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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시설관리공단, 불법카메라 피해자 괴롭혀"... 인권위·노동부에 진정

민주노총 "가해자 업무 떠넘기고 장기휴가 불허"... 공단 "사실과 달라, 조사결과 보고 대응"

등록 2024.04.17 16:31수정 2024.04.1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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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시설관리공단 건물 내 계단에 "성범죄는 한순간 상처는 영원히"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 윤성효

 
지자체에서 설립한 시설공단이 화장실 불법카메라 촬영 피해를 당한 여성 직원에게 '일할 사람이 없다'며 불법카메라 설치 가해자의 업무까지 넘기고, 장기 병가 신청을 거부하는 등 2차 가해를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 여성은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국가인권위원회와 고용노동부에 각각 진정을 했다. 공단 측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많다며 인권위와 노동부의 조사 결과를 보고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창녕군시설관리공단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방치하고 조직적 직장 내 괴롭힘을 자행했다'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창녕시설관리공단 2층 여자 화장실 불법카메라 설치 사건은 2019년 1월 29일 벌어졌다. 창녕하수처리장에 근무하던 남성 직원이 가해자로 확인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은 곧바로 사직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특정 피해자로 여성 직원이 지목됐다. 가해 남성 직원은 피해 여성 직원의 동료 후배였다. 창녕시설관리공단에서는 모두 150여 명이 일하고, 이들 가운데 피해자를 포함해 일부가 2023년 6월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에 가입했다.

피해 여성은 공단 전‧현 간부를 대상으로 2023년 6월 인권위, 올해 3월 노동부에 각각 진정을 했다. 인권위‧고용노동부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노조는 피해 여성이 2019년 2월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다른 부서 전출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진정인이 '가해자가 사직을 해서 대체 할만한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이 발생한 후 진정인에게 가해자의 업무를 떠맡기고 연장‧휴일노동을 추가로 지시했다고 했다.


노조는 "진정인이 2023년 2월 7일과 8일 소속 팀장인 피진정인 면담을 통해 진단서를 제시하며 치료를 위한 병가를 신청했지만, 피진정인은 병가신청을 거부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피해 여성의 동료 28명은 2023년 6월 '직장 내 괴롭힘 진상조사 촉구 연대 성명서'를 작성해 창녕군과 국가인권위에 제출했다.

피해 여성은 여러 차례 병가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지난 15일 병가 결정이 나 곧바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에 들어갔다고 노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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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창녕군시설관리공단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민주노총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단을 꾸려 활동하기로 했다. 진상조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임수진 변호사는 "공단이 성폭력 피해자 보호 조치와 책임을 다했는지 의문이 들고 관계 법령을 위반 행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라며 "사건 발생 초기부터 오랫동안 법령 위반이 드러나고 있는데, 철저하게 조사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류승택 공공연대노조 경남본부장은 지난 12일 공단 이사장과 면담한 사실을 언급하며 "의사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해서 15일부터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더니 겨우 병가를 승인했다. 피해자는 이 소식을 듣고 5년 동안 요구한 사항이 3분만에 승인됐다고 많이 울었다. 가슴이 먹먹하다. 한 노동자가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5년간 고통받아왔음에도 철저하게 외면당하며 무시됐다"라고 주장했다.

피해여성은 서면으로 낸 호소문을 통해 "공단 건물 계단에는 '성범죄는 한순간 상처는 영원히'라는 문구가 보기 좋게 부착돼 있다. 그 계단을 오르내리며 허상뿐인 공단의 현재 모습에 환멸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어"지난 5년 동안 인권보호와 치료권 보장을 위해 미약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을 절규했음에도 공단은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거부했다"라면서 "현재 공단은 인권존중도 피해자 보호도 없으며, 무자비한 권위 의식 속에 아직도 빠져 있다"라고 했다.

공단 측 "사실이 아닌 게 많다... 인권위-노동부 조사 결과 보고 대응"

이에 대해 창녕군시설관리공단은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국가인권위‧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를 본 뒤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단 감사 담당자는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외부 노무사를 선임해서 하고 있다"라며 "인권위와 노동부 조사 결과를 보고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단 인사팀 관계자는 "두 달 정도의 장기병가를 해달라고 해서 이뤄지지 않았지만 3일이거나 일주일 정도의 단기병가를 계속 했고, 병원 진료가 있을 때마다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해줬다"라고 해명했다.

'2차 가해' 등 주장에 대해, 해당 인사팀 관계자는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문나지 않게 조용히 하라고 할 수 있느냐. 여러 가지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사실이 아닌 게 많다"라고 반박했다.

업무 과중 주장과 관련해선 "불법촬영 가해자가 곧바로 사직을 했고, 대체할 인력을 채용할 때 시간적 여유가 없어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자격증만 있으면 응시해서 뽑았다"라며 "갑자기 업무 공백이 생기니까 옆에 일하던 사람들이 조금씩 나눠서 맡았던 것이지 업무과중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폭력 #직장내괴롭힘 #창녕군시설관리공단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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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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