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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성모병원 4층, 호스피스 자원봉사자실. 이곳에는 37명의 호스피스 봉사자들이 머물고 있다.

호스피스 자원봉사자가 되려면 이론 40시간, 임상 20시간 등 60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1년 이상 200시간의 자원봉사를 거쳐야 한다. 이 병원에서는 30세부터 74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호스피스들이 일주일에 한차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조별로 활동한다.

호스피스는 말기 암환자, 주로 6개월 내 항암치료나 수술이 불가능한 암환자들에게 신체적 통증 완화 치료와 상담을 통해 정서적·심리적으로 도움을 주는 제도다.

호스피스를 담당하는 윤마리아 수녀는 "이곳엔 말기 암환자들이 입원해 있는데, 봉사자들이 병동별로 찾아가 환자들을 돕는다"고 말했다. 윤마리아 수녀는 "봉사자들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돕기도 하고 말벗도 한다"면서 봉사자들의 노고를 높이 평가한다.

대부분의 암환자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크고 투병의지도 약해져 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암환자들에게 호스피스는 든든한 의지처인 셈이다.

▲ 호스피스 담당 윤마리아 수녀.
ⓒ 임서영
그러나 호스피스 봉사자가 되는 것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따른다. 가족, 직장 등 모든 일상적인 관계들을 조금은 뒤로 미뤄둬야 하기 때문이다.

5층 부인과 병동에서 이광옥(루피나) 봉사자를 만났다.

"아이에게 집착하는 내 일상의 모습이 어느 순간 잘못된 거 아닌가 느껴지더라고요."

이씨는 그렇게 자신을 채근하며 95년부터 호스피스 일에 뛰어들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시작으로 여의도 성모병원을 거쳐 2000년부터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활동했다. 경력 10년이 넘은 베테랑 호스피스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환자분이 임종하실 때마다 정말 고통스럽고 힘들었어요. 같이 지냈던 분들이 잊히지 않았고 많이 우울했지요."

이곳에서 3년째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백운자(글라라)씨는 이렇게 말한다.

"환자분의 의지대로 도와드리는 게 환자와 남겨질 가족들에 대한 예의겠지요. 신체적·정신적 고통에다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면 마음이 아파서 볼 수 없을 지경이랍니다."

그런 호스피스들에게도 질병과 죽음은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02년 찾아온,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진이레나씨의 죽음은 이곳 자원봉사자들에겐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1999년 흑색극세포증 완치 후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한 진씨는 갑자기 다른 장기로 전이한 암세포 때문에 결국 재입원, 이곳 병동에서 임종을 맞이했다.

"진이레나씨는 대학원 다니던 아들을 잃고 암까지 걸렸다가, 완치한 후 봉사를 시작한 분이었지요. 뼈에 하얗게 함박눈이 내린 것처럼 암세포가 전이돼서 고통스러웠을 텐데, 임종 전까지 행복해했어요."

▲ 의정부 성모병원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
ⓒ 임서영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05년에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6만5479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26.7%에 이른다.

현재 국내에는 약 20여개의 호스피스 전문병원이 있다. 그러나 호스피스 서비스는 대부분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되는데다 전용 시설과 병동이 부족해, 말기 암환자를 위한 혜택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3년 말기 암환자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2005년부터 2006년까지 21개 병원을 선정해 말기 암환자 호스피스 기관 지원 사업을 시행했다. 또한 선정기관에 대해서는 각종 의료장비 및 서비스 프로그램 경비와 저소득층을 위한 의약품 등을 지원했다.

그러나 호스피스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법 제도 부재, 호스피스 관련 서비스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점 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호스피스협회 경기지회장 김승주 목사는 "정부의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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