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01 11:09최종 업데이트 24.03.0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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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26일 오후 경기 수원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했다. ⓒ 연합뉴스

 
지난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의 첫 공판이 있었다. 김씨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내경선 과정에서 당 관련 인사에게 10만 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재판에 넘겼다.

짜장면과 짬뽕 등을 일행에게 제공하고 음식값 10만 4000원을 배아무개씨에게 결제하도록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고, 김혜경씨 측에서는 공소사실 모두를 부인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표도 위증교사 혐의 공판으로 법정에 섰다.


이날 많은 언론들은 부부의 법정 출두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이재명 부부, 형사재판 각각 출석…나란히 혐의 부인>(TV조선) <한날 법정에 선 이재명 부부, 똑같이 혐의 부인>(세계일보) 등, 부부가 한 날에 법정에 섰다는 것과 혐의를 부인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유튜브 방송 성창경TV는 〈이재명과 부인 김혜경 나란히 법정 출두, 둘다 유죄 판결 전망 '공범의 늪'〉제목을 단 방송에서 이재명 대표와 김혜경씨의 유죄를 확신하기도 했다. 이렇듯 총선 전 야당 대표와 그의 부인이 재판받는 모습을 통해 법의 판단 전에 여론의 심판대에 먼저 세워진 모양새가 됐다.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심판대에 세워진 김혜경씨... 김건희 여사는?
 

1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 동영상을 틀어놓은 채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게 아니고, 이미 유죄 판결이 확정된 피의자도 있기 때문에 (김혜경씨의)기소가 불가피했다는 게 검찰총장의 설명이다. 기소 이유와 '하필 이 시기'라는 궁금증에 대한 해명이라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의문은 커진다.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안'에 대해 '총선을 겨냥한 야당의 흠집내기'로 간주하고, 이를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명분처럼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검찰의 김혜경씨 기소에 '정치적 목적'을 의심하는 것이, 막연한 억측이라 할 수 있을까? 김건희 여사의 또 다른 위법 의혹인 명품백 수수는 수사조차 안하고 있는 검찰이다. 10만 원 상당의 식사제공과 300여만 원 상당의 명품백 수수. 국민들이 보는 위법의 엄중성이나 수사의 시급성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에 있다.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총선을 앞두고 선수처럼 뛰고 있다는 추측은 김혜경씨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불공정한 법집행 앞에서 더 확연해 보인다. 검찰이 김혜경씨를 법정에 세우는 게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를 수사하지 않는 이유도 납득이 되게 설명해야 한다.

대통령의 노골적인 '총선 행보'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열세 번째,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민생토론에는 토지 규제 개선과 관련한 정부 부처의 합동 보고와 참여자들의 토론이 있었다. ⓒ 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재개발·재건축에 관한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습니다. 30년 이상 노후화된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바로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안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주민 수요를 검토해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월부터 시작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가 15번째를 넘기고 있다. 민생토론회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거의 대부분이 대통령 발언으로 채워진다. 참가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반영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형식이 아닌지라, 사실상 대선 공약 발표장을 방불케 한다.

지난 1월 10일 경기 고양에서 진행된 민생토론회에서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착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2월 13일 부산시청에서는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으로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2월 21일에는 울산에서 20년 만에 그린벨트를 해제 기준 전면 개편을 선언했고, 또 5일 후 충남 서산에서는 여의도 117배 면적의 군사보호시설 해제를 발표했다.

총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민생토론회와 지방 순방은 곳곳에서 관권선거, 선심성 정책 남발이라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보수언론인 <동아일보>조차 27일 자 사설을 통해 "대통령이 지난 두 달간 내놓은 선심성 정책들만 해도 과거 선거를 앞두고 암묵적으로 용인돼온 '정부 여당 프리미엄' 수준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라며 "정부와 대통령실의 자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정도니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행보는, 속뜻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비밀일 뿐이다.

그렇게 2개월 동안 15회 민생토론회에서 대통령이 약속한 정책을 입안하려면 약 831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는 <시민언론 민들레>의 보도까지 나왔다. 2023년 국가 예산 638조 7000억 규모와 비교해 보더라도 1년 예산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타당성조사나 관계 기관 검토, 야당과 협의도 없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옛말을 '선거 때문에 나라 거덜 내겠다'로 바꿔도 별로 이상할 것 없는 행보다.

또 대규모 약속 사항이 이행되려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지금처럼 여소야대에,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가 있다면 대통령 의지만으로 실행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를 모르지 않을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약속은 '이 약속을 지키려면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다가올 총선에서 반드시 과반 이상, 절대다수 의석의 여당을 만들어 달라'라는 호소를 담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린 것 같지 않다. 이러니 야당과 협의도 없이 전국을 순회하며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들을 약속하는 것은, 지켜낼 수 없는 선심성 정책의 남발이고 가짜 민생행보라는 것이다.

3:1의 구도
 

이원석 검찰총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2대 총선 대비 전국 검찰청 선거전담 부장검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야가 공천을 두고 말들이 많다. 비교적 조용한 공천이라는 국민의힘과 이재명 사당화가 목불인견이라는 민주당, 이처럼 양당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은 대조적이다. 그러나 잡음의 있고 없음으로 공천의 깨끗함과 공정함을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다. 국민의힘에서 검찰 출신 후보자가 얼마나 공천됐고, 부패 정치인이 공천 과정에서 물갈이되었는지를 충분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나아가 '여당의 조용한 공천 vs. 야당의 사당화 공천', 이 대립구도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선거에서 엄정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과 대통령까지 나선 모습이다. 여야 1:1의 구도가 아니라 3:1의 구도 아닌가. 조용한 공천을 해서 깨끗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건 검찰과 대통령의 행보를 외면해서 생기는 착시 현상일 뿐이다. 이번 총선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혼탁하고 불공정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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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4.10 총선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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