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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돕다가 징역 3년' 버스 운전사 석방 위한 기도회 열렸다

지난해 8월 단속 피하려다 특수공무집행 방해로 징역 3년 선고… 탄원서 2200여 장 접수

등록 2024.02.29 18:15수정 2024.02.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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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대구 서구 비산동 포레스트홀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탈출을 돕다가 구속된 김민주씨의 석방을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 조정훈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도망가 주세요..."
 
지난해 8월 25일 오전 7시 25분. 45인승 통근버스를 운전하던 김민수(가명)씨는 대구 달성군 회사 인근 도로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 공무원들이 차량을 막아서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려 하자 단속을 피하기 위해 운전대를 틀었다.
 
출입국 차량이 통근버스의 앞과 뒤, 옆을 막고 단속에 나서자 버스 안에 타고 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30여 명은 김씨를 향해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김씨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김씨는 차량을 후진해 승합차의 앞 범퍼를 들이받고 출입국 직원들이 둘러싸자 좌측으로 운전대를 꺾어 승용차를 들이받은 뒤 도망갔다. 하지만 150m를 정도에서 단속차량에 다시 막히자 들이받고 차량 문을 열어 외국인 노동자들이 도망가도록 도왔다.
 
이 과정에서 출입국사무소 소속 공무원 11명이 전치 2주에서 3주의 상해를 입었고 차량도 3대가 파손돼 김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공무원들의 단속에 놀라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공무원들의 상해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은 점,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정상 참작해 징역 3년을 선고했고 김씨는 대구교도소에 수감됐다.
 
김씨의 사연이 알려진 건 고명숙 이주와가치 대표의 노력이 컸다. 고 대표는 지난 1월 기사를 통해 사건을 처음 접하게 됐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도왔다는 이유로 3년형을 선고받은 것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수소문을 통해 판결문을 입수하고 김씨가 일하는 공장을 검색해 찾아가 사연을 들은 뒤 탄원서를 받는 데 적극 앞장섰다.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도움과 시민들의 도움으로 2200여 장의 탄원서를 받을 수 있었다. 또 지역에서 어려운 이들에게 법률 도움을 주고 있는 손나희 변호사에게 부탁해 김씨의 항소심을 변호하도록 주선했다.
 
대구NCC인권위와 대경목정평, 대구경북이주연대는 29일 서구 비산동의 포레스트홀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행동으로 인해 구속된 김민주씨의 석방을 위한 기도회'가 진행했다.
 
대구NCC 인권위 박성민 목사는 "김씨는 울부짖는 이주노동자들을 도와야 된다는 생각으로 차를 몰았을 것"이라며 "어떤 지경에 처하게 될지를 뻔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동료들을 지켜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주님도 그 버스 운전석에 앉아 계셨다면 김씨와 똑같은 행동을 하셨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이주노동자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생각들이 사라지고 김씨의 행동이 제대로 전해졌으면 한다"고 기도했다.
 
김용철 성서공단노조 상담소장은 "김씨의 행동은 법 안에서 보면 실정법 위반이 맞다"면서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시하는 단속반원들로부터 벗어나게 돕다가 옥살이를 하는 김민주씨를 생각하면 3년이라는 형이 결코 가벼울 수 없다"고 말했다.
 
손나희 변호사는 "자신은 한 번도 누구의 도움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도와줘서 너무 감사하다는 편지를 여러 통 보냈다"며 "김씨의 마음이 재판부에 잘 전달되고 가족들 곁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항소심은 오는 3월 6일 진행될 예정이다.
#미등록이주노동자 #통근버스 #출입국관리사무소 #특수공무집행방해 #탄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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