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서울시가 뒤통수"...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정보공개청구도 '비공개'

[단독] 예산전액 삭감에 "심사기준 밝히라" 청구... 서울시는 "공정한 업무수행 지장된다" 거부

등록 2024.02.26 06:53수정 2024.02.26 06:53
2
원고료로 응원
 
a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2023년 21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감독 민아영, 제작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의 한 장면. ⓒ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서울시의 예산 전액삭감으로 좌초 위기에 놓인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공동조직위원장 문경란 박김영희)가 심사기준과 심사 결과를 공개하라고 낸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서울시가 '비공개' 결정을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비공개 이유로 서울시는 "공정한 업무수행 지장 등"을 들었다. 

지난 2일 서울시(시장 오세훈)는 '2024년 서울특별시 장애인단체활동 및 행사 지원사업 공모'에서 장애인인권영화제 사업을 '선정 단체 없음'으로 최종 고시했다. 올해로 22회를 맞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지난 2020년부터 4년간 서울시 관련 공모사업으로 매해 4천~5천만 원의 예산을 받아 영화제를 개최해왔다. 2024년에도 서류 심사를 통과해 유일한 심사 후보 단체로 발표까지 진행했으나 최종 탈락됐다. 

이후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사무국은 "4년간 진행해왔던 '장애인인권영화제' 사업에 올해 선정되지 않은 결격 사유를 확인"하고자 서울시에 "'지원사업' 심사 기준 및 심사 결과 공개를 청구"했다. 지난 23일 서울시는 "공정한 업무수행 지장 등"의 이유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측에 '비공개' 결정을 통보했다. 

서울시는 "의사결정 과정에 준하는 정보로 공개시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타 기관의 심사결과 및 개인정보 포함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 및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공개시 위원의 개인정보를 삭제하더라도 업무의 원활하고 공정한 수행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음"이라며 관련 정보를 전부 '비공개' 처리했다. 

"서울시에 뒤통수... 4년간 열린 영화제 갑자기 중단돼"
 
a

2018년 4월 25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제16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식에서 문경란·박경석 공동조직위원장(왼쪽 두번째부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경석 위원장은 올해부터는 조직위원장 직을 내려놓았다. ⓒ 연합뉴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김혜인 사무국장은 지난 24일 <오마이뉴스>에 "서울시에 뒤통수 맞았다. 4년간 서울시와 영화제를 진행해오면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갑자기 사업을 중단시키는 일은 대단히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사무국장은 "담당 주무관에게 '심사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떨어질 수 있느냐'라고 물었는데, '심사 점수가 높지 않았다'라고 대답했다. 심사 기준을 물으니 기준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김 사무국장은 "장애인 인권을 탄압하는 상황에 맞물려 오세훈 시장의 입맛에 맞는 단체만을 선정해서 지원금을 주려는 의중이 드러난 결정으로 본다"라고 언급하며, "압박에 굴하지 않고 관객들과 힘을 모아 보란듯이 영화제를 개최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비공개 결정에 불복하면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돼있다. 김혜인 사무국장은 "이의신청을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다. 

4년간 공모사업 수행을 해왔음에도 탈락 사유를 밝히지 않고 정보공개 청구에도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는 24일 <오마이뉴스>에 "4년간 업무를 수행해오던 단체를 갑자기 탈락시킨만큼 당사자에게는 왜 떨어졌는지를 알리고, 공정하게 심사가 됐는지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어긴 사례"라고 언급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사무국은 오는 3월 5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장애인문화예술 검열하는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서울시 #예산 #정보공개청구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