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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국의 초등학교 교사 한 분이 호주 아동들의 금전관리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문의해 온 적이 있었다.

한국에는 요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올바른 '돈 관리' 요령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이라는 설명과 함께 호주에서는 어떤 실질적인 교육방법이 도입되어 있는지, 모범이 될 만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만 4세부터 금전교육 실시

문의와 시기를 같이 하여 마침 호주에도 어린이들의 금전관리 교육이 유치원과정부터 초등학교까지 실시될 예정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올바른 지출습관을 위한 돈 관리 요령은 이를수록 좋다는 취지로 호주 교육부는 유치원 입학연령인 만 4세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를 대상으로 집중적이고 실질적인 교육을 실시하되 고등학교까지 프로그램을 연장, 고교 졸업반에서 교육을 완성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호주 교육부는 지난 2003년과 2004년에 몇 군데 시범학교를 선정,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본 결과 교육효과면에서나 학부형들의 호응면에서 큰 성과를 거둠에 따라 올해부터는 뉴사우스웨일즈주를 비롯하여 전국으로 확대하게 되었다고 배경을 전했다.

예산과 수입에 따른 지출 등에 대한 개념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아야 효율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가정부채와 신용카드 빚이 점점 늘고 있는 상황에서 호주에서는 지난해만 무려 2만2천명이 재정 파산선고를 한 가운데 파산 선고자의 10%가 15세에서 24세 사이의 연령대라는 사실이 학령기의 관련 교육 부재를 증명하는 결과라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재정 관련 지식이 가장 낮은 연령대 역시 16세에서 20세 젊은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즉 학교에서 교과과목 위주의 지식교육만 받는 동안 돈에 관한 별다른 개념을 가지지 못한 채 사회에 나오게 됨에 따라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지출의 결과로 젊은 나이에 재정적 파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우려다.

가정소비에서 어린이 영향력 커져

'어려서부터 돈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주장은 요즘 어린이들의 가정내 발언 위치와 소비패턴 및 구매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예전과 달리 요즘 아이들은 집에서 떠받들다시피 자라기 때문에 모바일 폰이나 컴퓨터 등을 구매하거나 심지어 자가용 자동차를 살 때도 자녀들의 선택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요즘 세태이다. 뿐만 아니라 가족 휴양지를 선택할 때도 아이들의 선호도를 앞세우는 가정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사실도 '돈에 관해 아이들도 알 건 알아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식으로 말한다면 아이들은 돈을 몰라야 한다, 돈을 몰라야 순진하다는 따위의 막연한 생각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는 뜻도 될 것이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초등학교 금전교육 프로그램 명은 'the Making Cents program'으로 연령별, 학년별로 3단계로 나뉘어 실시할 예정이다.

가장 기초에 해당하는 1단계 교육은 만 4세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교육내용은 우선 지폐와 동전을 구분하는 법과 지폐의 단위와 동전의 종류를 가르치게 된다. 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매일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어떻게 사용하며, 물품과 돈의 값어치를 연결해서 생각하는 훈련을 받게 된다. 나아가 지혜로운 소비의 결과로 인한 절약과 저축의 이점에 대해 개념을 심어주며 현금자동지급기 사용법도 이 연령대에 배우게 된다.

2단계 교육 내용은 초등학교 3, 4학년을 대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단계에서는 간단한 금융용어를 익히고 지출과 소비에 앞서 예산을 세우는 법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게 된다.

한편 어떤 물건을 구입하기에 앞서 예상 가격을 머리 속에 그려보게 한 후 그 물건의 실제 구입가와 예측가격을 비교하게 하여 예산과 지출의 틀을 근사치에 가깝게 마련하는 훈련을 기르게 된다.

돈이란 그때 그때 써버리면 그만이라는 소비에 국한된 개념을 습관적으로 가지기 전에, 돈은 자신의 재정자원이라는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모으고 은행 등을 통해 키워 나가는 방법을 구체적 가르칠 예정이다. 핸드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습관도 2단계 교육내용에 포함된다.

초등학교 5, 6학년을 대상으로 한 마지막 3단계 교육은 1, 2 단계 교육을 보다 심화하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습과정을 중점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즉 물품대금 청구서나 보험, 공과금 등의 고지서 내역 이해하기, 이를 통한 전기나 수돗물 절약 필요성을 체험하고 사용료 줄이는 법, 신용과 대출에 대한 교육이 실시된다. 또 대금결제 방법과 예산 집행을 직접 해보는 실습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즉 학교에 필요한 물품에 대해 대금을 지불할 때나 시설비용 등을 집행할 때 5, 6학년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하여 구매물품이나 비용예산서 등을 작성하게 된다.

이 같은 초등학교의 3단계 금전교육프로그램은 고등학교까지 연장되며 재정 문제에 관한 필요한 지식과 기술, 이해를 증진시켜 학교를 졸업할 때에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자신의 돈을 보다 잘 관리하고 금전적 자원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국교육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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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호주 이민, 호주동아일보기자, 호주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지냈다. 시드니에서 프랑스 레스토랑 비스트로 메메를 꾸리며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부산일보 등에 글을 쓰고 있다. 이민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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