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위협... 우리나라도 이젠 '뎅기열' 청정지대 아냐

[검역 현장 제주에서 답을 구하다] 공항·항만검역소, '철저 검역'으로 지역사회 지킨다

등록 2024.03.18 16:00수정 2024.03.1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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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공항 내 설치된 '뎅기열' 무료 검사 안내문 ⓒ 질병관리청

 
기후변화가 우리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09년간 연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2℃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특히 봄과 겨울의 기온 상승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다. 기온의 장기적인 변화 추세로 최근 30년(1991∼2020년)은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연평균기온이 1.6℃ 상승했다.

이와 같은 기후변화가 우리나라에서 직접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곳은 바로 제주도. 그 현장을 지난 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이희일 질병관리청(아래 질병청) 매개체분석과장은 "기온 상승으로 곤충을 매개로 하는 감염병의 경우 제주도에서 '뎅기열(Dengue fever)'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꼽았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유입되는 뎅기열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1월 평균기온 10℃ 라인이 기후변화로 (위쪽으로) 변동되어 뎅기열이 토착활 될 우려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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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또는 지역별 뎅기열 위험 지역(2013년 기준, WHO). 우리나라 제주도는 10℃ 선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다. ⓒ 질병관리청 제공

 
'뎅기열'은 열대숲모기를 매개로 한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사람이 모기에게 물려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생기는 병이다. 만약 해외, 주로 열대지방과 아열대 지방을 여행하다 뎅기 모기에 물려 감염된 상태로 국내 입국, 국내에 있는 숲모기가 그 사람을 물어 다른 사람을 물게 되면 뎅기 바이러스가 전파가 이뤄진다. 

뎅기열은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에 의해 주로 전파되나 우리나라에서는 월동을 하지 못함으로 존재하지 않고, 국내에서 발견되는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에 의해서도 전파가 가능하다. 

뎅기열의 증상은 3~14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 발열, 발진, 두통, 근육통, 관절통, 식욕 부진 등이 나타나는데, 뎅기열 자체로는 사람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뎅기 출혈열이나 뎅기 쇼크 증후군 같은 합병증으로 사망률이 높아진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뎅기열 예방 접종이나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 주의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국내 토착화 1순위로 꼽는 뎅기열은 2000년 10월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된 이후 매년 해외유입으로 환자가 발생하며,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오진희 질병청 건강위해대응관은 "주로 해외에서 발병하는 뎅기열은 아직 우리 국민에게는 와닿지 않을 것이고 그에 대한 공포도 적다"면서 "많이 발생하는 곳에서는 위험성을 낮게 인식하지만, 모르는 질병이 국내에 급속도로 전파될 경우 국민들 사이에 상당히 위협으로 전해질 수 있기에 국민들에게 직접 와닿는 정보를 갖고 그 질병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역 최일선' 현장을 가다 : 제주공항검역소와 제주항만검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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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14일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 질병관리청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감염병을 막는 '제주도 검역 최일선'은 제주공항검역관리소와 제주항만검역관리소가 있다. 

국립제주검역소(소장 김옥수)에 따르면, 2023년 선박‧항공의 검역 건수는 총 4364건으로 2022년 대비 8.5배 증가했다. 크루즈의 경우 2023년 63척에서 2024년 291척으로 362%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며, 공항의 경우 2023년 4226의 항공기를 통해 64만 명이 검역을 받았다면 2024년 5700대 항공기를 통해 총 87만 명이 검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오전 찾아간 제주국제공항 검역관리소는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이 입국하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다. 입국객이 공항으로 들어오면서 검역통보서류확인 절차를 먼저 거치는데, 검역관이 항공기도착통보서, 항공기 보건상태 신고서, 승무원과 승객 명부를 확인하게 된다. 또 머리 위에 있는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해외 입국자 전원에 대한 발열 감시가 이뤄진다. 체온이 '37.5℃ 이상(발열자)'인 유증상자로 분류된다. 

입국자는 검역관에게 건강상태 질문서 또는 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Q-CODE·큐코드)를 제시하면 된다. 승객 한 명이 검역대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내외로, 큐코드 하나면 입국 시 검역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해외입국자 추적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지영미 질병청장은 1일 검역관으로서 '뎅기열' 유증상자 발생 상황을 재연했다. 체온측정과 큐코드 입력 내용을 확인하는 검역조사, 역학조사 등 일련의 검역 과정을 직접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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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항에 접안한 중국 상하이발 크루즈선에 승선해 선박 상주의사가 제출한 서면보고를 살펴보고 있다. ⓒ 질병관리청

 
이어 오후에는 또다른 검역 최일선 현장인 제주 서귀포시 강정항 질병관리청 국립제주검역소를 찾았다. 중국에서 승객 4600여 명을 태우고 강정항에 도착, 접안해 있는 16만8000t급 크루즈선박 '아도라 매직 시티(Adora magic city)'호에 대한 검역을 위해 검역관들이 올랐다. 이날은 특별히 지영미 청장과 취재진 등이 함께 승선했다. 

통상 검역은 검역관이 2인 1조로 크루즈선에 올라 승객과 승무원 명부와 건강확인서, 위생면제증명서 등을 확인한다. 이날 해당 선박을 검역한 결과, 코로나19, 인플루엔자, 급성 위장관염까지 총 5명의 유상증자가 나왔다. 검역관은 이 중 코로나19 유상증자 2명에 대해선 선내 격리유지와 함께 선박 자체 소독 명령을 실시했다. 일반적으로 크루즈 검역에는 40분가량 소요되며, 검역이 완료된 이후 승객들에게 하선 명령이 내려진다. 

최일선에서 국내외로 감염병이 번지는 것을 막고 있는 박성순 제주검염소 팀장은 "확진자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지역사회 확산을 막았다는 생각이 들면 보람을 느낀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른 감염병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른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팀장은 "특히 출입국심사 과정에서 검역이 끝나는 게 아니다"면서 "지자체와 연계·협력해 지역사회 확산을 방지하는 것까지가 방역이고, 그런 측면에서 잘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재귀 검역정책과장도 "검역은 최일선에서 해외로부터 질병의 유입·확산을 방지하여 국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피해 예방을 위한 중요한 조치"라며 "해외방문 프로세스에 맞춰 출국 전부터 입국 후 감염병 잠복기까지 서비스 관점에서 해외여행의 모든 과정을 고려하는 6단계 검역체계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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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공항 내 질병관리청 검역소. ⓒ 질병관리청

 
한편, 오진희 건강위해대응관은 "기후변화는 예전부터 진행돼 왔고, 기후변화 자체를 막지 않는 한 변화는 당연하다"며 "하지만 인간에 의한 과도한 변화는 대응해야 하고, 변화를 불러오는 정보를 갖고 위협을 맞이하면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제주 검역 현장을 둘러보고 일선 검역관들을 만나보니, "검역은 감염병을 조기에 원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유입되더라도 지역사회로 확산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오 대응관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질병관리청 #검역소 #뎅기열 #감염병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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