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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전통의학 아유르베다, 한의학과 닮은 꼴이네요

[우여곡절 끝에 떠난 안나푸르나 트레킹] 한국 한의학-인도 아유르베다의 공통점과 차이점

등록 2024.02.13 12:15수정 2024.02.1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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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2월 22일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 9박 11일간의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 보고 느낀 바를 기록합니다. 트레킹 일정 중 네팔에서 10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유르베다 국립병원을 방문했습니다.[기자말]
2023년 12월 22일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 9박 11일간의 안나푸르나 트레킹 일정 중 12월 30일 우리 일행은 107년의 역사를 가진 네팔 카트만두 시내에 있는 아유르베다(Ayurveda) 국립병원을 방문했다. 

황하문명권에 한의학이 있다면 인도문명권에는 아유르베다 의학이 있다고들 한다. 우리나라 한의학은 8개 과로 나누어 진료하는데, 이 병원은 모두 22개의 분과가 있으며 아유르베다와 침구로 치료하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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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아유르베다 국립병원 아유르베다 의사 선생님과 우리 일행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강재규

   
트레킹을 떠나기 전 네팔 카트만두 여행사 제이빌 홈 나트 사장에게 네팔에서 유명한 아유르베다병원을 방문할 수 있는 일정을 잡아달라고 미리 부탁을 해 두었다. 동행한 한의사 정흥식 원장이 인도의 전통 의학 아유르베다에 관심이 있어서 잡은 일정이었다.


우리가 방문하자 2명의 의사가 직접 나와서 친절하게 우리를 맞아주고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해주었으며, 실제로 진료와 다양한 치료가 이루어지는 병실까지 안내해 주었다. 정 원장은 궁금한 사항에 대해 현지 의사들에게 질문을 하고, 제이빌 홈사장이 통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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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르베다 국립병원 아유르베대 의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강재규

   
이미 입원실에서는 많은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었고, 치료를 위해 대기하는 환자들도 많았다. 다만 의료환경은 다소 열악해 보였다. 병원의 환경이 깔끔하게 정돈되고 또 깨끗해야 믿음이 갈 텐데, 의료에 문외한인 이방인의 눈에는 뭔가 어설프게 보였다.

'아유르베다' 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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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르베다 국립병원 환자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강재규

     
아유르베다란 기원전 6세기경 인도에서 활동했던 의사인 수슈루타(Sushruta)가 이전부터 구전되어 오던 인도의 전통 의학과 고대 힌두교의 전통 의학을 집대성해서 쓴 의학서를 말한다. 오늘날에도 인도에서는 수슈루타를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못지않은 '의학의 아버지'라 부른다고 한다.

아유르베다에 나오는 수술법은 한 사람이 정리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고, 당대는 물론 유럽의 근대 이전 의학보다도 앞섰다고 한다. 여하튼 의사 수슈루타는 요로결석과 같은 질병도 최소한의 절개로써 치료하는 법을 개발했고, 치질과 백내장 수술, 이마를 이용한 코 수술 등 일부 외과적 처치는 현대의학과 크게 원리가 다르지 않을 정도로 선진성을 보여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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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르베다 국립병원 병원 벽에 붙은 사진 ⓒ 강재규

   
이러한 점 때문에 수슈루타가 한 사람의 개인이라기보다는 당시 최고의 의사들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견해도 있다고 한다. 이들 치료법은 높은 해부학적 지식이 필요한 사안이기에 많은 인체 해부 경험을 가졌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수슈루타가 야자수 잎사귀에 기록했다는 서적 '수슈루타 상히타'는 아유르베다(허브와 약초를 이용하는 인도의 전통 의학)의 기본 교과서로, 해부학뿐 아니라 심장병, 피부병, 안질환, 부인과 질환, 이비인후과 등의 다양한 질병과 치료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서적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되었다고 한다.

만성질환에 효과 뛰어나다는 아유르베다  


그런데 인도 사람 중 전통 의학인 아유르베다를 믿는 사람도 있지만, 현대의학을 더 신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워낙 역사가 깊기도 하고 수슈루타가 역사적인 명의로서 당시 환자들을 치료했던 경험과 지식을 집대성한 것이기에, 의학이 지금처럼 발전하기 이전에는 이것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의학서였다는 것이다.

아유르베다는 또 만성질환에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졌는데, 이것이 아유르베다가 여전히 생명력을 지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유르베다는 사람의 신체, 정신, 영적인 기운의 상호 균형이 깨지거나, 사람과 자연환경의 균형이 깨졌을 때 질병이 생긴다고 여긴다.

이상과 같은 아유르베다의 철학은 한의학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의학의 오행에는 목, 화, 금, 토, 수가 있는데, 아유르베다는 에테르, 공기, 불, 물, 흙 등 다섯 가지 요소가 이론의 바탕이라고 한다. 또한 한의학에서 사람의 체질을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으로 분류하는데, 아유르베다에서는 Vita(공기와 허공), Pitta(불과 물), Kapha(물과 흙) 총 3가지 체질로 구분한다.

위의 체질론은 범문화적으로 중세 이전까지 흔히 나타나는 체계로서, 서양의학도 9세기 전까지는 히포크라테스가 주창한 사체액설을 따랐다고 한다. 티베트 의학의 체질론도 아유르베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사체액설(四體液說, Humor Theory)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의사들과 철학자들이 주장하던 인체의 구성 원리로서, 히포크라테스가 의학적 치료원리로 주장했으며, 혈관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9세기 이전까지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의학 이론이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몸은 네 가지의 체액으로 차 있으며, 네 가지 체액이란 혈액(血液, blood), 점액(粘液, phlegm), 황담즙(黃膽汁, yellow bile), 흑담즙(黑膽汁, black bile)으로, 체액들 사이의 균형이 맞으면 건강한 상태라고 보았고, 모든 질병과 심신 장애는 이들 체액 중 하나라도 모자라거나 과도할 때 발병한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고대 인도에서는 이미 기원전에 성형수술이 이루어질 정도였는데, 이러한 성형수술 기법이 서양으로 전해져서 현대 성형수술의 기원이 될 정도였고, 편도선 절제술과 백내장 수술도 시행되는 등, 외과시술도 발달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인도,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에서는 아유르베다 의원이 매우 일반적으로 이용되고, 현대의학기술로도 치료가 불가능할 때 아유르베다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현대의학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고, 가난한 서민들이 현대의학 대신 그들 나름대로 수백 년간 경험이 축적된 민간요법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 다양한 아유르베다 치료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쇠를 달궈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배 위에다 용기를 올려두고 그 위에 뜨거운 약초 오일 등을 부어 찜질하는 모습도, 또 뜨끈한 약초 오일을 이마에 부어 체내에 쌓인 독소를 모공을 통해 몸 바깥으로 배출시키는 판차까르마 요법을 통한 치료가 이루어지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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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르베다 국립병원 아유르베다 치료에 사용하는 거머리 ⓒ 강재규

   
또 아유르베다 치료에 활용하는 거머리도 직접 가져와 보여주었다. 보통 거머리요법은 거머리가 죽은 피나 농을 빨아 먹어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사실 거머리요법의 중요한 점은 거머리 침샘에서 분비되는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에 있다고 한다. 거머리가 피를 빠는 동안 거머리 침샘에서 히루딘과 함께 60~100여 개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들 성분이 소염 진통, 혈액순환 촉진, 충혈제거, 면역안정, 혈관재생, 조직재생 효과를 낸다고 한다.

거머리요법은 관절염에도 효과가 있다는데, 통풍성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 무릎 관절염, 엘보 등에도 효과적이고 심한 발목염좌나 근막통 증후군에도 활용된다고 한다. 그 외에도 혈관염에 의한 궤양, 화농성 피부질환, 종기, 농포성 여드름, 중이염, 돌발성 난청, 만성두통, 원형탈모증, 치질 등에도 쓰일 수 있으며, 조직이식이나 수지접합술 이후 괴사를 막기 위해서도 활용된다고 한다.

거머리는 어디서 구하며, 활용한 거머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는 과정에서도 우기에는 많은 거머리를 볼 수 있고, 네팔에는 거머리가 많이 서식한다고 했다. 한 번 활용한 거머리는 감염 우려 때문에 재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위안을 얻어 건강을 빨리 회복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미리 약속한 후에 이루어진 방문이긴 하였지만 친절하게 최선을 다해 설명해 준 2명의 아유르베다 의사 선생님과 통역으로 수고해준 제이빌 홈 나트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안나푸르나트레킹 #네팔 #카트만두 #아유르베다국립병원 #수슈루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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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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