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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16만 원? '고물가' 오명 벗겠다는 제주, 가능할까

제주도, 1일 정책설명회 열고 "대한민국 관광1번지 위상 다지겠다" 했지만

등록 2024.02.04 19:16수정 2024.02.0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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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제주월컴센터에서 열린 제주 관광진흥 시책 통합 설명회 ⓒ 제주도


제주특별자치도가 비싼 관광지라는 오명을 벗고 다시금 대한민국 관광 1번지가 되겠다며 대대적인 관광정책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제주도는 지난 1일 오후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관광공사와 제주도관광협회 등 도내 관광 유관기관과 관광업체가 참여한 '2024년 제주관광진흥시책 통합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제주도는 외국인 관광객 12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71만명보다 69% 증가한 수치입니다. 또한 "연간 내국인 방문객 '1천400만명+알파(α)' 시대를 다시 열어 대한민국 관광1번지의 위상을 다지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는 이를 위한 관광정책으로 친환경 여행 '제주와의 약속'(Jeju Promise) 캠페인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광 품목, 지역별 가격비교 데이터를 제공해 고물가 관광 이미지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만으로 제주 관광 이미지가 개선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비싸서 안 가"... 바가지요금으로 논란 되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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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파는 갈치조림. 4인 기준 8만원짜리이다. ⓒ 임병도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여행 제한이 풀리면서 최근 제주에 대한 이미지는 극도로 나빠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비싼 물가' 때문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주 갈 바에는 일본 간다'는 글과 함께 제주 음식값이 비싸다는 경험담이 우후죽순 올라왔습니다.

이 가운데 '통갈치 한 마리 조림이 16만 원'이라는 글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한 끼 식사에 16만 원이라는 가격은 꽤 비싼 편이고 특정 식당의 메뉴이고 했지만, 그만큼 제주 음식값이 비싸다는 사례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제주에 사는 기자도 식당에서 '갈치조림'은 못 먹습니다. 비싸기 때문입니다. 도민들은 주로 집에서 갈치조림을 먹는데, 보통 마리 당 만 원 미만에 3지 갈치를 구입합니다. 참고로 갈치는 손을 펴서 손가락 3개는 3지, 4개는 4지 갈치라고 하는데 당연히 클수록 비쌉니다. 하지만 단순 크기보다는 몸통 살집이 두꺼운 갈치가 더 맛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관광객들이 통상 자주 찾는 '흑돼지'도 비쌉니다. 그래서 도민들도 육지에서 손님이 와야 '흑돼지'를 먹지, 대부분은 '백돼지'를 주문합니다. 일각에서는 제주에서 도축되는 흑돼지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진짜 흑돼지가 맞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유명 카페에서 파는 베이커리와 디저트도 대부분 1~2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4인 기준으로 음료수와 디저트를 같이 먹으면 10만 원 가까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한 끼에 최소 5만 원 이상 지불해야 한다면 굳이 제주가 아니라 해외를 가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제주 비싼 물가에 영향 미치는 '부동산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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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구좌읍 월정리 해변. 해안도로 주변은 물론 마을 골목길마다 카페와 식당들이 즐비하다. ⓒ 임병도

 
제주의 모든 가게가 비싼 것은 아닙니다. 저렴한 가격의 식당도 많습니다. 그러나 비행기까지 타고 제주에 와서 가고 싶은 곳은 '인스타 맛집'이나 '뷰맛집'이지 동네 식당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제주를 찾는 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맛집은 가격이 저렴할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부동산 가격' 때문입니다. 

15년 전에만 해도 제주 '월정리 해변'의 땅값은 평당 10만 원 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평당 30만 원을 훌쩍 넘더니 이제는 평당 천 만원에도 매물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월정리 마을 골목마다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겼습니다. 제주공항에서 자가용으로 30분 넘게 가야하는 이곳의 연세(제주의 독특한 임대 문화로, 1년 치 월세를 한 번에 낸다)는 최소 1천만 원, 보통 2~3천만 원이 넘습니다. 

월정리만이 아닙니다. 애월 카페거리나 중산간마을 등 제주 전역의 부동산 가격이 최소 두 배, 많게는 10배 이상 오른 곳이 허다합니다. 마을 안쪽 허름한 가게를 연세로 2천만 원 이상 내고, 여기에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 비용까지 지불해야 합니다. 섬이라는 특성상 물류비용이 비싸 원가 비율도 높습니다. 당연히 음식 가격을 비싸게 받지 않으면 적자입니다. 

최소 3~4억 원을 투자해 가게를 차렸지만 손해를 본 사람은 다시 비싼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넘깁니다. 인수한 사람은 투자한 비용이 있어 음식값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니 제주의 음식값이 비싸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늘어나는 공실과 경매... 실효성 있는 대책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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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을 나오면 가장 먼저 보는 야자수와 헬로우 제주 ⓒ 임병도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총 1200만 명으로 재작년 1300만 명과 비교해 100만 명 정도 줄었습니다. 정확한 수치를 따지면 8.3% 감소했습니다. 10% 미만이니 괜찮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급격하게 인상된 해외 항공권 가격의 여파이지 안정세로 접어들면 제주보다 해외여행을 더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때는 인기 있던 서울의 경리단길, 가로수길 등 유명 핫플레이스의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고 합니다. 비싼 임대료에 세입자들이 떠나고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제주도 상가마다 '임대'라는 간판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공실도 많고 경매로 나오는 매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주 도정은 관광객을 늘리겠다며 목표치를 근사하게 내세우고 있습니다. 고물가 관광 이미지를 막겠다며 데이터도 수집하겠다고 합니다. 얼마나 비싼지 조사하는 것은 언제라도 가능합니다. 다만, 그 수치에 포함돼야 할 제주의 높은 부동산 가격과 물류비 등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입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지 의문이 드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제주도 #제주관광 #바가지요금 #부동산가격 #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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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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