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생 감독이 만든 세월호 참사 영화... "10년을 돌아봤다"

[안산청년네트워크] 경기내일스퀘어안산 상상대로에서 열린 <드라이브 97> 상영회

등록 2024.04.02 09:20수정 2024.04.0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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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16 10주기 영화 <드라이브 97> 상영회 ⓒ 인산청년네트워크

 
안산의 청년들이 모여 4.16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말하는 '4.16 10 10 10 프로젝트'가 다섯 번째 시간을 진행했다.

본 프로젝트는 안산 내 10개의 공간에서 각 10명의 청년들이 모여 4.16세월호참사 10년을 이야기하며 지나온 시간을 응원하고, 앞으로 나아갈 생명안전사회의 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자리로 계획됐다.

3월 21일부터 4월 15일까지 총 11개의 공간에서 대화모임, 기억공방, 영화상영, 플로깅, 상담, 요가, 아티스트 토크, 북클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참여한 청년들은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 다섯 번째 시간은 지난달 30일 오후 2시 경기내일스퀘어안산 상상대로(이하 상상대로)에서 진행됐다. 이날 이곳에선 '4.16 10주기 영화 <드라이브 97> 상영회'가 진행됐다. 상상대로는 안산청년(15-39세)들의 다양한 활동과 교류를 위해 안산시에서 조성하고 안산 YMCA가 수탁 운영하는 안산시 최초의 청년공간이다. 공간 운영 사업, 상담 및 교육사업, 커뮤니티 지원 사업, 네트워크 지원 사업 등 다양한 청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날 상영한 영화 <드라이브 97>은 세월호 생존 학생 애진이와 친구 혜진이가 중학교 시절 단짝이었던 희생 학생 민지에 대해 회상하고 직접 차를 운전해 민지에게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작품은 97년생인 감독 지수가 세월호 참사 이후 느낀 부채감을 계기로 4.16을 기록하기 시작하며 탄생했다.

영화 상영 후 이뤄진 대화 모임은 "그날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와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요?"라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먼저 "그날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에 대한 답변은 비슷하면서 달랐다. 참석자들은 당시 같은 고등학생부터 회사원, 타 지역에 거주하던 이들까지 다양했다. 학교에서 반 친구들과 같이 속보를 보고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억지로 수업을 듣다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고 퇴근길에 도저히 답답함을 참을 수 없어 단원고에 방문한 이도 있었다. 침몰 당시부터 이후 분향소, 진상 규명을 위한 집회까지 참가자들은 다양한 장소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지만 기억은 유사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속보, 배에 수학여행에 가고 있는 단원고 학생들이 타고 있다는 내용, 전원 구조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리던 기억, 전원 구조가 오보인 것이 밝혀지고 하나둘씩 늘어나던 희생자들. 도저히 현실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상황과 침울했던 도시의 기억, 많은 비가 내리던 날 길게 늘어선 분향소 대기 줄까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모두에게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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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4.16 10주기 영화 <드라이브 97> 상영회 ⓒ 안산청년네트워크

 
대화는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영화 이야기로 이어졌다. 참여자 A는 "10년의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나는 과연 친구들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두려움과 무서움이 있었다. 흐려지는 것에 대한 부채감과 동시에 안 좋은 뉴스들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다. 시기의 특성상 상황과 달리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이 슬펐다"고 소감을 나눴다.

당시 타 도시에 거주하던 B는 "밖에서 봤을 때 안산 도시 자체가 너무 아픈 것 같았다. 안산에서 살게 되고 안산 안으로 들어오니 내가 겉으로만 보고 있었구나. 그때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데 듣고 싶다고 말해도 되나 싶고 조심스럽다. 이 사회가 참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영화에서 다시금 등장하는 이태원 참사 장면을 보면서 "참사를 두 번이나 겪게 되는 현실이 맞나? 우리 사회가 10년간 달라진 게 있기는 한지 무력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사회에 대한 무력감과 바뀌지 않는 시스템에 대한 비난을 느끼면서 분노하다가도 영화를 만든 지수와 씩씩하게 삶을 살아가는 혜진이, 참사 생존자로서 활발히 목소리를 내는 애진이를 보며 위안을 얻었다. 무엇보다 10년이 지난 지금, 4.16을 기억하고자 하는 16명이 모여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모두에게 힘이 되었다.

모임을 주관한 상상대로의 정환희 매니저는 "학창 시절을 관통했던 4.16을 생존 학생들도, 나도 어느덧 성인이 되어 기억하는 과정이 뜻깊었다. 잊지 않고 10년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이 지나도 함께 기억하고 어렵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참사가 일어나고 나서야 처벌하고 책임을 묻는데 급급한 사회가 아닌 적극적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4.16 10 10 10 프로젝트'는 안산청년네트워크가 주관하고 4.16재단이 지원하는 사업으로 총 12차례 진행하며, 4월 12일(금)에는 각 모임에서 진행된 내용들을 공유하고 4.16생명안전선언을 함께 만드는 '안산청년공론장 - 우리는 안녕한 사회를 원한다'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안산청년네트워크는 청년 문제가 날로 심각해져 감에 따라, 지역 차원의 청년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안산지역 청년단체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지속적인 청년 의제 발굴 및 공론화를 위해 2014년에 발족한 연대체이다. 안산청년네트워크에는 안산녹색소비자연대, 안산YMCA, 안산YWCA, 평등평화세상 온다가 소속되어 있으며, 경기내일스퀘어안산 상상대로, 안산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이 협력기관으로 함께하고 있다.
#세월호 #10주기 #안산 #청년 #안산청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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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에서 직장다니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속에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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