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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 1년간 복귀 안할 수도... 윤석열 정부 완전히 오판"

[인터뷰] '조국혁신당 영입인재' 김선민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피해 커지기 전에 대화해야"

등록 2024.03.15 12:09수정 2024.03.1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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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영입인재인 김선민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14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가 의사들은 '어차피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다면 못된 거다. 그게 아니라면 어설펐다"고 지적했다. ⓒ 권우성

   
[기사수정: 15일 오후 1시 28분]

김선민(60)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의대 증원에 따른 전공의 이탈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 대해 "윤석열 정부가 완전히 오판한 것"이라고 했다. 과거의 의사 파업이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계획됐던 것과 달리, 현재 전공의 반발은 조직 결정이 아닌 개별적 반응이라 수습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지금처럼 '면허 정지' 등 압박만 일관한 채 2000명 증원 숫자를 고수하다간 "정말 1년간 전공의 없이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김 전 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만 해도 대형병원 취직이 중요해 전공의들이 의협 선배들의 눈치를 봐야 했지만, 지금은 문화가 완전히 달라졌다"라며 "의협도 전공의들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들은 더 이상 근무시간이 길고 업무강도가 높은 대형병원에 남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그동안 힘들었는데 이 참에 좀 쉬고 가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현재 100개 수련병원 중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는 1만 2000명으로, 전체 92%에 달한다.

김 전 원장은 "총선을 고려해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도 하지 않고 '2000명' 숫자를 내지른 것은 실책"이라고 했다. 그는 "이러다 자칫 의대 증원을 영영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라며 "국민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정부와 의료계 양쪽 모두 갈등을 멈추고 공개적인 대화 테이블을 꾸려야 한다"고 했다.

OECD '의료의 질과 성과 워킹그룹' 의장, WHO(세계보건기구) 의료서비스제공 및 안전국 수석기술관을 지낸 김 전 원장은 2020년에 여성·내부승진 최초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원장에 올랐다. 2023년 퇴임 후엔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로 부임해 일하다가 지난 6일 조국혁신당에 5호 인재로 입당했다. 이번 인터뷰는 의대증원 관련 내용으로만 진행했다. 아래는 김 전 원장과의 일문일답.

"의협도 전공의 컨트롤 못해... 문화가 완전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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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협의회, '의대 정원 확대 반대' 긴급 임시대의원총회 개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3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강당에서 긴급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었다. ⓒ 권우성


- 지난달 19일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지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대학병원 40%가 전공의다. 1~2주는 버티겠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 현장에 있었는데, 그땐 동네 의원까지 모두 파업을 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곧바로 피해를 봤다. 이번 파업은 대학병원 위주다 보니 국민들이 체감하는 데 시간이 좀더 걸린다. 하지만 이제 슬슬 일반 국민들도 그 여파를 느낄 시점이다."

- OECD, WHO 등 국제기구에서 활동했다. 의료계는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의사 수는 부족한 게 맞다. 인구 1000명 당 의사수가 한국이 2.6명으로 OECD 평균인 3.7명에 크게 못 미친다. 의사는 분명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의료계 입장에선 2000명이란 숫자가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이 3058명이었는데 당장 2000명을 늘리겠다면 훨씬 정밀한 사전 협상이 선행됐어야 한다.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

- 2000년 의약분업 때 의사 파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었다.

"현재의 의사 파업도 잘못됐다 생각한다. 의사의 이익과 국민의 이익이 충돌하면 무조건 국민 이익이 먼저라는 게 기본 소신이다. 2000년에도 목소리를 낸 이후 의료계 내에서 심한 따돌림으로 상처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 전공의들의 파업 양상이 그때와 많이 다르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이들은 누군가의 리드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다. 면허를 박탈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면허정지' 정도는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애초에 요즘은 예전처럼 힘들게 전공의(일반의 이후 4~5년의 수련과정을 거쳐 취득)가 되려는 분위기도 아니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다들 일반의로 개업해서 돈 잘 버는데, 이 참에 잘됐다'는 기류가 크다. 힘으로 누르면 전공의들이 돌아올 거라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 정부는 2000명 증원 숫자를 고수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있다.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지 않나. 못됐거나, 어설펐다. 정부는 지난달 6일에야 '2000명' 숫자를 내질렀다. 의사는 보수 성향이 아주 일관된 집단이다. '어차피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다면 못된 거다. 그게 아니라면 어설펐다. 정부가 명분으로 제시한, 낙후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복원하겠다는 것에는 백번 동의한다. 하지만 의사수 늘린다고 해결이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지금 지역의료와 필수의료가 붕괴된 근본적 이유는 시장 실패다. 충분한 환자수가 없는 영역에서 수요·공급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태백병원만 해도 전체 인구가 3만 8000명인데 작년에 아이가 93명밖에 태어나지 않았다. 소아과가 태백시 전체에 3개뿐이다. 낮에는 돌아가도 밤에는 커버가 안 된다. 과연 현 상태에서 의사 수만 늘린다고 태백까지 의사들이 갈까? 정부가 말하는 '의사 낙수효과'는 허상이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공공의료기관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민영의료의 총본산이라는 미국도 공공병원 병상 비율이 30%다. 근데 우리는 10%밖에 안 된다. 독도에도 운동화가 필요한데 수지가 안 맞아 배송 가는 기업이 없다면, 국가가 해야 하지 않나. 똑같다.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평가 기준이 지금처럼 '진료 수익'이 돼선 안 된다. 돈 안 되는 영역에 짓는 게 공공병원인데 '돈 안 된다'고 뭐라 하면 되나.

공공의료기관 하나 지으려면 기재부 반대로 다 무산되는 현 제도를 바꿔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경남지사 때)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것처럼 지자체장 마음대로 공공의료기관을 없애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이 정도 하려면 공공의료특별법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본다. 그거 하려고 정치 입문했다."

"총선 전 전공의 돌아오지 않을 수도... 출구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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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역에 의사가 가지 않는 건 외국에서도 공통된 고민거리다. 예컨대 지역 의대라면 장학금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10년 근무'를 입학 조건으로 걸어야 한다고 본다" ⓒ 권우성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지냈다. 공공의료기관은 의료 질이 낮다는 인식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심평원에서 여러 번 측정한 결과다. 서울의 대형병원과 비교해 지역 국립대 병원들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사망률, 진료 프로세스, 적절한 약을 제때 쓰는지, 심근경색증 환자가 병원에 도착해 몇 분만에 시술을 받는지 등 여러 지표를 봐도 공공의료원이 민간병원에 뒤지지 않는다. 물론 소수의 뛰어난 민간병원들도 있지만 공공병원은 어디든 의료 질의 편차가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수술 약을 과다하게 쓰거나 CT를 많이 찍는 등 불필요한 의료 행위도 더 적다. 의료비도 더 싸다."

- 정부도 의대에서 장학금을 지원하는 대신 일정 기간 지역에서 근무하게 하는 '계약형 필수의사제'를 도입한다고 했다.

"지금 의대 커트라인을 보라. 서울의대부터 지방의대까지 이과 1등부터 순서대로 쭉 서울 학생들로 대부분 채워진다. 과연 장학금 좀 준다고 의사들이 지역에 근무하겠다는 계약을 할까? 의대생 대부분 돈 많은 집 자제들이다.

사실 지역에 의사가 가지 않는 건 외국에서도 공통된 고민거리다. 결국 출생지가 그 지역인 의사가 개업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예컨대 지역 의대라면 장학금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10년 근무'를 입학 조건으로 걸어야 한다고 본다. 의사도 10년 정도 지역에서 의무로 일하게 되면, 자기 환자와 네트워크가 생기기 때문에 그곳을 잘 떠나지 않는다. 실제 태백병원에서 오래 근무하던 서울 출신 의사들이 주변에 개업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건 지역에도 좋은 일이다."

- 현재 전공의 이탈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국민에게 의견을 묻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 절대 못 받는다'가 아니라 열린 자세로 토론해야 한다. 논란을 야기한 정부도 책임을 지고 한발 물러서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2000명' 숫자만 고집하는 정부 모습을 보면 그렇게 될 것 같지가 않다. 의대 증원의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될까 불안하다. 이렇게 가다간 만 명 넘는 전공의 상당수가 총선 전은 물론 앞으로 1년간 복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의대생 휴학으로 매년 배출돼야 할 의사 3000명이 올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의료계 내엔 예상 출구 시나리오조차 들리는 바가 없다. 정말 답답하다."
#김선민 #의대증원 #윤석열정부 #전공의 #의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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