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 사서, '책 추천'은 마음을 담는 그릇

등록 2024.02.14 09:32수정 2024.02.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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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로 살다 보면 책을 접하는 시간이 많다. 의무적으로 읽는 것도 있고 개인적 독서가 필요할 때도 있다. 이 또한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없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요즘 느끼는 것은 책의 소재나 이야기들, 주제마다 현실을 넘어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의 책들을 접할 때마다 나 또한 신기한 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아이들처럼.

아이와 사서 사이 짧고도 굵은 곡선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세대도 다르고 생각의 흐름도 다르다 보니 아이가 느끼는 현실적 문제가 생각보다 크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 다가가는 마음이 없다면 모든 것들이 무의미할 것이다. 그중 책은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적 도구이며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것들의 강력한 무기다.

학교도서관에 오는 아이는 책에 대한 기대치를 품고 있을 듯하다. 친구나 언니, 오빠들의 추천도 만만치 않는 책의 영향이 그 이상으로 높다. 서가에 가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높고 낮음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책을 읽은 아이는 자신감에 차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는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하연의 '너만 모르는 진실' 이꽃님의 '죽이고 싶은 아이' 나윤아 외 '열다섯 그럴 나이' 등 대출한 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고학년 초등학생의 경우 또래, 이성, 진로, 학업, 비밀 등 복합적인 고민 문제가 많아 보였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라면~ 믿음을 주었을까? 하는 진실의 문제가 잘 나타나 있는 이런 책은 어때" 아이의 표정이나 듣는 태도에서 사서선생님이 추천한 도서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한 관계다. 소개한 책을 손에 쥐고 대출하는 모습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낀다. 행사나 책모임, 독서수업보다 그 이상으로 가치로운 일임을.

"선생님, 도서관에 있는 책 다 읽으셨나요?"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었다면 원하는 책도, 추천 책도 쉽게 찾거나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읽지 못하니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먼저 든다. 나는 답변의 핑계를 이렇게 댔다.

"다 읽지는 못해도 끝까지 읽어볼 생각이야! 너희들이 좋아할 만한 책들은 흥미진진하거든."


2만 여권의 책을 읽지 못해도 내 손으로 하나하나 구입했고 자리를 정해주었으니 정이 가지 않는 책이 없을 정도로 아낌없이 전하는 마음은 깊다고.

학교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에게 책의 재미와 의미를 알려주고 싶다. 책에 거부감이 없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마음의 눈빛으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권했던 책을 읽은 후 이야기해 주는 아이의 후기가 많아질수록 사서의 책 추천 능력은 늘어날 것이다. 책 추천은 아이와 사서 사이에 마음의 결을 담는 그릇이다. 마음의 결이 단단해질수록 책과의 거리는 항상 연결되어 있고 영향을 미친다.

손길이 닿는 책은 또 다른 아이와 연결되고 꼬리에 꼬리에 무는 소문난 책이 된다. 또래아이들이 책을 읽고 릴레이 독서를 진행하는 것처럼 한 권의 책이 이야기가 되고 문장이 되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 예로 들면 은소홀의 '5번 레인' 이꽃님의 '죽이고 싶은 아이' 김남중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책들이다. 또래이야기부터 진실과 거짓, 마지막 반전을 두고 설전을 벌일 정도로 이꽃님 책은 인기가 많았다. 김남중 작가의 만남으로부터 이 책은 그야말로 불티나게 대출되었고 자전거 여행에 남학생들의 열정은 학급에서 도서관, 집에서까지도 이야기는 이어졌다.

책 추천은 사서에게 보람되고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아이들의 책을 읽어간다는 것은 나를 성장시키고 고민과 생각들을 만나보는 시간이다. 참 좋은 일이다. 책 추천은 아이들과의 무한의 성장을 기대와 설렘으로 채워가는 시간이다.
#책추천 #학교도서관 #사서 #그릇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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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입니다. 학교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아이와의 공감시간을 좋아합니다. 도서관이 가진 다양한 이야기를 알리고자 가끔 글로 표현합니다. 때론 삶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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