민을 울리는 악마로 변하고 있다. 물론 집값의 하락, 전세자금 대출제도의 확대, 전세보증확대와 더불어 주거수준의 욕구 증가 등에 일부 원인이 있다.

그렇다고 전세제도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많은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전세제도는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세제도가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단점도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위험이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1981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제정하여 확정일자 제도를 도입하고, 대항력을 인정하였다.

이후에 전세보증금을 제때에 반환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보증보험회사(구 대한보증보험·한국보증보험)에서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하였으나, 부실 전세인수 거부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에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상품을 신설하여 서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하였다.

이처럼 시대의 변화, 제도의 변화, 시장의 변화 등으로 전세보증금 미반환의 위험을 제거할 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결국 전세제도는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자유시장경제, 계약자유의 원칙, 관습법적 성격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폐지하거나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고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임대인 체납정보 확인권 신설과 선순위보증금 등 임대차 정보 요청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임차인은 대부분 을의 입장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하루에 2~3개의 물건을 탐색하고 신속하게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직장인들은 인터넷에서 임대차 정보를 확인한 후에 퇴근 후 계약을 체결한다. 이때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납세증명서의 제시를 요구하거나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이 직접 과세관청에 체납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임대인의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데 실질적으로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개인정보보호라는 문제도 있지만 세금의 체납여부는 해당 부동산의 등기사항증명서에 바로 등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임차인은 자신의 임차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도 이를 행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권리는 임차인에게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개업공인중개사에게 임대차 계약 체결 전에 임대주택의 선순위 임대차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빌라, 오피스텔 등의 전세사기는 선순위 임대차의 현황을 파악할 수 없는 시스템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에도 개업공인중개사가 임대인이 알려주는 선순위 임대차 현황을 임차인에게 확인·설명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임대인이 그릇된 정보를 알려주면 임차인이나 개업공인중개사는 당할 수밖에 없다. 경매가 진행되면 선순위 임차인은 모두 선순위 권리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대차를 중개하는 개업공인중개사에게 선순위 임대차 금액, 확정일자, 전입신고일 등 권리분석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제도를 보완하여야 한다.

셋째,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최우선변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다.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임차보증금을 확대하고,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부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액보증금 액수가 변동되기 전에 담보물권을 취득한 자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하도록 하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는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다.

처음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소액임차인에 해당되었으나 증액된 금액으로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여 최우선 변제를 받지 못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전세 계약기간별 임대차 계약일을 기준으로 최우선변제기준을 적용하면 선의의 제3자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처음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당시 임대차보증금의 액수가 적어서 소액임차인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후 갱신과정에서 증액되어 그 한도를 초과하면 더 이상 소액임차인에 해당하지 않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 세입자 주거안정을 위해 현 정부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세입자 제도개선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앞서 말한 전세사기 피해 예방 방안을 바탕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정보의 비대칭의 문제가 아직까지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임대인의 정보를 세입자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임차인보호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를 알지 못하여 발생하는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은 부동산거래를 일상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거래하는 건수도 많지 않다. 따라서 부동산에 관한 상식, 계약과 관련된 법률지식, 임차인 보호규정 등에 대하여 학교 경제 교육과정에 포함하거나 공공기관의 상시 교육제도를 신설하는 등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경실련도시개혁센터에서 발간하는 <도시개혁(2024년 겨울호/재창간5호)> 책자에 실린 원고입니다.
첨부파일 image01-1024x699.png
#경실련도시개혁센터 #전세사기 #주택도시공사 #세입자주거안정 #역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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