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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톰레이더' 포스터
ⓒ www.tombraider.com
세 개의 행성이 일렬로 서는 밤. 라라(안젤리나 졸리)는 돌아가신 아버지 크로포트 경이 20년 전 고고학 탐사 때 가지고 온 상자에서 아직도 돌아가는 시계를 발견한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아버지가 얘기한, 시간과 우주를 여는 열쇠인 고대시계를 찾아 다녔던 ‘일루미나티’라는 비밀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해낸다. 그들의 지구정복에 대한 음모를 막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라라.

그녀의 터질듯한 몸매와 육감적인 발차기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 <툼레이더>는 캄보디아의 앙코르 사원에서 촬영되었다.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 캄보디아에 묻혀있는 씨엠립의 앙코르사원에서 "안젤리나 졸리"라는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은 이유는 뭘까? 원작인 동명의 전설적인 게임 '툼레이더'의 영향도 많았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안젤리나 졸리'의 두툼하면서도 요염한 입술이었던 것이다.

▲ 앙코르의 미소(앙코르톰에서)
ⓒ 홍경선
앙코르사원군 중 하나인‘앙코르톰’은 위대한 앙코르 즉, 위대한 도시란 뜻이다. 12세기 후반에서 13세기 초반 자야바르만 7세에 의해 건축된 것으로써 영화 톰레이더의 배경이자 앙코르의 미소라 불릴 정도로 거대한 불상군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남쪽문으로 들어가는 길 정면에 우뚝 솟아있는 고푸라(사원입구에 세우는 커다란 탑이나 구조물)에는 동서남북, 사방으로 미소띤 얼굴이 조각되어있고 입구 양옆으로 악신과 선신들이 각각 9개의 머리를 부채처럼 펴들고 있는 나가를 무릅위에 받쳐든 채 긴 난간을 이루고 있다. 그렇게 남문을 통과한 후 길게 늘어선 활엽수림을 뒤로하자 하늘과 땅을 연결한다는 '바욘사원'이 나타났다. 한눈에 보는 이를 앞도하는 듯한 거대함은 과연 인간의 손으로 이 엄청난 사원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에 충분했다.

사원은 모두 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층과 2층은 사각형, 3층은 원형을 이루고 있다. 1층의 외벽을 따라 돌아가면서 많은 부조가 새겨져 있는데, 이를 통해 당시의 생활상이나 앙코르 왕국의 역사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여러곳에 파괴의 흔적이 역력했기에 씁씁할 기분이 들었다. 역사의 뒤안길에 쓸쓸히 묻혀 방치된 흔적은 그렇게 무너진 돌덩이 속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남아있는 유적에는 정교하리만큼 치밀한 묘사로 아름답게 춤을 추고 있는 압쌀라 무리가 조각되어 있다.

각각의 무희들이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며 매혹적인 춤을 추고 있는 외벽을 따라 3층으로 올라 갔다. 3층에는 54개의 탑에 200여개의 큰 얼굴이 사면으로 조각되어 있어 사원 전체에 표현할 수 없는 위엄을 퍼지게 했다. 약간 굴곡진 입술과 위 눈꺼풀을 내리 감아 그늘진 눈을 한 이 얼굴은 그 표정을 읽기 어렵게 한다. 흔히 관음보살(아바로키테스바라)이라고 하지만, 왕의 얼굴 혹은 앙코르의 미소라고도 한다. 빛의 위치와 밝기에 따라 천의 얼굴로 변한다는 거대한 얼굴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톰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가 떠올랐다. 부리부리한 눈과 알듯 모를듯 살짝 미소짓고 있는 두툼한 입술. 그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면 안제리나 졸리의 매혹적인 입술이 다가와 살짝 입맞추고 가는 듯한 상상을 하게 된다.

▲ 라라클로포트(안제리나졸리)
ⓒ www.tombraider.com
아! 바로 저 얼굴, 저 신비스런 미소 때문에 안제리나 졸리가 캐스팅된 것이로구나! 넓은 이마, 내려감은 눈, 넓은 콧등, 두꺼운 입술이 끝에서 약간 위로 올라가서 미소짓는 모양을 하고 있는 얼굴. 감히 오르지 못할 높은 곳에까지 조각되어있는 이 얼굴은 캄보디아 전역을 내려다 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앙코르의 미소라 불리워지는 이 아름다운 얼굴은 킬링필드로 얼룩진 지난날 캄보디아의 불운한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모호한 미소를 띠고 있다. 심지어 200K짜리 지폐에도 새겨져 있는데 큰바위 얼굴에 대한 캄보디아인들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수 있다.

▲ 200K짜리 캄보디아 지폐
ⓒ 홍경선
하지만 툼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 역시 이처럼 두툼한 입술로 멋지게 라라 크로포트 역할을 수행했으니 얼핏 200K 지폐 속의 얼굴이 그녀로 보이는건 당연하게 아닐까? 오늘도 캄보디아 국민들은 살짝 웃고있는 200K짜리 두툼한 입술을 손에 쥔 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캄보디아 국민들의 희망, 그것은 어쩜 위험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희생하는 라라 크로포트(안젤리나 졸리)의 살짝 올라가 있는 두툼한 미소와 같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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