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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팔현습지에 시민들 몰린 이유

금호강 팔현습지시민생태조사단 팔현습지 생태조사 현장

등록 2024.03.24 13:32수정 2024.03.2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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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의 연초록빛 향연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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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버드나무들이 일제히 초록을 뿜어 올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온통 초록이다. 그것도 연초록빛의 향연이다. 이곳은 금호강 팔현습지. 이맘때 강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한다. 버드나무들이 서서히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면서 초록의 향연을 펼치기 때문이다.

초봄은 선버들, 버드나무, 능수버들, 왕버들 종류도 다양한 버드나무들이 일제히 초록을 뿜어 올리는 시기로 각각 시차를 두고 새싹을 틔우기 때문에 3월말 이맘때부터 4월까지의 강은 가장 아름다운 초록빛을 선사한다.

연초록빛 향연 펼쳐지는 팔현습지 찾은 시민생태조사단

연초록으로 물든 강은 특히나 아름답다. 꼭 한번 구경하고 맘껏 누릴 필요가 있다. 연초록이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물론 연초록이 짙은 초록으로 바뀌어도 아름답지만 연초록빛 향연보다는 떨어지는 풍광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때 마침 '팔현습지시민생태조사단'이 팔현습지를 찾았다. 전국의 생태조사 전문가 및 아마추어 조사자들이 '시민과학'의 이름으로 모여 팔현습지 구석구석을 누비며 생태조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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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초록으로 물들고 있는 팔현습지의 아름다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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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시민생태조사단 팔현습지를 찾아 생태조사에 나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해 11월 1차 조사에 이어 23일(토) ~ 24일(일) 이틀에 걸쳐 팔현습지에 대한 2차 생태조사를 벌인다. 이들 '시민과학자'들에 의해서 포유류, 조류, 어류, 식생 등에 대한 조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미 팔현습지에는 14종의 법정보호종 야생생물이 조사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어떠한 법정보호종 야생동식물들이 추가로 조사될지 혹은 얼마나 많은 생물종들이 이곳 팔현습지에 살고 있는지 이들의 조사가 주목된다.

이번 조사는 팔현습지에서 목격되는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함이고, 향후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이곳 팔현습지를 국가보호습지로 지정하게 하기 위함"이란 것이 이 행사를 주관하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입장이다.


팔현습지는 좁은 단일 면적에 14종에 이르는 법정보호종 야생동물이 목격된 현재의 조사결과만으로도 국가보호습지로 지정되기 충분하다. 시민과학자들의 조사결과가 그 합리적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 제4차 전국자연환경조사가 2015년 진행된 바 있다. 팔현습지를 습지보호지역 및 람사르습지로 등록∙평가하기 위한 기초조사였다. 당시의 조사결과는 부실했고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실시한 생태조사에서만 법정보호종이 14종이 목격되는 등 2015년 당시 조사결과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는지라 "오히려 지금이 람사르습지와 같은 국가보호습지로 지정되기 충분한 요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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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에서 목격된 쏘가리. 쏘가리가 살 정도로 금호강의 생태계는 돌아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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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의 흔적을 찾고 있는 팔현습시시민생태조사단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따라서 "팔현습지시민생태조사단이라는 시민과학자들에 의한 이틀간의 조사를 통해 팔현습지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통해서 팔현습지를 국가보호습지로 지정되게 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지금 어이없게도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팔현습지에 계획하고 있는 생태파괴사업인, 팔현습지의 핵심 생태구간을 가로질러 산과 강의 생태계가 온전히 연결된 그 구간을 완전히 교란시켜 버릴, 보도교 공사를 막아내기 위함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즉 보도교 공사가 예정된 팔현습지 하식애 주변은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이 마지막으로 머무를 수 있는 '숨은 서식처'로서 이곳이 파괴되면 팔현습지의 많은 법정보호종 야생생물들이 더 이상 팔현습지에 머무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 생태 전문가의 평가다.

멸종위기종들의 '숨은 서식처' 팔현습지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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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수버들을 세세히 관찰하고 있는 김종원 전 교수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에 대해 <한국식물생태보감>이 저자이자 저명한 생태학자이기도 한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숨은 서식처로서의 팔현습지의 가치에 주목한다.

"공룡이 멸종하는 중생대의 종말 세상에도 생명이 살아남아 오늘 같은 풍요로운 생물 다양성의 세상으로 이어진 것은 바로 '숨은 서식처'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숨은서식처는 흔해 빠진 삶의 거처가 아니라 본래 아주 희귀한 서식처이다. 공룡시대에도 지금 같은 인류세에도 그렇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은 국토가 좁고 인구 밀도가 높지만, 생물다양성이 명맥을 잇고 있는 건 숨은서식처가 여태껏 개발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땅의 숨은서식처는 정말로 마지막 생명의 보루이다. 이러한 숨은서식처는 국립공원이나 천연기념물 이상의 수준으로 국가적 보호 대책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 국회가 서둘러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멸종위기종들을 보호하고 그 서식처를 보전할 필요가 있는 환경부가 멸종위기종들을 팔현습지에서 내쫓을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보도교 사업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는 요구가 터져나오고 있는 이유다.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 박호석 공동대표는 말한다.

"이토록 좁은 단일 면적에 14종에 이르는 법정보호종 야생동물이 산다는 것은 이곳의 생물다양성이 정말 풍부하다는 것으로 이곳만큼은 꼭 온전한 모습으로 누대로 보전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환경부가 멸종위기종들을 내쫓는 토건공사를 벌인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환경부가 환경을 파괴하는 일을 벌이는 것으로, 만약 환경부가 보도교 공사를 강행한다면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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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지키는 예술행동'에서 팔현습지에 내선 설치 미술. 팔현습지에 목격된 14종에 이르는 법정보호종 야생동물을 설치해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박호석 대표의 말처럼 팔현습지는 그 아름다움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 대구지역 젊은 예술가들은 '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을 결성해 팔현습지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일에 주력하면서 그를 통해 환경부발 '삽질'을 막아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전국으로 펴져나가 팔현습지시민생태조사단이란 이름으로 전국의 활동가들이 모여 이틀에 걸친 생태조사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이틀간의 조사를 통해 팔현습지에 살고 있는 포유류, 조류, 어류 등의 야생생물에 대한 진단과 해설, 이를 통한 시사점이 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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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에서 이틀에 걸친 생태조사를 벌이는 팔현습지시민생태조사단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금호강 #팔현습지 #시민생태조사단 #김종원교수 #숨은서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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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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