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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학생의 목소리 "학생인권조례 폐지, 우리 목소리는 안 듣나요?"

도내 4개 학교 370여명 설문조사 결과, 폐지 반대 80% 이상... 충남교육청에 설문 결과 전달

등록 2024.03.04 10:22수정 2024.03.0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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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9일 내포신도시 충남도교육청 1층 로비에서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학생들은 충남교육청을 방문해 충남 학생인권 조례 폐지 관련 설문 조사 결과를 전달했다. ⓒ 이재환

 
충남도 내 80% 이상의 학생들이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충남 내포 지역 4개 학교(홍성 내포 중학교, 홍성여자 중학교, 홍동 중학교, 광천 중학교) 학생들은 지난 1월 12일부터 17일까지 학생 370여명을 대상으로 학생인권조례 관련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학생인권 조례 폐지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목소리가 빠졌다고 봤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월 2일 충남도의회는 학생인권 조례 폐지안을 부결했다. 하지만 도의회는 이를 번복하고 지난 달 26일 또다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상정을 예고했다. 폐지 조례안은 박정식 의원(아산3) 등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 33명과 무소속 지민규 의원(아산6)으로 총 34명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폐지안은 오는 5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제350회 충남도의회 임시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부결 한 달도 안됐는데... 국힘 재추진 https://omn.kr/27foy)

학생인권 조례 폐지, 압도적 반대

설문조사 결과 충남학생인권 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해 찬성하나, 반대하나'는 질문에 응답자 370명 중 81.4%가 반대했다. 또 응답자 373명 중 61.9%가 '학생 인권 조례 폐지 소식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충남학생인권조례 15조(차별받지 않을 권리) 2항에 대한 찬반 여부에는 응답자 373명 중 97.3%가 '찬성' 한다고 답했다. 

해당 조항은 '학생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학년, 나이, 성별,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종교,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학교,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 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의 소득 수준, 가족의 형태 또는 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질병 이력, 실효된 징계, 교육과정 선호도 또는 학업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학생들은 지난 2월 29일 충남교육청을 방문해 해당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했다. 이들은 학생인권 조례 폐지에 나선 충남도의회(의장 조길연)에도 설문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충남교육청 1층 로비에서 학생들을 만나 설문조사의 배경과 분위기를 전해들었다. 학생들은 "설문 조사와 결과를 정치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학생들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생활 협약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학생들에 대한 존중감 커져"

- 설문조사를 왜 시작했나?

A학생 :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관련된 뉴스를 봤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과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생각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 다른 학교와 협의회를 진행하고, 설문 조사를 했다."

B학생 :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 과정의 문제점은 이 소식을 아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학생들을 위한 인권 조례인데, 정작 인권조례 폐지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학생들을 지켜주던 울타리가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C학생 : "학생인권 조례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 설문에 참가한 학생들의 80% 이상이 학생인권 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학생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무엇인가.

A학생 : "학생 인권 조례가 사라지게 되면 인권 침해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물론 아동 학대법이 있어서 학생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여러 우려가 있다."

B학생 : "학생들이 (학교 생활 규정 등을 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 것도 안타깝다."
 
- 충남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회 활동과 관련한 언급도 있는데, 장점이 있나.

C학생 :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직접 '(학교) 생활 협약'을 만드는 과정이 좋았다. 학생들 스스로 지켜야 할 것(규칙)을 정하고, 어떤 규칙이 학교생활을 더욱 편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학생들이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됐다. 그런 과정에서 스스로의 삶을 더 돌아 보게 되었고, 다른 학생들을 존중하는 마음도 더 커졌다."

A학생 : "충남학생인권 조례의 참여권에는 학생회에 관련된 여러 조항이 있다. 각 학교(학생 대표)들이 모여 협의회를 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되어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면 학생들의 학생회 활동에도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일부 보수 단체를 중심으로 충남학생인권조례 15조 2항, 특히 성소수자 문제 때문에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B학생 :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을 했든 출산을 했든, 같은 성을 지닌 사람을 사랑하든,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잖나. 해당 조항이 문제라는 어른들 덕분에 외려 학생들이 더 나은 성 관념을 배우고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 같다. 이 조항을 이유로 학생인권조례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도 섣부른 행동이 아닌가 싶다."

A학생 :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현장이다.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와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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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4개 지역 370여명의 학생이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 81.4%의 학생들이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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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설문 조사 결과 ⓒ 이재환

 
 - 충남도 의회에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나.

A학생 :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길 부탁 드린다. 처음 설문을 제안할 때 혹시라도 정치 문제로 변질될까 걱정 했다. 마치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우려스러웠다. 또 선생님들의 권유나 강요가 없이 학생들 스스로 진행했는데, 혹시라도 선생님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

도의회에 '학생인권 조례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어른들의 정치 싸움이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어떻게 교육을 받아야 훌륭한 사회인이 될 수 있을지부터 고민했으면 좋겠다."

C학생 : "학생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학생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B학생 : "더 많은 학생들과 어른들이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충남학생인권조례 #충남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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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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