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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리 5번 당선, 청주 청원... 지금은 안갯속

[격전지 르포] 민주 송재봉-국힘 김수민 접전..."경제 엉망" vs. "여당 찍어야 발전"

등록 2024.04.03 07:11수정 2024.04.0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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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구 오창 호수 공원 산책로에 22대 총선 출마 후보들의 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 심규상

 
"그런 건 왜 묻는댜. 아 몰라유."

4.10 총선에서 지지할 후보를 정했느냐고 묻자 가는 곳마다 예상했던 답이 돌아왔다. 마음속 결정을 했지만 얘기하긴 싫다는 의미다. 특유의 충청도식 답변이다. 결국 어렵게 속내를 밝힌 시민들을 대상으로 스무고개 식 취재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1일 충북 청주시 청원으로 가는 고속도로는 이른 아침부터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오송 나들목을 10km 앞두고 정체가 시작됐다. 

청원은 청주시의 북측 관문이다. 청주공항역, 청주북부터미널이 청원구에 있다. 세종시까지도 약 15km 남짓 거리다. 이전 청원군이었는데 2014년 청주시 일부와 청원을 통합해 청원구가 됐다. 청원군 중 내수읍, 오창읍, 북이면과 기존 상당구 중 우암동, 내덕1동, 내덕2동, 율량·사천동, 오근장동을 합쳤다. 전체 인구는 약 19만 명 정도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이 내리 5선한 청원...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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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구 오창읍의 한 공원에서 공공근로를 하는 인근 주민들과는 보다 긴 대화가 이어졌다. 역시 스무고개다. ⓒ 심규상

 
이곳은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국회의원이 17대 총선(2004년)부터 단 한 번도 낙선한 적이 없다. 심지어 변 의원은 민주당이 크게 패한 18대 총선(2008년)에서도 높은 득표율(44.6%)로 당선됐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신승했다. 충북 내에서 민주당이 더 많은 표를 얻은 곳은 청원구와 진천군이 유일하다.

이번 총선에서는 변재일 의원이 컷오프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후보(54)와 국민의힘 김수민 후보(37)로 새로운 대진표가 짜였다. 이 때문에 청원 선거 결과가 22대 총선 청주 지역 표심의 바로미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중 오창읍은 선거구 내 유권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변 의원이 가장 많은 득표율을 얻은 곳이기도 하다. 21대 총선에서 변 후보는 52.99%를 얻어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김수민 후보(44.42%)를 제치고 당선됐다. 특히 변 후보는 오창읍에서만 58.24%를 얻어 김 후보를 18.65%p차로 제쳤다. 사실상 오창에서 승패가 갈린 셈이다.


하지만 이번엔 만만치 않아 보였다. 이날 오창 호수공원에서 만난 40대 A씨는 "변 의원이 너무 오랫동안 의원직을 해 견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매번 변 의원을 찍었지만, 이번엔 저도 견제를 위해 다른 당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50대 후반이라고 밝힌 B씨는 "이곳은 젊은 층이 많아 진보 성향이 많다"며 "지난 대선 때도 이재명 후보 표가 더 많이 나왔던 곳으로 이번에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지 후보를 결정했나'는 묻자 "윤석열 정부 들어 경제가 엉망이지 않느냐"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어 "비례후보는 조국혁신당에 투표할 생각"이라며 "서로 경쟁도 하고 필요할 때 도움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경제 엉망, 심판해야" vs. "민주당 찍었지만 달라진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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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내덕동 거리에 송재봉 민주당 후보와 김수민 국민의힘 후보 공약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심규상

 
인근 홈플러스로 자리를 옮겼다. 시장을 보러 나왔다는 20대인 C씨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지난해 경기도에서 여기까지 내려왔다"며 "아직 취업은 못했다"고 말했다. C씨는 "이 지역을 잘 몰라 찍을 후보도 결정하지 못했고, 선거공보나 공약을 보면서 청년 일자리를 잘 챙기는 투표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인근 공원에서는 공공근로를 하는 인근 주민들과는 보다 긴 대화가 이어졌다. 역시 스무고개다.

- 어느 후보를 지지하나?
"누구라고 밝히기는 그렇다."

-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했나
"우리야 뭐 노인복지에 신경 쓰는 후보가 최고지."

- 어느 당이 노인복지에 더 신경을 쓰던가?
"정당으로 보면 다 똑같지. 그게 그거지 뭐..."

- 그러면 어떻게?
"아무래도 한 살이래도 젊은 사람이 정치를 잘하는 것 같아 젊은 사람 찍으려고."

다시 청원 내덕동으로 향했다. 오송에서는 18km 남짓 거리다. 한참을 달리자, 율량·사천동, 오근장동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은 오창읍과 함께 최근 선거 때마다 민주당 표가 많이 나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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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 내수읍 장날 장터에서 송재봉 민주당 후보가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송재봉 후보사무소

 
반면 내덕동과 우암동, 북이면은 국민의힘 우세지역이다. 마침 내덕동 주민자치센터를 오가는 주민들이 제법 보였다.

자신을 40대라고 밝힌 한 주민은 "반도체 경기도 좋지 않고 물가도 불안하다"며 "젊은 야당 후보가 나왔으니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인근 청주시 흥덕구 일반산업단지에 있는 SK하이닉스 등 제조업체에서 16만 명이 일하고 있다. 청주시민 대부분이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제조업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60대 중반이라는 주민은 "민주당 의원이 일하는 동안 크게 달라진 게 뭐가 있냐"며 "여당 후보를 찍어야 낙후된 내덕동 일대가 바뀔 것"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인근 식당에서 만난 주민들은 좀처럼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자리를 털고 나오는 기자를 향해 한 50~60대로 보이는 한 주민이 웃으며 손가락 한 개를 펴 흔들었다. 1번을 지지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는 다가가자, 고개까지 가로저으며 손사래를 쳤다.

송재봉 후보 "윤석열 정부 심판 도구되겠다"
김수민 후보 "여당의 약속은 실천, 실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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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군 내수읍 장날, 장터에서 김수민 국민희힘 후보가 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수민후보사무소

 
여야 후보들도 각각 지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맞춤형 표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송재봉 민주당 후보는 "청원구는 청주시의 미래성장동력이자 엔진"이라며 "첨단산업 중심으로 일자리 더 만들어내고 삶의 질을 알뜰히 살펴 청원에서 사는 게 자랑스러운 일이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장바구니 물가는 크게 오르고 소상공인은 생존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며 "민생문제에 무관심하고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심판하는 도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수민 국민의힘 후보는 "국회가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면 그 수혜를 인접한 청원구가 받을 것"이라며 "여기에 청주공항 인근지역 개발로 청원을 청주의 신경제 생활권 중심, 대한민국 핵심 도시로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지금이 충북 발전의 골든타임"이라며 "야당의 약속은 약속이지만 여당의 약속은 실천이다. 골든타임을 잡기 위해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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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로 본 청원 표심은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팽팽하다. ⓒ 심규상


여론조사로 본 청원의 표심도 팽팽하다.

KBS 청주가 (주)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송재봉 후보 37%, 국민의힘 김수민 후보 32%로 집계됐다.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적극투표층의 후보 지지도는 민주당 송재봉 후보 44%, 국민의힘 김수민 후보 37%로 7%p 격차를 보였고, 당선 가능성을 묻는 응답률은 송 후보 41%, 김 후보 33%를 나타내 8%p 차로 벌어졌지만 역시 모두 오차범위 이내였다. 이 조사는 무선전화면접 100%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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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읍 만수공원에서 본 청원구 풍경. 예측불허인 청원구의 안갯속 표심을 보는 듯 미세먼지로 흐릿하다. ⓒ 심규상

 
#충북 #청주 #청원구 #표심 #22대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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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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