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농촌 구석구석을 모기가 발디디지 못하도록 하는 방역차
ⓒ 이인옥

농촌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여름만 되면 모기와의 전쟁을 수없이 치르곤 하였다. 낮이고 밤이고 구분없이 팔과 다리는 물론 얼굴에도 모기에 물린 흔적으로 빨갛게 부어올랐다. 가려움을 참지 못해 마구 긁다 보니 피가 나고 딱지가 앉았다. 결국에는 여기저기 훈장처럼 흉이 지고 만다. 그 상처가 가라앉기도 전에 모기는 다시 기습공격을 해왔고 쥐도 새도 모르게 헌혈을 당하며 따끔한 맛을 보곤 했다.

모기 얼룩 달고 다닌 시골아이들

다리 곳곳에는 흉터가 흉물스럽게 앉아 있었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농촌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하나같이 그런 모습이기 때문에 그 흉터가 덧날까 두려워하거나 미우면 어쩌나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논둑 밭둑으로 사방팔방 나돌아다니는 사내아이들은 다리가 온통 모기 물린 자국으로 심하게 얼룩이 지곤 했다.

나를 비롯하여 유독 가려움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은 박박 긁어서 피를 봐야만 직성이 풀렸다. 마치 모기에게 할 화풀이를 물린 상처에 하듯이, 피가 나오면 오히려 시원한 기분이 들곤 하였다. 참다 참다 더 견디지 못하겠으면 찬물이나 침을 발라 가려움을 모면하려 애를 쓰곤 하였다.

게다가 예전에는 면에서 집집마다 산더미 같은 퇴비를 모으도록 독려하였다. 지금처럼 퇴비나 거름을 포장하거나 혹은 트럭으로 팔지 않았기 때문에 자급자족할 수밖에 없었다. 풀을 베어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발효시켜 거름으로 사용하였다. 아침이면 차곡차곡 쌓인 퇴비 더미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곤 하였다. 아마도 풀이 썩으며 발효되는 현상인 듯하다.

그때는 가장 많이 쌓아놓은 집이나 동네에 상을 주면서까지 퇴비 모으기가 한창이었다. 그래서 모기가 더 기승을 부렸는지도 모른다. 시커먼 모기는 낮에도 졸졸 따라다니며 괴롭혔지만 밤이 되면 여간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때는 특별히 방충망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집 전체를 보호받을 수 없었다. 집안에서는 방방에 사각으로 처지는 모기장이 전부였으니까.

그런데 이 모기장이 사람에게 방패만 되어주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틈엔가 따라 들어온 모기에게는 거꾸로 사람을 가둬놓고 맘껏 고문하는 무기가 되었다. 밤에 잠들만 하면 윙~하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소름이 끼칠 정도다. 졸린 눈을 부라리며 모기를 찾아 밤새 손이 아프도록 손뼉을 쳐야 하는 어이없는 경우도 있었다. 누가 보면 아마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잠이 들면 모기는 또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영락없이 침입해 들어와 너는 내 밥이야 하며 쾌재를 부른다.

예전에는 가족계획이 잘 되어서 아들 딸 구별 없이 하나 둘 낳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형제가 참 많았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7남매가 방 두 칸에서 나누어 자는데 침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방바닥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가 모기장을 발로 차서 개구멍처럼 틈새를 만들어 놓곤 하였다. 기회를 엿보던 모기가 얼씨구나 좋다 하고 날아드는 건 당연하였다. 그도 아니면 나 잡아먹으라는 듯, 발을 아예 모기장 밖으로 내놓고 낚싯밥처럼 던져져 모기 밥이 되곤 하였다. 그럴 때면 아침에 깨어나 몸 여기저기에 부어오른 혹을 발견하고는 기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산모기, 그 참을 수 없는 가려움

또 밖에서는 어떤가? 흔히 날이 더운 여름날이면 마당에 멍석을 깔고 빙 둘러앉아 저녁을 수제비나 칼국수로 먹는 날이 많았다. 그때만 해도 가난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밥 대신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었다. 그런데 모기는 이때다 싶은지 여기저기 물고 뜯기를 반복하였다. 그럴 때면 수제비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먹고서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한다. 모기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기습적인 공격의 명수이기 때문이다.

꼭 복싱선수가 상대 선수를 치고 도망치는 형국이다. 참다못한 아버지께서 생솔가지를 꺾어 마당 한쪽에 불을 놓아 모기를 쫓곤 하였다. 생솔가지가 타느라 연기는 또 얼마나 지독한지 눈물 콧물을 한 움큼 빼며 저녁을 먹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지만 그때 그 시절에는 얼마나 괴로웠던지 몸서리를 치곤 하였다.

또 산에라도 올라가면 이놈의 모기는 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모른다. 절대로 혼자서 공격하지 않고 떼로 몰려들기 때문에 과히 '폭동'이라 표현할 지경이다.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모기를 쫓느라 막 움직이고 팔딱팔딱 뛰고 다리를 아무리 흔들어도 살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기어코 눈에 띄는 놈을 손바닥으로 냅다 내리쳐서 죽여야만 떨어져 나간다. 그럴 때면 손바닥에 선혈이 낭자하다.

그렇다고 그냥 떨어져 나가는 것도 아니다. 모기를 잡고 보면 앉았던 자리에 두드러기처럼 살이 빨갛게 부풀어 오른다. 내가 발견해서 무찔렀을 때는 이미 내 살 속을 뚫고 피를 빨아먹은 후다. 그때는 신경이 머리끝까지 곤두선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이 온몸의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산에서 나는 모기는 집모기보다 크기가 작으면서도 훨씬 독종이다. 결코 물어서 목적을 달성하기 전에는 아무리 움직이고 난리 블루스를 춰도 떨어지지 않는다. 집념이 대단하다. 아니면 산에서 살다 보니 사람이 그리운 나머지 짝사랑의 도를 넘어 스토커가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산에서 모기에 물리면 더 오랫동안 가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한번은 큰댁 산 밭으로 사촌과 함께 복숭아를 따러 갔었다. 오래된 나무는 키가 커서 하늘에 닿을 듯했다. 먹음직스러운 복숭아가 나무 꼭대기에 몇 개 매달려 있었다. 이미 얕은 곳의 복숭아는 다 따먹었기 때문이다. 긴 대나무로 복숭아를 밤 털듯이 털었다. 어린 나이에 무거운 대나무를 들고 복숭아를 따기란 쉽지 않았다.

한참을 실랑이하다 겨우 서너 개의 복숭아를 주어 들고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다 무심코 다리를 보고 기겁을 하고 말았다. 종아리가 온통 시뻘겋게 울퉁불퉁 부어올라서 눈뜨고는 못 볼 지경이었다. 성한 곳이 한군데도 없어 보였다. 복숭아를 따는데 신경을 쓰느라 모기가 침으로 쏘아대는 줄도 몰랐다.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땀 많은 나, 모기 스토커 사절!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예전에는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모기장과 생나무에 불을 놓아 연기를 피워내는 일이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은 뿌리는 약에서부터 바르는 약, 또 향을 피워서 쫓는 방법 등 다양하다. 거기다 연기를 품어대는 방역차가 동네방네 한 바퀴 돌며 연기를 뿜어대면, 마음이라도 안심이 된다. 환경이 변한 탓도 있겠지만 매일 매일 방역차가 다녀서 그런지 모기도 예전처럼 흔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집집마다 방충망이 있어 모기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지는 것이 참 다행이다.

▲ 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방역차
ⓒ 이인옥
중년이 된 지금도 나는 모기와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유독 땀을 많이 흘리는 나는 모기의 흠모 대상이다. 평소에 체육공원에서 테니스를 즐겨 하는데 테니스를 시작한 지 5분도 안 되어 옷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게임이 끝나고 의자에 앉아 있을라치면 이상하게 모기가 나한테만 달려든다. 이유가 남들보다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옆에 앉은 사람들은 게임을 관전하며 신나게 응원을 하는데 나는 그럴 겨를이 없다. 연신 모기를 쫓느라 제대로 구경할 수가 없다. 결국은 앉아 있지 못하고 막 돌아다니면서 게임을 관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되고 만다. 이 괴로움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하리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여름만 되면 짝사랑의 도를 넘어 스토커가 되어 괴롭히는 모기와의 전쟁을 치른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모기는 예나 지금이나 정말 독종이다. 영원한 나의 적이다.

모기여, 이제 짝사랑 사절, 스토커 사절, 제발 따라오지 말란 말이야. 알간~

덧붙이는 글 | <여름불청객 '모기'를 말한다> 응모글


태그:#충남 공주시, #연기군, #모기, #추억, #테니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