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을숙도 길고양이와 공존해야" 1만5천 명 서명

급식소 강제철거 위기... 부산동물단체, 문화재청 현상변경 신청에 의견 첨부

등록 2024.02.16 14:19수정 2024.02.16 14:19
3
원고료로 응원
a

부산 을숙도의 길고양이 ⓒ 청사포 고양이 발자국 페이스북

 
문화재청의 부산 을숙도 길고양이 급식소 철거 통보를 둘러싸고 전국의 100여 개 단체와 1만 5천 명의 시민이 규탄 성명서를 냈다. 문화재청은 철새도래지에 급식소를 허용할 수 없단 입장이지만,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주장하고 있다.

철거가 해법? 길냥이와 공존할 방법 없나요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지난 15일 사하구청을 통해 문화재청에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등 허가신청을 공식 접수했다. 여기엔 길고양이의 개체수 조절, 공존을 위해 천연기념물 179호인 을숙도에 급식소 설치를 인정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동물단체는 신청서를 내면서 129개 단체, 1만5100명의 공개의견을 첨부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성명서에 동참한 이들은 "문화재청이 철새와의 공존을 막아선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확한 조사 없이 길고양이가 해를 끼친다는 낙인을 찍고 행정적 절차만 강조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문화재청은 부산시·사하구 등에 올해 1월 말까지 급식소 철거와 90일 이내에 원상복구 공문을 보냈다. 문화재보호구역에 허가를 받지 않고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해선 안 된다는 이유였다. 이에 따라 부산시가 운영하던 급식소는 철거됐고, 현재는 동물단체 등의 급식소만 남았다.

을숙도 길고양이는 도시화의 산물이다. 2000년 초반부터 누군가로부터 버려진 유기묘와 주변에서 유입된 고양이가 번식하며 지금까지 이르렀다. 그러다 먹잇감 부족 등으로 길고양이가 철새를 위협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오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a

을숙도 내 길고양이 급식소 위치 ⓒ 구글

 
급식소가 만들어지고, TNR(중성화수술)을 통해 관리가 이루어진 건 2016년부터다. 한때 200여 마리에 달했던 길고양이는 현재 6~70마리 정도 규모로 추정한다. 동물단체는 적극적인 조절 노력 덕택에 숫자가 줄고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고 봤다.

"문화재보호구역이 제정됐던 과거와 현재의 을숙도는 다르다. 고양이 급식소가 있는 곳은 습지보호구역이 아닌 이용지구다. 다양한 시설이 있고, 각종 행사가 쉼 없이 열리며 사람이 몰린다. 그런데 고양이 급식소만 불가하단 건 맞지 않는다."


권세화 동물학대방지연합 국장은 급식 공간이 사라지면 고양이들이 철새 쪽으로 옮겨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을숙도를 고양이 프리존으로 만들자는 게 아니다. 급식을 하면서 중성화로 수가 더 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무단으로 세운 급식소를 용인하지 않겠단 태도다. 천연기념물과 담당자가 출장을 간 탓에 구체적 답변을 들을 순 없었지만, 문화재청 대변인실은 원칙을 강조했다. 이 부서 관계자는 "기한을 준 상황이고, 조치가 안 되면 추가 통보가 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육지와 연결된 을숙도의 구조상 고양이의 유입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며 철거가 능사가 아니라고 조언한다. 천명성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이 함께 제출한 자료에서 "현재 수준의 급식소를 허가해 유지하는 것이 철새 보호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의견을 표했다.

이는 급식소를 통해 길고양이의 습성을 활용하자는 지적이다. 도시화된 길고양이는 사람의 활동 범위에 머무르며 먹이활동을 한다. 이러한 조처는 포획과 중성화, 방사로 이어지는 TNR에도 효과적이다. 다만 습지 지역의 길고양이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천 교수는 밥자리 유도 방법으로 길고양이 이동을 시도하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고 판단했다.  
#부산을숙도 #길냥이 #길고양이 #급식소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