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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중재 요청받았다는 한동훈 ... 즉각 반응한 용산

의대 교수 집단 사직서 제출 하루 앞두고 깜짝 간담회... '유연 처리' 주문에 용산 "대화 추진"

등록 2024.03.24 18:57수정 2024.03.2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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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와 의료계 간의 건설적인 대화를 중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마치고 '중재' 역할을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권의 판세가 좋지 않은 가운데, 전국의과대학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던지겠다고 예고한 시한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성사된 만남이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충돌 국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당이 직접 나서서 매듭을 풀겠다는 액션으로 보인다. '강경 기조'였던 용산 대통령실에서도 이날 양측의 만남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여당 대표의 '주문'이 나오자,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마냥 기민하게 반응해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당초 의과대학 증원 문제는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호재'로 여겨지는 이슈였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며 정부 책임론도 점차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집권여당 대표가 나름의 역할을 해내는 그림을 그렸으나, 구체적인 해법 마련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만남은 50분, 브리핑은 1분... "의료계, 건설적 대화 나설 준비 되어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24일 오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해 약 50여 분의 비공개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 앞에 잠시 섰다. 그는 "간담회에서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그것 정도 말씀드리고 가겠다"라며 "국민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의 건설적인 대화를 중재해 달라는 요청을 제가 받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아울러 의료계에도 '정부와의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말씀도 저에게 전했다"라며 "저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답변을 드렸다"라고 말했다. 다만 "제 말씀은 이 정도이다. 제가 더 상세한 말씀은 더 드리지는 않겠다"라며 "같이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눈 부분에 대해서 상세한 공개는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이 정도 취지를 말씀드리면 충분할 것 같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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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의료공백 전공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며 의료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중, 지난 13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보호자가 환자를 옮기는 모습. ⓒ 연합뉴스

 
다시 양측이 만날 가능성에 대해 질문이 나왔으나 "좀 지켜봐 주시라"라며 "제가 한다는 것이 어떤 건설적인 대화를 하는 것을 좀 도와드리고 문제를 푸는 방식을 제시해 드리고 이런 부분들을 말씀드린 것이기 때문"이라고만 답했다. "좀 지켜봐 주시면 될 것 같다"라며 구체적인 대답을 피한 것. 한 비대위원장의 백그라운드 브리핑은 1분 만에 종료되고 말았다.


박정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 역시 "위원장께서 말씀하신 것 외에는 더 전해드릴 게 없다"라며 "양쪽이 모두 오늘 안에 있었던 이야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해를 부탁드린다"라고 설명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가 선제안... 한동훈, '현장' 강조하며 병원으로

마침 여당 내에서도 지도부의 역할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던 차였다. 인천광역시 동구·미추홀구을에 출마한 윤상현 국민의힘 후보는 23일 "출구없는 의료대란, 국민의힘 지도부가 나서야"라는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열리지 않는 대화의 문을 열어 투쟁의 시간을 끝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이 나서야 한다. 당 지도부가 중재안을 만들어 양쪽을 설득해야 한다"라며 "정치의 본령은 대화와 타협이며, 모든 것의 귀결은 국민을 위한 길이 되어야 한다. 당 지도부가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전, 한 비대위원장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본인의 모두발언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제가 오늘 오후에 전국의대교수협의회 간부들과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 만날 예정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라고 '깜짝' 발표했다. 당초 기자들에게 공지된 일정이 아니었다. 당 공보실에서는 이후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되오니, 일정 참고하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뒤늦게 공지했다.

이번 만남은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측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단이 여의도에 자리한 국민의힘 당사에 오는 방향이 검토됐으나, 한동훈 비대위원장 측이 '현장'을 보겠다며 장소가 변경됐다는 후문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우리도 한 위원장이 의료계와 만나는 일정 정도만 미리 알고 있었을 뿐, 나누게 될 대화 내용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간담회 직전까지 용산은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은 미복귀 전공의들의 면허를 이번 주부터 정지하겠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입장이었다. 정부는 이미 의대 정원 증원 규모도 2000명으로 못을 박았다. 심지어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법과 원칙이 있기 때문에 절차를 밟아나갈 수밖에 없다"라고 이를 재확인했다.

그런데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브리핑이 끝나고 1시간 만에 용산이 움직였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기자들에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대통령실에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라며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당부했다"라고 알렸다. "또한 대통령은 한 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라고도 덧붙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의대정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410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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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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