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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의가 어렸을 때부터 ‘서양인(서양놈이나 양놈)은 이렇고 저렇고’ 등의 말을 부모님이나 주위 어른으로부터 자주 들었다. 서양인은 우리 동양인과는 무엇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관점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는 대개 외모상의 차이를 두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한편 내면상 다른 점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더욱 궁금해진다. 궁금증의 해결은 객관적인 차원에서 서양인을 이해할 수 있는 조그만 열쇠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무한경쟁시대인 오늘날 우리가 서양인과 경쟁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각의 지도>는 동서양 인간 사고의 변별법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대체로 이분법적 진술을 선택하고 있다. 동양은 A, 서양은 B라는 형식으로 기술해 나간다. 인간 사고와 관련한 내용을 이분법으로 단순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의문도 들지만 우선은 복잡한 인간의 사고구조를 이분법화한 공로를 더 높이 평가해야할 것이다.

책의 규모와 구성을 잠깐 알아본다. 먼저 책의 외형적인 모습부터 살펴본다. 248쪽 분량으로 보통 크기고 겉장은 딱딱한 종이로 이루어져 매우 견고하게 보인다. 정성스럽게 열거한 참고문헌 제시도 눈길을 끈다. 연밤색으로 입힌 작은 글씨로 200여 권의 원서를 제시하는데 15쪽 정도를 빼곡히 메운다.

구성을 간략히 소개한다. 모두 8장으로 이루어진다. 각장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적절한 부제를 달고 있다. 독자로서는 더 이상 고마울 수가 없다. 읽을 내용을 대충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목인데 제목을 더욱 상세히 풀어줬기 때문이다.

독자의 시간을 절약시켜주려는 작가의 깊은 배려가 돋보인다. 이들 여덟 개의 장을 차례로 살펴본다.

제1장은 ‘동양의 도와 서양의 삼단논법’이다. 고대그리스와 중국의 철학·과학·사회구조와를 대비한다. 제2장은 ‘동양의 더불어 사는 삶, 서양의 홀로 사는 삶’이다. 현대 동양인이 생각하는 ‘자기’라는 개념과 서양인이 생각하는 ‘자기’라는 개념을 구별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을 언급한다. 세상을 지각하는 차이를 기술하고 있다. 제4장에서는 ‘동양의 상황론과 서양의 본성론’을 언급한다. 동·서양간 인과론적 사고의 특성을 다루고 있다.

제5장의 소제목은 ‘동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동양과 명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서양’이다. 여기서는 동양이 관계를 중요시한다면 서양은 규칙을 중요시한다는 내용을 언급한다. 제6장의 소제목은 ‘논리를 중요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동양’이다. 서양의 논리와 동양의 중용의 논리·경험을 들어 각각의 근거로 삼고 있다.

제7장에서는 ‘동·서양 사고방식 차이의 기원’을 다룬다. 이것은 바로 경제구조와 사회적 행위에서 유래했음을 진술한다. 제8장에서는 ‘동양과 서양, 누가 옳은가’를 기술한다. 실생활이 주는 교훈으로써 둘 중 우위에 있는 측면을 각각 밝힌다.

이상이 <생각의 지도>란 책의 외형과 내용의 대략이다. 특히 필자의 눈에 띄는 부분은 제5장이라 이것을 좀더 자세히 언급한다. 이에서는 ‘범주를 중시하는 서양과 관계를 중시하는 서양’‘사물을 먼저 배우는 서양아이와 관계를 먼저 배우는 동양아이’‘문화적 차이는 순전히 언어의 차이에 기인하는가?’ 등으로 세분한다. 세 개의 하위 항목을 차례로 실례를 들어보면 무척 흥미롭다. ‘범주를 중시하는 서양과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부터 살펴본다.

발달심리학자인 치우리앙황의 실험이다. 닭·소·풀 세 개의 그림을 미국 어린이와 중국 어린이에게 각각 보여주고 셋중 둘을 묶는다면 무엇을 묶을지를 생각하라고 했다. 그 결과 미국 어린이는 닭·소를 하나로 묶었다. 동물로 닭·소를 범주화시킨 것이다. 반면 중국 어린이는 소·풀을 하나로 묶었다. 소가 풀을 먹고 자라기에 소와 풀과의 관계를 중시한 것이다.

좀더 발전시켜 미국 대학생과 중국·타이완(대만)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팬더 곰·원숭이·바나나 이들 세 가지 이름을 제시하고 서로 관련 있는 두 개를 고르게 했다. 예상한 대로였다. 미국의 대학생은 동일한 분류 범주에 해당하는 팬더 곰과 원숭이를 골랐다. 반면 중국·타이완 대학생은 ‘원숭이는 바나나를 먹는다’라는 서로의 관계에 근거해 원숭이와 바나나를 고르는 경향을 보였다.

‘사물을 먼저 배우는 서양아이와 관계를 먼저 배우는 동양아이’의 실험도 재미있다. 발달심리학자인 앤 퍼널드(Anne Fernald)와 히로미 모리카와는 생후 6·12·19개월 된 아이가 있는 미국의 가정과 일본의 가정을 각각 방문해 아이 어머니에게 그들이 준비해 간 장난감(개·돼지·자동차·트럭)을 건네주면서 아이와 놀아보게 했다.

미국 어머니는 일본 어머니에 견주어 사물의 이름(‘돼지’·‘멍멍이’)을 두배 정도 더 많이 언급했다. 반면 일본 어머니는 미국 어머니에 견주어 사회적 관계에서 중요한 예절을 두배 더 언급했다.

미국 어머니는 “이건 차란다. 차 보이지? 차 좋아해? 와, 바퀴가 아주 멋있지!”와 같은 대화를 시도했다. 일본 어머니는 “자, 여기봐, 부룽부룽! 자, 차를 너한테 줄게. 이제 다시 엄마에게 줘봐. 옳지, 잘했어”라는 식의 말을 많이 했다.

두 어머니와 이들 아기와의 대화를 통해서 미국 어린이는 세상을 사물로 이루어진 곳으로 배우고 일본 어린이는 세상을 관계로 이루어진 곳으로 배운다.

끝으로 ‘문화적 차이는 순전히 언어의 차이에 기인하는가?’는 문화적 차이가 반드시 언어 차이에서만 오는 것이 아님을 진술한다. 아이를 양육하는 방식에서 생기는 문화차이도 있음을 언급한다. 여기서의 실례는 매우 실감난다.

다른 사람에게 차를 더 청하는 상황에서도 동양과 서양과의 언어적 차이가 잘 드러난다. 중국인은 ‘더 마실래?’라고 묻지만 미국인은 ‘차 더할래?’라고 묻는다.

중국인의 관점에서는 해당 상황에서 마시고 있는 것은 분명 차이기 때문에 명사인 차를 문장 안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반면 미국인은 차를 마시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동사인 마시다(drink)를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이밖에도 논리적 추론방법을 비롯 동·서양의 차이는 매우 많다. 흥미로운 요소와 알아두면 괜찮을 내용이 수북히 쌓여 있다. 지식도 넓히고 흥미도 느낄 수 있다. 일석이조나 일석삼사조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동양과 서양·동양인과 서양인·동양문화와 서양문화 등으로 꼭 이분화해야 한다는 생각 이전에 이들은 모두 세상이란 공간이고 인간이며 문화라는 더 큰 영역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양인은 우리의 일시적이고 일면적인 경쟁 상대지 영원한 경쟁자는 결코 아니다. 결국엔 모두가 화합해 살아가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서양인의 사고특성을 인지해두면 인지한만큼 삶이 더 윤택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본서 <생각의 지도>의 일독을 권해본다.

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김영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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