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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 캄페시나에서 '기후정의'를 보다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농업 촉진... 기후 위기 대응에 국제 협력 절실

등록 2024.04.01 10:35수정 2024.04.0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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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주로 일으키는 것은 선진국의 부유층과 대도시들이다. 하지만 그 피해를 입는 것은 화석연료를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나 북반구의 저위도에 위치한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을 일컫는 용어)의 사람들과 미래 세대다. 이러한 불공정을 해소하고 기후변화를 멈춰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기후비상 사태선언'은 기후 정의의 실천 사례다. 선진국 대도시가 기후변화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로 잡는 것이 기후 정의를 실천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점은 선진국 일개 도시의 운동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사우스를 아우르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국제 연대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국제 연대 가운데 '비아 캄페시나(스페인어로, 농민의 길)'가 있다. 비아 캄페시나는 주로 소규모 농민과 농업 노동자들이 모인 국제 농민 조직이다. 농산물 무역 자유화가 가속하던 1993년 결성 되었고, 현재 80여개 국에서 2억명이 넘는 농업 종사자가 참여하고 있다. 국제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농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으며 글로벌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아 캄페시나는 전 세계 농민 단체들 간의 연대를 구축하며, 국경을 초월한 문제들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농민들의 노동권, 토지 접근 권리, 씨앗과 생물다양성 보호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생활과 생산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강화하고 있다. 대규모 산업 농업이 환경, 경제,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비판하며,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농업 방식을 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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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 캄페시나 워크숍 ⓒ 김동규

 

'식량 주권'은 비아 캄페시나에서 비롯된 말이다. '식량 주권'은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식품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식량과 농업시스템을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단순히 충분한 식량을 가지는 것을 넘어서, 식품의 생산, 분배, 소비 방식이 지역 사회의 필요와 가치를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 세계적으로 농민들의 권리를 강화하고, 지속가능하며 공정한 식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근본적인 접근 방식이라 볼 수 있다.

비아 캄페시나의 의사결정 구조는 민주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회원 조직과 개인이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한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농민들이 의사결정에 기여할 수 있게 하여, 조직의 방향과 정책이 회원들의 실제 필요와 우선순위를 반영하도록 한다. 다양성과 포괄성을 동시에 유지하면서 지역적 독특성을 존중하면서도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글로벌 농민 운동을 강화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 차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기후위기는 국민국가 단위에서 대응하기 어렵다. 지역과 글로벌이 연결되는 국제 네트워크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기후 부담의 불균등한 분배에 따른 '기후 정의'는 우리가 풀어가야 할 과제다.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국제 자치 조직인 비아 캄페시나가 '기후 정의'를 이루는 의미 있는 지렛대라 생각한다.


글로벌 사우스에서 벌어지는 환경오염에 대해 '계몽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자본주의가 환경 파괴를 멈추지 않던 시대, 잠들어 있는 쪽은 선진국이었을지 모른다. 글로벌 사우스도 나름대로 고민하고 실행해 왔다. 비아 캄페시나 같은 선구적 운동을 제대로 평가하고 배워야 한다. 문명의 종말이 역사의 종말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김용만 기자는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https://www.planet03.com/) 편집인입니다. 이 기사는 '플래닛03'에도 실렸습니다.
#플래닛03 #비아캄페시나 #기후정의 #글로벌사우스 #직접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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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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