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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 김기춘 징역 2년... 법정구속 안 해

[선고공판] 파기환송심에서 형량 줄어... 선고 후 상고 의사 밝혀

등록 2024.01.24 18:00수정 2024.01.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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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돌아가시면 되겠습니다."

24일 오후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재판장인 원종찬 부장판사가 선고 후 실형을 받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피고인 7인을 향해 한 말이다. 원 부장판사 말대로 이날 검은색 중절모를 착용하고 법원에 출석했던 김 전 실장은 선고 후 여유 있는 모습으로 법원을 빠져나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6-1부(재판장 원종찬·박원철·이의영)는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파기환송심에서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이미 1년 6개월간 수감 생활을 한 점, 오랜 기간 공직자로 일하며 국가를 위해 공헌해 훈장을 받았던 점,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도 미결수 신분으로 약 1년 2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기 때문에 법정구속 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들은 장기간에 걸쳐 문화예술계에서 이념적 성향과 정치적 입장 등에 따른 차별적 지원을 했고 이로 인해 문화예술계 종사자 다수는 상당한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이로 인해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적 재생산 기능을 저하하고 국민의 신뢰 역시 크게 훼손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 대해 "오랜 공직경험을 갖춘 법조인이자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함에도 이 사건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실행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출판진흥원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공모사업 신청자 명단을 송부하게 한 혐의 등에 대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은 문체부 지시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 만큼 피고인들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성립요건 중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2015년 특정 작품을 예술영화 지원사업에서 배제시킨 혐의와 같은 해 특정 신청 도서를 세종도서 선정에서 배제시킨 혐의 등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박근혜 정권 당시 김 전 실장 등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단체나 인사 등의 명단과 지원 배제 이유를 정리한 문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도록 지시했고, 이를 토대로 정부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 등으로 지난 2017년 2월 기소됐다. 2017년 7월 1심 재판부는 지원배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018년 1월 열린 2심에선 1급 공무원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가 추가돼 징역 4년으로 형이 늘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0년 1월 직권남용죄에 대한 법리 오해와 심리가 더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 사건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2021년 1월 시작한 파기환송심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박영수 전 특검이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사건에 휘말려 사임해 열리지 못했다. 2022년 12월 특검법 일부 개정으로 공소 유지 주체가 특검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승계되면서 지난해 7월 재판이 재개됐고,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은 일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며 김 전 실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김 전 실장은 법원을 빠져나오며 기자들에게 "(재)상고해서 다시 판단 받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특검팀의 1심 구형량과 같다.     
#김기춘 #조윤선 #문화계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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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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