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화성시, 외국인 이민 정책 변화 모색해야"

[인터뷰] 오경석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

등록 2024.02.23 18:07수정 2024.02.2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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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석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 ⓒ 화성시민신문


2024년 1월 기준 경기 화성시 100만 인구의 약 5.7%인 6만여 명이 외국인 수이며, 미등록 외국인까지 포함하면 더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성시는 29개 읍면동이 있으며, 화성시 중서부권역에 위치한 양감면, 팔탄면, 장안면 처럼 공장과 산단이 많은 지역의 경우 외국인 인구수가 전체 인구의 38%에 달하기도 한다. 이에 <화성시민신문>은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오경석 소장에게 서면으로 화성시 외국인 주민 정책에 대해 질의했다.

- 화성시 외국인 주민 및 외국인 노동자에게 필요한 정책이나 대책에 대한 의견 부탁합니다. 

"화성시는 경기도를 넘어 전국을 대표하는 외국인 노동자 집주 지역입니다. 화성시의 외국인 인구 대비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은 50%를 상회하는데 이는 전국 최고의 외국인 밀집 지역인 안산시에 비해 거의 두 배에 이르는 수준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부의 부정적인 편견과는 달리 지역 사회에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인적 자원들입니다. 

국내외의 여러 연구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으로 해당 지역의 총생산이나 취업률, 소득 등의 경제적 지표들이 유의미하게 개선되고 있음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외국인 노동자의 참여와 기여가 필수적이라는 문제의식 하에 최근 들어 정책 기조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4년 10개월로 제한되었던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 기간을 최장 10+@년으로 장기화하며, 가족동반이 가능한 '숙련기능인력' 비자(E7-4) 대상자의 규모를 대폭 증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화성시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화성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에 참여해 자신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과제는, '관점의 전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더 이상 외국인노동자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우리 지역을 잠깐 다녀가는 '방문노동자'일 수 없습니다. 화성 시민들과 함께 화성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책임지고 개척해나가야 하는 '소중한 동반자'이자 '역량있고 매력적인 이웃'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 화성시에서 위탁 운영하는 화성시 외국인복지센터가 현재 화성시는 향남읍 제약단지 한 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화성시는 면적도 서울의 1.4배로 크고 넓으며 동서간 인구 격차도 매우 차이가 큽니다. 특히 동부권역 메가시티인 동탄 1, 2신도시 인구를 합하면 2023년 1월 기준 40만 명이 넘습니다. 외국인 수도 많지만 현재 인프라는 부족해 보입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화성시가 워낙 광활한 지역이어서, 상대적으로 외국인 지원 인프라가 적어보이지만, 화성시는 이미 매우 훌륭하게, 외국인 시책을 추진해 온 외국인 시책 선도 지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성시외국인복지센터,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 민관학협의체 등 지원 시설과 거버넌스 기구가 운영 중이고, 외국적 아동 보육료 지원이나 문화다양성 축제 등 높이 평가돼야 하는 시책도 이미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몇 년 전에 '화성시외국인주민과 다문화가족 지원 기본계획'도 수립한 바 있고요.

지역의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한 외국인 주민을 더 이상 '관리나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동반자요 이웃'으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외국인 주민만을 위한 분리된 별도의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필요한 것은 외국인주민만이 아닌 외국인 주민과 화성 시민 전체를 포괄하는 '통합적인 시책'들일 테니까요. 그것이 뜻하는 바는 외국인 전담 부서나 외국인 지원 기관만이 아니라 이제 화성시의 모든 공공 기관이 외국인 주민의 접근성과 참여 그리고 만족도 높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변화들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E7 비자 취득 자격 완화로 외국인 노동자 가족들이 함께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에 화성시 지자체에서 준비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이 있나요.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좁은 의미의 '다문화 가족'에 대한 통념을 실질적인 맥락에서 수정하고, 확대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흔히들 국제 결혼 가정 전체를 '다문화 가족'이라고 알고 있지만, 한국의 법률이 규정하는 다문화 가족의 기술적인 정의는 '결혼이민자와 대한민국 국적 취득자'로 이루어진 가족으로 제한됩니다. 대한민국 국적자가 포함되지 않은 가족은 '다문화 가족'이 아닌 셈입니다.

다문화 가족이 이처럼 좁게 규정되는 경우 외국적자와 외국적자로 이루어진 '외국인 노동자 가족'은 다문화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일체의 행정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국제사회가 반복적으로 우리 정부를 향해 '다문화가족의 범위를 확대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7 비자는 가족 동반이 가능한 비자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가족 동반은 허용하되 '다문화 가족'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불허한다면, 심각한 정책적 혼란이 초래될 수 밖에 없습니다. 화성시가 외국적 아동에게 보육료를 지원하는 시책을 도입한 것은 이와 관련 매우 선도적이고 훌륭한 시책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가족이 다문화 가족에 준하는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자치 법규의 개정 등 추가적인 방안 등이 모색될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화성시는 산업재해 사망률 전국 1위이며 그 중 외국인 노동자 및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산업재해도 많습니다. 외국인 인권을 위해 지자체에서 마련해야 할 안전망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산재는 비단 외국인노동자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삶 전체를 파괴하는 심각한 생애사적 재앙입니다. 따라서 모든 노동자들이 산재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사업장의 작업 환경은 주기적으로 체크되고 위험요소들은 제거될 수 있어야 합니다. 산재 발발 사업장의 은폐 시도들도 철저한 관리 감독을 통해 봉쇄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언어적, 제도적 접근성의 제약으로 산재의 위험이 배가되고, 구제의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익숙한 언어로 산재 예방 교육이 시행될 수 있어야 하며 산재 대응 관련 전달 체계에 대한 정보가 구체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 산재 발발시에는 공정한 보상과 회복, 구제를 위해, 전문적인 통역 지원이 필수적으로 제공될 수 있어야 합니다."

- 화성시 지자체에게 조언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21세기는 '이민이 메가트렌드'인 시대입니다. 인구 감소, 노동력 부족, 지역 소멸 등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민자의 유치'는 이제 불가피한 선택지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이민청' 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전국의 여러 지자체들은 이미 외국인 인구의 지역 유입과 정착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전국 최고의 외국인 노동자 밀집 거주 지역이자, 외국인 인구 증가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화성시는 매우 축복받은 지역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국인 인구가 '내 삶을 바꾸는 희망 화성'의 주춧돌이 될지, 걸림돌이 될지는, 화성시와 화성 시민 여러분의 결정과 선택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글로벌 메가 트렌드를 선도할 것인가, 회피할 것인가, 선택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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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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