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케시 거리도심지 안으로 들어가면 좁은 길이 미로처럼 얽혀있다
오영식
우리 차가 멈추자, 주변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현지인들이 여기저기서 다가왔다. 다가온 현지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여기부터는 길이 없다며 자기가 안내해 준다고 했다. 길 안내를 부탁하면 당연히 팁 요구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어차피 지도로 찾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 도움을 받기로 하고 한 청년에게 안내를 맡겼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하자 청년은 예상대로 팁을 요구했다.
내가 고맙다고 말하며 1유로짜리 동전을 주자 청년은 나를 한심한 듯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들한테 10달러는 돈도 아니잖아요. 10달러 주세요."
당시 현금이 없기도 했지만, 모로코 현지 물가(2022년 기준, 1인당 연간 국민소득 3,300달러)를 생각할 때 우리 돈 1,400원 정도 하는 1유로짜리 동전도 팁으로 적은 편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웬걸, 현지인들은 겨우 200m 길 안내 대가로 우리 돈 1만 3000원 정도를 팁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내가 숙소 벨을 눌러 직원을 부르려 하자, 청년의 다른 일행들이 우리 부자를 둘러싸고서는 협박하듯 다시 말했다.
"10달러만 주세요. 당신들 돈 많잖아요."
나는 웃으며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우리 돈 없어요. 이거 드릴게요."
그리고 주머니에 있던 돈을 모아 2유로를 청년의 손에 강제로 쥐여 줬다. 그러자 그 청년은 됐다며 다시 동전을 돌려주고 그냥 가버렸다. 오히려 그 돈이라도 주려 했던 내 손이 무안해졌다. 청년과 일행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생각했다.
'단순히 길 안내 몇 분 하고서 우리 돈 3천 원 정도의 팁을 받는 건 자존심 상할 정도로 잘 사는 청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