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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메고 해발 6893m 활화산 등반, 그가 오르는 이유

안치영 등반가 "여력이 되는 한 끊임없이 도전, 산은 날 채워주는 유일한 존재"

등록 2024.03.07 09:04수정 2024.03.0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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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네팔 힘중(Himjung 714m) 세계초등정 ⓒ안치영  ⓒ 화성시민신문


알피니스트라는 말을 듣고 "그게 뭐예요?"라고 물었다. 경기 화성시 동탄에 유명한 고산 등반가가 있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 인터뷰 요청을 했다. 세계 초등정(전 세계에서 처음 정상에 오르는 일)만 세 차례했던 알피니스트 안치영(46,동탄) 등반가를 지난 2월 28일 그가 운영하는 실내 암벽장에서 만났다.

알파인 등반은 소규모 인원으로 산길을 안내하는 셰르파 없이, 인위적으로 산소를 보충하는 공기 통도 없이, 고정 로프도 없이 등반하고 순수하게 자신의 힘과 의지만으로 오르는 등반을 말한다. 

안치영 등반가는 그해 최고의 등반가에게만 준다는 '아시안 황금피켈상'을 2012년, 2014년 두 차례나 수상했다. 산 정상에 처음으로 올라간 것을 의미하는 '초등정'한 곳만 4곳이다. 2005년 네팔 로부제 서봉 6145m 초등정, 2012 네팔 힘중 7140m 세계 초등정, 2013 네팔 히말라야 암푸 6850m 초등정이다. 

그리고 그는 3월 꽃피는 봄, 네팔에 다시 한번 간다. 그가 이번에 등정할 산은 네팔 쿰부에 위치한 캉리샤르 6811m 초등정과 춤부 남서벽 6859m 신루트다. 이번에 가는 등반은 '퓨어 알파인'으로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등반을 목표로 한다. 그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어려움을 이겨냈을 때의 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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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힘중(Himjung 714m)ⓒ안치영  ⓒ 화성시민신문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산을 다녔고, 암벽 등반, 빙벽, 고산 등반 모든 것을 다 하고 있습니다.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은 세계에 있는 높은 산을 가는 거고, 아무도 올라가지 않았거나 새로운 루트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등반가 안치영입니다." 

3월 네팔 고산 초등정을 앞둔 그는 한눈에도 긴장과 설렘, 두려움이 뒤섞여 온몸에 뭉쳐 있어 보였다. 뭉쳐진 것들은 해발 8000미터의 산을 올라가면서 하나둘씩 훌훌 벗어던지고 오는 걸까 궁금했다. 자유롭기 위해 산을 오르는 걸까?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그 높은 산에 왜 목숨 걸고 올라가느냐'라는 질문이에요. 실제로 몇몇 동료들을 산에서 잃기도 했습니다. 저는 산에 있으면 그냥 좋아요. 삶을 살아가면서 산만이 저를 채워주는 것이 있어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그래서 죽을 만큼 고통스럽고 힘들고 무서운 순간에는 다시는 안 온다고 다짐하지만, 내려와서 1~2개월 지나면 다시 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 거려요.


산은 내게 도전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내어주었고 산을 오르는 것은 나의 행동과 모든 생각들을 내려놓는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뜻이 맞는 동료와 함께 어려운 과정들을 해결해 나갈 때의 만족감, 육체와 정신의 고통을 이겨 냈을 때의 희열, 쾌감 이런 욕구가 채워지는 것이 중요했고 그 가치도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는 통로였습니다. 나는 산을 올랐지만 결국 나 자신이 움직이고 도전하고 설렘이 가득한 곳을 찾은 것입니다."


주변 산악인들은 안치영 등반가를 두고 타고난 알피니스트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의 지인은 그가 마치 외계인 같다고도 말했다. 돌아가야 할 자기네 별처럼 산을 여기는 것 같다고.  

안치영 등반가는 몸의 극한을 체험하는 모든 운동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2015년 남아메리카 칠레에 위치한 활화산을 그냥 간 것도 아니고 아시아인 최초로 자전거로 등정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대체 왜? 그랬냐고 묻자, 그가 머쓱하게 웃으며 답했다.

원정에 나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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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시민신문


"재밌었어요. 정말. 산을 다른 방식으로 올라가 보고 싶었는데 마침 자전거로 탈 수 있는 산이 있더라고요. 근데 서양인들은 자전거로 그 산 정상까지 올라간 사례가 있었는데 동양인은 한 명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정을 앞둔 그가 요즘 체력단련을 위해 주로 찾는 산은 설악산 도봉산 북한산 등 바위가 있거나 얼음이 있는 산이다. 

"원정을 앞둔 요즘에는 체력을 기르는 훈련을 본격적으로 하죠. 주말에 산에 가는 것. 산에 가서 암벽등반을 하거나 야영을 하죠. 평일은 주중에 산악 달리기 하루에 5킬로에서 10킬로 달리기를 주 3회 정도 하고, 근력 운동, 저녁에는 클라이밍 짐에서 지구력 훈련이나 볼더링으로 근력을 키웁니다. 산에서 걷는 훈련도 많이 해요. 10시간 정도 걸을 정도면 체력이 괜찮다고 보죠."

안치영 등반가는 산을 얘기할 때 활짝 웃는다. 평소에는 아마도 조용한 성품일 것이다. 그러나 산에서 있었던 경험을 이야기할 때 그의 목소리와 동공이 커진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을 물었다. 

"그동안 만났던 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14년 파키스탄에 있는 가셔브룸 5봉에서 내려올 때 밤 12시 넘어서 길을 잃어 헤맸을 때예요. 2013년 에베레스트 등반 때는 같이 올라갔던 동료를 잃기도 했어요.  물론 좋았던 기억도 있어요. 벽 위에서 1시간씩 얼음을 깎아내고 텐트 안에 누웠을 때가 행복한 순간으로 남아있죠."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을 뒤로하고 다시금 원정에 나서는 이유는 그 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른 자만이 알 수 있는 그를 채워주는 유일한 존재 산이 그를 부른다. 

"한 달에 한두 번, 등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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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에서 실내 암벽장을 운영하는 안치영 등반가.  ⓒ 화성시민신문


2017년 12월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실내 암벽장을 낸 그는 지역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등산의 즐거움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등산은 정말 좋은 스포츠에요. 일반 스포츠와는 달라요. 뭐랄까, 더 끈끈하고 우애가 생기고 어려움을 함께 했다는 동지애가 자연스럽게 생긴달까요. 그리고 자연을 사랑하게 돼요. 산길은 계단과는 다르게 돌과 길이 불규칙하게 나있고 딛거나 걸을 때 균형을 잡아 나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몸의 신경과 근육들이 움직여 코어와 밸런스가 좋아지고 심폐도 함께 좋아져요. 실내에서 운동을 하면 좋은 점도 있지만 지루하기 때문에 오래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등산은 긴 시간을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이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등산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안치영 대장에게 등산 초보자가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등산 초반부에는 빨리 올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몸도 산의 환경과 경사도에 적응해야 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요. 처음에는 천천히 오르며 숨을 고르고 자신의 체력을 가늠하면서 올라야 합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산을 오르고 40분 정도가 지나면 쉬어주고 수분을 보충해 주면 좋습니다. 그때 컨디션에 따라 포도당이나 전해질을 섭취해 주면 더 좋겠지요.

날이 추운 날 등산을 할 때 몸에 땀이 많은 사람은 옷이 완전히 흠뻑 젖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데 움직일 때 겉옷을 벗고 쉴 때는 입어서 보온을 유지시켜주는 방법을 잘 익혀야 합니다. 술을 작은 양이라도 운행 중에는 먹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산행으로 심박수가 올라가 있거나 몸에 수분이 빠져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평상시 보다 더 빨리 취하고 사고의 위험이 있습니다. 무릎이 안 좋거나 긴 산행이라면 스틱을 사용하고 올바른 사용법을 익혀놓는 것도 좋습니다. 스틱을 잘 쓰면 올라갈 때도 도움이 되지만 내려올 때가 더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에게 남은 꿈을 물었다.  

"앞으로 계획이요?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산을 오르겠죠. 체력에 따라 거기에 맞는 산과 저를 부르는 산을 찾아다닐 거예요. 고산 등반 신루트 개척도 계속하고 싶어요. 지역에서도 등산 학교를 운영하는 등 등산을 널리 알리고 건강하게 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안치영 #알피니스트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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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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