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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큰해 보이는 돼지찌개 국물을 한 모금 입 안으로 밀어넣으면 속이 시원해진다. 과음한 다음 날 꼭 생각나는 메뉴가 되고 말았다.
ⓒ 유영수
서비스로 주어지는 사소한 것에도 마음이 끌리고 매달리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것이 휴지 한 개가 됐든 아니면 하찮은 과자 한 봉지가 됐든 말이다. 그래서 할인점에 가면 본 상품에 딸린 서비스 상품이 테이프로 붙여져 있는 것을 쉬 볼 수 있다.

남자인 나 또한 그런 것을 발견하면 왠지 사야 될 것 같은 충동을 느끼건만, 살림살이하는 주부들 입장에서야 오죽하겠는가. 이미 많은 사람들을 중독에 이르게 만든 TV 홈쇼핑에서도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 보기에는 물론 맛을 봐도 정갈하고 맛깔스런 반찬들이다. 자꾸 모니터상의 사진에 손이 가려하는 걸 참고있다.
ⓒ 유영수
어떤 방송에서는 시청자들에게 구매를 권하는 상품보다 훨씬 고가이면서 고객들에게 군침 흘리게 할만한 물건을 경품으로 내걸고, 상품을 주문할 시 기본적으로 딸려가는 서비스상품만 해도 몇 가지에 이르는 게 보통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는 물품구매에서 그치지는 않는다. 우리 생활의 1/3을 차지하는 식생활에서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외식을 할 때 메인메뉴도 맛있어야겠지만 그 못지않게 손님을 끌어당기는 매력은 곁들여져 나오는 음식들이라 하겠다.

ⓒ 유영수
특히 칼국수 등 김치에 손을 많이 가게 하는 음식점에서는 김치맛이 매출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게 사실이다. 우연히 길가에서 발견한 음식점에 들어가 김치전골을 주문했을 뿐인데, 나온 반찬 중에 맛깔스런 생두부김치와 손으로 직접 빚은 만두가 나온다면 기분이 어떨까.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상암두부마을'에 들르면 그 기분을 맘껏 느껴볼 수 있다. 처음에는 '개업한 마당에 손님 좀 끌려고 한동안 그러다 말겠지'라는 생각을 했었으나,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 집에서 처음 식사한 후 계산하면서 주인장에게 '다음에도 또 만두랑 생두부 주나요?'라고 웃으며 물어봤었는데, 그 약속을 오롯이 지키고 있는 셈이다.

▲ 식사하기 전 혹은 식사 후 디저트로 뽀얗게 하얀 생두부와 만두를 맛보시라. '이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까'라고 느껴질 정도다.
ⓒ 유영수
이곳은 바로 옆에서 '상암순대국'이란 상호로 오래 영업을 하다 '상암두부마을'까지 차리게 된 동네 터줏대감 격인 집이기도 하다. 한 곳에서 식당을 하면서 인심을 얻어 그 옆에 또 다른 식당을 차릴 정도면, 일단 단골들에게 맛과 서비스에 대해 인정을 받은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김치찌개 혹은 김치전골이라 불리는 메뉴를 달리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돼지찌개' 글쎄…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로 곱창이나 돼지껍질 등의 음식은 잘 먹지 못하는 기자 같은 사람에게는, 그다지 살갑게 들리는 이름은 분명 아니다. 그럼에도 유독 그 이름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 유영수
보통 음식점에서 먹는 김치찌개나 김치전골에서 맛볼 수 있는 돼지고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인장은 설명한다. 전골냄비 안에서 보글보글 맛있게 끓여낸 고기 한 점을 살짝 베어물어보니 그 말도 틀리진 않다. 적당히 부드럽고 비계도 알맞게 붙어있는 것이 쇠고기를 씹을 때는 느낄 수 없는 질감으로 다가온다.

'두부마을'이란 상호에 걸맞게 돼지찌개에 들어간 두부 또한 아주 맛나다. 큼직하게 썰어 냄비 안에서 끓고 있는 두부는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충분히 자극한다. 국산 콩을 갈아 직접 주방에서 만들어 낸 두부는 말 그대로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을 자랑한다.

▲ 먹음직스럽게 개인접시에 담겨진 돼지찌개의 구성원들. 헌데 기자에게는 돼지찌개 너머로 보이는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더 침샘을 자극한다.
ⓒ 유영수
▲ 역시 김치찌개 류의 식사를 마칠 쯤에는 라면사리 한 개 정도 먹어줘야 포만감이 제대로 들게 마련이다.
ⓒ 유영수
요즘 웰빙 열풍으로 어지간한 동네마다 두부전문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추세지만, 이렇게 제대로 두부 맛을 내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기도 하다. 일례로 기자가 사는 동네의 어느 두부전문점과 지인의 집에 놀러갔다 찾은 수원의 대형두부전문점 모두 가격만 비쌀 뿐, 그 맛이나 음식의 양 면에서 낙제점을 받을 정도여서 실망하고 나왔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잠시 양해를 구하고 주방에 들어가 보니, 콩을 불리기 위해 커다란 고무대야에 예쁘게 벗겨놓은 콩이 시원하게 들어가 있다. 주방 한켠에서는 또 다른 고무대야에 순대국에 넣을 당면을 깨끗이 씻어 불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주방 한켠에 놓여진 당면. 순대국에 들어갈 재료로 쓰인다고 한다.
ⓒ 유영수
식사를 마치고 음식점 밖을 나서는 손님들에게는 또 하나의 서비스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콩비지이다. 두부를 직접 만드는 곳이니 당연히 콩비지가 나올 테고, 그것을 예쁘게 포장해서 손님들이 가져갈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어릴 적에야 콩비지찌개나 청국장 같은 정겨운 음식들을 집에서 자주 먹을 수 있었지만, 요즘에야 어디 그런가. 작정하고 맛을 잘 내기로 소문난 식당을 찾아가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음식 중의 하나가 콩비지찌개일 것이다. 옆에 놓여진 봉지에 필요한 만큼 담아가 끓여먹을 수 있으니, 주는 것도 참 많은 식당이다.

▲ 손님들이 필요한 만큼 자율적으로 가져가게 준비해 놓은 콩비지
ⓒ 유영수
이 음식점에 들를 때마다 콩비지를 가져와 부모님께도 드리고, 한번은 기자가 사는 아파트 입구의 노점상 할머니에게 '가져가서 끓여 드시라'고 말씀드렸더니 환한 웃음을 지으며 좋아라 하신다. 공짜로 얻어온 것으로 인심 쓴 탓에 약간은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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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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