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하면서 살래", 해외서 만난 친구 말에 가슴 뛴 이유

싱가포르서 교환학생 중인 대학 친구, 자기만의 길을 찾아나서는 그를 응원하며

등록 2024.04.02 14:39수정 2024.04.0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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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1살 신예진은 '희망'이라는 꽃말의 데이지를 품고 2023년 2월 26일부터 2024년 2월 25일까지, 365일동안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했습니다. 여행하며 만난 '삶의 이유를 찾는 여정'을 <너의 데이지>를 통해 풀어나갑니다. '데이지(신예진)'가 지난 1년 동안 여행하며 만난 100명의 사람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연재 기사입니다. [기자말]
버스에 오르자 버스 카드가 찍히며 동시에 중국어가 흘러 나온다. 인도 사람 같기도 한 중국계 운전사는 버스 문을 닫는다. 좌석 위에는 영어 문구가 있다.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등 다인종, 다민족 국가로 널리 알려진 싱가포르에 왔다.

3월의 끝자락, 인도네시아 바탐에서 나빌라와 헤어지고 다시 싱가포르 페리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공기가 다름을 느낀다. 싱가포르 도시를 둘러싼 높은 빌딩은 이곳이 싱가포르라고 단단히 일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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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건물 앞 공원 싱가포르의 플라워 돔을 나와 공원을 쭉 걷다보면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이 즐비한 마리나 베이가 보인다. ⓒ 신예진

 
싱가포르에 넘어오니, 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던 대학교 친구 윤슬이(이하 슬이)가 떠올랐다. 반가움에 친구에게 연락하니, 더 큰 반가움으로 답변이 온다. 우리는 빠르게 만날 약속을 잡았다. 


아침에 길을 나서니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하며 재롱을 부린다. 비를 뚫고 온 우산이 옷에 묻어도 상관하지 않듯이 우리는 반갑게 포옹했다. 빨간색 블라우스를 입은 슬이는 싱가포르 난양공대(NTU)에서 교환학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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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블라우스를 입은 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신예진

 
행정학을 전공하는 슬이는 정부의 힘이 강력한 싱가포르의 정책을 공부하고자 싱가포르에 왔다.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와 분리된 직후 위임된 총리와 관련해 미디어가 다루는 방식 과제를 준비하고 있다. 자유로운 출석 제도와 수업 분위기에 한국 교정과 사뭇 다른 생활을 보내지만, 대체적으로 싱가포르 친구들도 한국 학생들과 비슷한 청춘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환경은 슬이의 세계를 넓혀주고 있었다. 그간 나누지 못했던 근황에 쏟아내다 말고 슬이에게 그의 데이지, 삶의 이유를 물었다. 우리는 과거 학회에서 몇 번 만나 사적 이야기를 나누기는 했지만 개인적 얘기를 나눈 적은 없다.

그래서인지 '너의 삶을 들려줘!'라는 나의 노골적인 물음에 그는 놀라면서도 쑥쓰럽게 답한다. 수줍은 웃음이 사그라질 즈음 말문을 열었다. 

가족과 함께한 어린 시절

경기도 수원에서 외동 딸로 태어난 슬이는 부모님의 사업이 확장되면서 초등학교 1학년 때 제주도로 이사를 갔다. 사업이 확장되기 이전에는 부모님과의 추억이 많았기에 수원에서의 시간은 그에게 오래도록 남아있다. 


1학기는 싱가포르에서, 2학기는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을 예정 중인 슬이는 경험의 중요성을 알고있다. 그는 본인 가치관을 형성한 성장 배경의 대부분은 부모님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어릴 적부터 새로운 도전을 앞두어도 자연스럽게 도전하도록 도운 부모님은 오늘 날의 슬이를 만들었다고. 어릴 적 좋은 추억은 서로에게 소홀해지는 시기가 와도 가족의 친밀성을 연결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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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이와 데이지 싱가포르에서의 대학생활과 세계여행이라는 새로운 경험 앞에서 두 학생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 신예진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아픔이 존재하듯이, 이 친구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었다. 한국수험생이 되어 보낸 시간이라고 한다. 

공부와 입시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는 오히려 슬이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입시를 하며 마주한 자신과의 대화가 힘들었던 것이다. 하고싶은 대로 하라는 부모님의 응원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그에게 답답함을 안겼다. 본인에게 명확한 지도가 없던 그는 자신의 지도를 만들어 가는 데 힘든 밤을 보내왔다.

무슨 색의 사탕을 좋아하는지 고민도 없이, 사탕을 얻기 위한 투쟁만 해온 이들. 그런 이들에게 갑자기 여러 색의 사탕 중 하나를 고르라면, 대부분 방황하기 마련이다. 

힘든 입시생활을 보내고 대학 생활을 하며 조금씩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의 지도를 그려나가는 슬이는 오늘날 학생들의 삶을 보여준다. 정해진 방향은 없지만, 자신의 마음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면서 본인만의 방향을 만들어 간다. 

인생의 새로운 서막을 그려가는 슬이에게는 지금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녀는 답한다. 

"나의 데이지, 내 삶의 이유는 경험이야. 지금 교환학생을 온 것도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지. 내 성장과 삶의 기반은 결국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기에 앞으로도 그런 삶을 살고 싶어."

새로운 경험을 갈구하는 젊은이의 포효를 보는 것은 그걸 눈 앞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뛰게만든다. 그는 자신의 성장에서 나아가 언젠가 이를 다른 이들과 함게 나누는 것도 꿈꾸고 있다. 현실에 구애받지 않고 시도해 얻은 다양한 경험을 기반으로 자신과 같이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기반이 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서로의 꿈을 나누며 대화는 끊이지 않을 듯 했다. 어느새 학교 생활로 넘어간 주제는 평생 대학생이고 싶다는 바람으로, 그러나 끝이 있기에 소중하다는 말로 마무리되었다. 

가족의 품을 떠난 새는 자신의 둥지를 만들기까지 끝없이 방황한다. 고통은 자신이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데에서 성장이라 다시 쓰인다.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는 불안감을 방향을 만들어가는 설렘으로 바꾼 슬이의 여정을 앞으로도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해당 기사의 원본 이야기는 기사 발행 후 아래 기자의 블로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daisy_path
#윤슬이 #데이지 #삶의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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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1년간 떠난 21살의 45개국 여행, 그 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 <너의 데이지>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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