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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동하냐' 비난에도 조국혁신당 지지선언 받은 이유

미주 한인 교수 118명 지지선언, 어떻게 나왔나...'정치 불신의 시대'를 마감하는 방법

등록 2024.03.12 10:43수정 2024.04.0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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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오클랜드대학교의 교육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신선우라고 합니다. 지난 2월 말경부터 조국혁신당에 대한 미주 한인 교수들의 지지 선언을 받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동료 교수님들로부터 여러 말을 들어왔습니다. 때로는 수고한다는 격려도 받았고 때로는 비난도 받았습니다. 그래도 이번 기회가 조국의 주요 정치 사회적 의제나 현안에 대해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한 미주 한인 교수 사회에 조금이나마 작은 균열을 내는 데 일조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북미한인대학교수협의회에서 발간한 <북미 한인대학 교수총람>이란 책자를 우연히 입수해 이 책에 수록된 3500여 교수님들의 이메일 주소로, 결례가 되지 않게, '한 분 한 분'께 정성껏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마침 일주일간의 봄방학이라 이 기간에 말 그대로 불철주야 고군분투하여 마침내 모든 분들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오늘까지 지지 선언에 참여하신 분들의 숫자가 118명입니다. 최신 정보의 부족으로 주소 누락 등 연락이 미처 닿지 않은 많은 분들을 고려하면, 이 숫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시작한 일

행여 무슨 '흑심'을 품고 이번 일을 도모하지 않았나 오해를 받을 수도 있어 말씀드립니다. 교수님들께 보낸 이메일에서도 밝혔듯이, 저는 조국 대표를 만난 적도, 사적인 인연도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핸드폰이 없으니 아직 조국혁신당에 가입도 못했습니다. 저는 단지 한 사회가 갖춰야 할 '한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교수님들의 회신에 일일이 답하면서 혼자 이 일을 진행하다 보니, 미국 교수 사회의 고충이나 관심 사항에 대해서도 많은 걸 알게 되었습니다. 또 이 일을 추진하면서 뜻하지 않게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된 게 수확이 아니었나 하고 되돌아보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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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창당 조국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 권우성


역사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사람으로서, 지금 새로운 한 정당의 출범이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또 그 파급효과는 얼마나 클지, 이 시점에서 쉽게 예단하기 힘들지만, 이 일을 처음 시작한 당사자로서 그동안 느끼고 경험한 소회를 나누고자 부족하지만 펜을 들었습니다.
 
'조국혁신당 창당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자'는 도발적인 정치적 제언에 많은 교수들은 자신의 바쁜 업무 탓인지 시종일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일부 보수적인 교수님들은 "교수가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나 열심히 할 일이지, 웬 정치 선동이냐"라고 비난하기도 하셨습니다.  
 
반면에 또 다른 교수님들께서는 지금 한국의 서민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고, 국민 일상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장을 시시각각 목도하며, '변화의 시작은 바로 정치 개혁'에서 시작되고, 그 해결의 실마리도 바로 '정치 바로 세우기'임을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결국 '우리 정치가 바로 서야, 그때 비로소 모든 분야에서 국민의 삶도 행복도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진단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자신은 1980년대에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그 당시 전두환 독재정권 하에서 수많은 대학생들의 시위와 희생을 지켜보며 깊이 공감하였으나, 부모님 눈치가 보여 차마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어 침묵할 수밖에 없었노라고, 당시 운동권 친구들에게 참으로 미안했노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분은 이번 조국혁신당 지지에 기꺼이 참여하게 된 것은 그 부채 의식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일환이라고 고해성사하듯 말하셨습니다.

사실 저도 이분의 말을 들으며 '아, 이분이 바로 지금 내 얘길 하는구나!' 하고 새삼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조국혁신당 창당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분들이든 맹렬히 비난하는 분들이든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어 대화나 설득의 여지가 있어 보였습니다. 자신의 분명한 정치적 취향과 입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데도 용기가 필요한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다수의 침묵입니다. 자신의 분명한 주장을 내어놓질 않으니 이들의 속내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신당을 반대하고 거대 양당 체제가 지속되길 바란다는 것인지, 아니면 신당에 찬성하고 다당제를 원한다는 것인지 종잡기 힘들었습니다. 소위 정치적 무당파인 셈인데요. 본질은 변화에 대한 암묵적 거부, 즉 자신의 기득권 보호라고 해야 맞겠지요.  
 
다만 일부 교수들의 격한 반응을 몸소 겪은 저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미국에서 교수로서 살아가기에도 너무 벅차고 바쁜데, 내가 지금 조국의 상황에 대해 무슨 정치적인 발언을 할 여력이 있다는 말인가'라는 반응인데요. 이는 달리 표현하자면 정치적 허무주의나 냉소주의와도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보입니다.

우리는 정치적 동물
 
태평양을 건너는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조국의 정치 현실과 동떨어져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실 우리 삶과 정치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가령 한류가 세계를 주름잡고 BTS 공연에 세계의 젊은이들이 환호할 때, 우리 스스로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듯이, 내 조국의 현실이 암울하고 참담하여 그곳에 살고 있는 내 부모, 형제, 친지, 친구들의 삶이 경제적으로 피폐해지고 고통받고 있을 때, 먼 곳에 있는 나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정치적 동물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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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창당 3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원들이 '3년은 너무 길다' '검찰독재 조기종식'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더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가치판단의 문제'입니다. 살다 보면 때로 우리는 옳고 그름의 기로에서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자신을 내 던져야 할 '운명' 의 시간과 조우합니다. 이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처럼,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소극적이고 가치 중립적인 보신주의만이 일신상의 안전과 안녕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알게 모르게 가르쳐 왔던 것이죠. 어쩌면 70년 넘게 지속된 뼈아픈 분단의 체험이 웅크리며 숨죽이고 사는 게 미덕이라고 가르쳐 온 게 아닌가 자문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정치 불신의 시대에 집권당의 실정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등장한 신생 개혁 정당인 조국혁신당을 과감하게 지지하는 이런 정치적 선언에 혹여 자신에게 닥칠지도 모를 그 어떤 불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이름을 선뜻 얹어준 118명의 교수들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처음 떨어지는 한 방울의 물이 바위를 뚫고, 한 점 불꽃이 광야를 태운다'는 말처럼, 이들의 용기와 희생이 지금 위기에 처한 내 조국을 구하는 신호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인류 역사의 진보는 이렇듯 용기 있는 자들에 의해 시작됨을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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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창당 선언에 대한 미주 교수들 지지 성명자 명단 (2024. 3. 11 기준)
 
안동욱 교수( Iowa State University), 조광순 교수 (University of South Florida), 조수제 교수 (Fordham University), 유은미 교수 (Sacramento State University), 조지원 교수 (Oregon State University), 박인수 교수 (Dakota State University), 최남기 교수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최백영 교수 (University of Missouri-Kansas City), 송세준 교수 (University of Missouri-Kansas), 조현각 교수 (Michigan State University), 백은옥 교수 (California State University), 현승근 교수 (University of South Carolina), 허성규 교수 (California State University San Bernardino), 배태옥 교수 (Indiana University), 강남순 교수 (Texas Christian University), 정해권 교수 (Texas A & M University), 강홍태 교수 (University of Michigan – Dearborn), 강민희 교수 (Texas Tech. University), 허 창 교수 (Niagara University), 이명재 교수 (California State Polytechnic University Pomona), 장재진 교수 (University of Wisconsin), 김홍경 교수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 김재윤 교수 (The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김형수 교수 (University of Kentucky),김종혁 교수Kim, Jay (University of Cincinnati), 김정환 교수 (University of Arkansas), 김지연 교수 (Boston University), 김두옥 교수 (University of Kentucky), 김성재 교수 (Mississippi State University), 김근규 교수 (Delaware State University), 장승순 교수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김태성 교수 (Liberty University),김장민 교수 (University of Buffalo), 김성곤 교수 (Mississipp State University), 김용수 교수 (University of Hawaii), 유재혁 교수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 김경선 교수 (University of Wisconsin Madison), 권영후 교수 (Texas Woman's University), 이 철 교수 (Wayne State University), 권이현 교수 (National University of Health Sciences), 정승우 교수 (Columbus State University), 김동성 교수 (Drew University), 김세윤 교수 (Fuller Theological Seminary), 이재진 교수 (Iowa State University), 임 숙 교수 (St. Catherine University), 유성매 교수 (Pen State University), 이관승 교수 (University of Houston Victoria), 권경아 교수 (University of Oklahoma), 임주연 교수 (Oregon State University), 남상곤 교수 (Azusa Pacific University), 이은신 교수 (The Ohio State University), 손재봉 교수 (California State University, Chico), 오광욱 교수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uffalo), 권재락 교수 (University of Michigan, Dearborn), 임용재 교수 (Kutztown University of Pennsylvania), 김혜숙 교수 (Harvard University),이정우 교수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박휘니 교수 (Indiana Wesleyan University), 위추량 교수 (The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uffalo), 심종민 교수 (The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uffalo), 박도영 교수 (Illinois State University), 노홍석 교수 (Drexel University), 주영화 교수 (Virginia Polytechnic Institute & State University),
김 준 교수 (Southern Illinois University), 김양수 교수 (Virginia Western Community College), 박보영 교수 (Radford University), 이숙영 교수 (Baylor College Medicine), 민정원 교수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이종일 교수 (The City of University of New York), 이용환 교수 (Louisiana State University), 김일환 교수 (The University of Tennessee), 박근표 교수 (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 박도환 도수 (University of Maryland), 김알버트 교수 (Kim, Albert S.) (University of Hawaii), 김용헌 교수 (University of Cincinnati), 민병갑 교수 (The City University of New York), 권미영 전교수 (Cuyahoga Community College), 김성언 교수 (California State University Long Beach), 조연주 교수 (The University of Texas at Tyler), 임민수 교수 (Slippery Rock University), 강혜령 교수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강 민 교수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이용주 교수 (Central Washington University), 이경배 전교수 (University of Oklahoma), 이범수 교수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박성균 교수 (University of Michigan), 이영숙 전교수 (Eastern Illinois University), 한충희 교수 (Hope College), 황유연 교수 (Hope College), 조운수 교수 (University of Michigan), 송영태 교수 (Towson University), 여 윤 교수 (Purdue University), 유영주 교수 (University of Michigan), 원은영 교수 (University of Washington), 황보명환 교수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송호림 교수 (Texas Southern University), 성준기 교수 (Western Kentucky University), 신경호 교수 (Northwest Missouri State University), 신광철 교수 (University of West Georgia), 임현아 교수 (Mississippi State University), 김수현 교수 (The University of Arizona),김아영 교수 (Mississippi State University), 안인숙 교수 (New Mexico State University), 신진용 교수 (Hofstra University), 여은호 교수 (Plymouth State University), 윤성도 교수 (Mississippi State University), 윤여민 전교수 (Seton Hall University), 윤장현 교수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Keck School of Medicine), 윤민희 교수 (University of Pittsburgh), 신영태 전 교수 (University of Central Oklahoma), 양철호 교수 (Oklahoma State University), 배지영 교수 (Oklahoma State University), 이에디 교수 (Stonehill College), 고명숙 교수 (Eastern Michigan University), 신선우 교수 (Oakland University), 김상섭 교수 (Rosalind Franklin University of Medicine & Science), 주백규 교수 (Slippery Rock University of Pennsylvania)
 
총: 118명
  
P/S: 참고로 이 명단은 2024. 2. 24일부터 현재까지 서명에 참여하신 '순서' 대로 기재한 것입니다. 이 숫자는 지금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조국혁신당 #미주교수 #정치 #보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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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생 없는자들 편에 같이 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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