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2 08:13최종 업데이트 20.12.2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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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자로 나선 차별금지법이 발의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보수 개신교계 눈치 보기에 급급했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거리 두기 바빴던 그 더불어민주당에서? 사람들의 선한 의도를 믿고 근거 없는 의심은 거두자고 늘 다짐하지만, 그간의 역사가 있었기에 흐린 눈이 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뉴스를 상세히 살펴보니 발의 예정이라는 민주당표 차별금지법안에는 명백히 개신교계의 눈치를 본 조항이 숨어있었다.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조항은 다음과 같은 행위를 차별금지법 적용에서 예외로 둔다.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특정한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집회, 단체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된 기관에서 해당 종교의 교리, 신조, 신앙에 따른 그 종교의 본질적인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위.

하지만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부러 지적했듯 이 조항은 일단 쓸모가 없다. 차별금지법은 주로 고용, 교육, 재화·용역·시설, 행정서비스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다룬다. 예배, 설교, 전도 등의 종교행위는 차별금지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을뿐더러 이미 종교의 자유를 통해 잘 보장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표 '차별금지법'이 가진 문제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세계인권선언 72주년인 10일 오전 차별금지법 제정 전북행동이 전북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예외집단에 '종교 단체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된 기관'이 포함되는 것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안내에 등장하듯 저 집단에 속하는 곳에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종립학교, 병원, 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등이 모두 포함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 공간에서 차별금지법이 금지한 사유에 기반한 불합리한 차별행위가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할 셈인가. 누군가 성적 지향을 이유로 직장 내 차별을 겪는다면, 혹은 종교를 이유로 시설을 이용함에 차별을 겪는다면,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벌어진 일이니 이를 예외로 둘 것인가. 그건 차별금지법의 제정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는 꼴이 된다. 반대로 아무리 시설의 성격이 그러한들 고용이나 교육에서 불합리한 차별은 제재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그렇다면 애초에 저 예외조항은 왜 필요한 걸까.


지금껏 더불어민주당이 눈치보기를 반복하다 타협안으로 내놓은 모든 법안에 그러했듯 '민주당표 차별금지법안'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불명료하거니와 법안의 정체성에도 배치되는 예외조항이 결국 논란만 가득한 반쪽짜리 차별금지법을 만드는 게 아닌가 우려를 보냈다.

예를 들어 올해 충북 소재의 개신교계 대학인 나사렛대학교에서는 '동성애'를 다뤘다는 이유로 학생의 도서신청을 부당하게 거부한 일이 있었다. (참고로 거부된 도서는 앨리슨 벡델 <펀 홈: 가족 희비극>과 <당신 엄마 맞아?: 웃기는 연극>이었는데 두 책은 단순히 동성애만을 다룬 작품도 아니었다.) 민주당표 차별금지법에 따르자면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충분한 구제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알 수가 없다.

'종교계'의 상반된 반응

한편 종교계에서도 그다지 긍정적인 반응은 등장하지 않았다. 보수 개신교계 단체들은 입을 모아 더불어민주당표 차별금지법안이 '본질은 하나도 바뀌지 않은 위장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불을 보듯 뻔한 결과였다. 애초에 이들은 차별금지법에서 교회가 예외이기만을 요구한 게 아니라 법률 자체가 (복음을 빙자한) 교계의 입김에 무너지기를 바라지 않았던가.

가령 보수 개신교계 단체 중 하나인 복음법률가회는 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성명에서 '자유롭게 성을 결정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성별개념과, 동성 성행위를 포함하는 성적지향, 그리고 타고난 육체적 성과 다른 성을 선택하는 개념인 성별변경행위를 포함하는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포함'시킨 게 문제라고 주장했는데, 애초에 이건 종교단체 예외조항만으로는 타협이 되지 않는 지점이 아닌가.

그런데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를 '종교계의 반응'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국내 최대 불교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 역시도 더불어민주당표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냈지만 주장과 이유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조계종은 '이상민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국가인권위원회 법률안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차별 예외조항에 종교를 추가함으로써 종교 간 갈등과 증오 범죄를 부추길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해당 입장문에서 조계종은 공공기관에 의한 종교차별과 편향, 이교도에 의한 폭력 및 방화를 언급하며 종교의 이름을 빙자한 혐오행위를 방치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어쩌면 교회가 쇄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낯선 연말의 명동거리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2.5단계로 격상된 8일 서울 명동거리가 밤 9시를 넘어서며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차별금지에서까지 개신교계가 예외가 되는 것에 불교계만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쪽에서만 그럴까. 앞서 언급한 입장에서도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종교기관은 차별금지법의 적용에서 면제되는 특권적인 지위에 있다는 인식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그리고 그러한 '특권적인 지위'에 있는 집단에 대해 시민들의 인식이 좋을 리 만무하다.

예를 들어 리서치 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6월 시행한 종교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 이 중에는 '거리를 두고 싶은', '이중적인'과 같은 항목이 큰 비율을 보이기도 했지만 '배타적인', '부패한', '이기적인'과 같은 항목도 만만치 않게 높았다.

해당 조사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개신교의 이미지를 알 수 있는 척도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아무리 감염병의 여파가 사회를 뒤삼켰다고 해도, 한 종교집단을 둘러싼 이미지가 그렇게 단시간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 리는 만무하다. 이는 특정 성소수자를 비롯하여 특정 사회집단들에 대해 교회가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고 사회적 상식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특권적인 지위를 놓으려 하지 않았던 긴 세월의 행보가 누적된 결과라고 보아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질문해보자. 개신교계가 시민사회단체와 같은 종교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차별금지법에 발을 걸고 타협적인 법안까지 만들어지도록 압박을 넣는 게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이런 이유로 어쩌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지금의 국면이야말로 개신교계가 쇄신하고 보다 나은 집단으로 변모할 마지막 기회는 아닐까 생각한다. 얻을 것도 명분도 없는 반대가 아니라 개신교계도 차별금지에 함께하고 사회에 발을 맞추겠다는 메시지를 보낼 때 사람들의 인식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성탄절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예수야말로 태생부터 차별받는 존재이자 늘 배제된 이들과 함께한 인물이었다. 교회를 살릴 수 있는 진정한 복음의 가치를 실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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