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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떤 때는 짜증도 나고 정말 미울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정말 예쁘고 내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엄마, 아빠를 때때로 울고 웃게 만드는 아이들은 자라면서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 세상을 느끼게 되면서 자신들 나름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고 어떻게 저 어린놈이 저런 생각을 했을까 할 정도로 기발한 생각과 말을 내뱉는 것을 보면 참 어린아이들은 신기한 존재이기도 합니다.@IMG5@아주 어렸을 때는 엉금엉금 기어다니다가 이것저것 입에 넣어 보고 자기가 그래도 아는 사람이라고 기어서 안기는 기쁨을 느끼게 되고 낯선 사람이라고 제딴에는 울음으로 싫다는 것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네발로 기어다니다가 어느 순간부터 엄마 아빠가 자신을 세워 놓고 좋아하는 모습에 자신도 멋모르고 좋아하기도 합니다. 용기 내어 한 발짝 내딛는 걸음마는 엄마 아빠를 자지러지게 하기도 합니다.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다가 나름대로 걷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면 이제는 자기 맘대로 세상을 이곳저곳 쑤시고 다니게 됩니다. 밖에만 나가면 울음을 뚝 그치고 땅에 내려놓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헤매고 다닙니다. 집보다는 세상이 더 좋다는 것을 자신도 느끼게 되는 겁니다.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시작으로 한 단어 한 마디를 내뱉고 이 또한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합니다. 자신만의 식탁의자에 앉아 엄마 젖과는 다른 음식의 맛을 보게 됩니다. 숟가락질도 자신이 하겠다고 울기도 하고 이곳저곳으로 음식을 흩뿌리기도 하면서 먹는 방법도 익히게 됩니다. 가끔 엄마 아빠를 위해 씨익~ 웃어주는 이벤트도 잊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만 알았는데 세상에는 자신을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어느덧 유치원에 가서 또래의 친구들과 엄마 아빠와의 관계와는 또 다른 자신들만의 사회를 형성하게 됩니다. 선생님과 친구라는 또 다른 관계가 그동안 엄마의 품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기도 합니다. @IMG1@이러한 과정 속에서 꼭 거쳐가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 자전거는 아이들의 성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부각하게 됩니다. 자전거의 진화도 아이의 성장과 함께 하게 되는데 처음에 맞이하게 되는 자전거는 아빠가 줄을 매서 끌어주는 세발자전거, 다음에는 자신이 혼자 열심히 달릴 수 있는 플라스틱이 아닌 보다 강력한 철로 만들어진 세발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게 됩니다. 세발자전거의 막이 내리게 되면 이제 보조 바퀴가 달린 두발자전거가 아이의 앞에 던져지게 됩니다. 이리저리 쓰러질 듯 쓰러질 듯하지만 뒷바퀴에 달려있는 조그만 보조 바퀴가 지탱을 해줍니다. 열심히 달려 보지만 보조 바퀴가 덜거덕거리면서 잘 달려지지 않습니다. 열심히 달려보지만 두발자전거를 타는 형들의 자전거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이제 모험을 해야 할 시간입니다. 옆에 보면 같은 또래의 친구들도 두발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달리고 있고 왠지 자신만이 뒤처진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욕심에 친구나 형들의 두발자전거를 타보지만 생각보다 맘대로 되지를 않습니다. 오는 것은 무릎이 까지고 피가 나는 아픔만이 있을 뿐입니다. @IMG2@그러던 어느 일요일. 컴퓨터 게임을 하고 책을 보기도 하면서 뒹굴던 자신을 아빠가 놀이터로 끌고 갑니다. 현관에 있던 보조 바퀴 달린 자전거를 가지고 말입니다. 예전과 다름없이 놀이터에서 빙빙 네발자전거를 덜거덕거리며 타다가 미끄럼틀도 타다가 친구들과 놀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아빠가 다가오더니 아무 말 없이 보조 바퀴를 떼어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타보라고 합니다. 이제 때가 된 것입니다. 망설임 없이 올라타 보지만 지금까지 타고 다녔던 자전거가 아닙니다. 삐뚤 빼뚤 이리저리 왔다 갔다 제 맘대로 합니다. 아빠가 뒤에서 자세 똑바로 하고 앞을 보라고 소리를 칩니다. 아빠의 소리에 자세를 잡아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IMG3@넘어지고 맘대로 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괜히 짜증이 나고 소리치는 아빠의 목소리가 싫어집니다. 화가 나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보이기도 합니다. 음료수 사주면서 살살 달래는 아빠의 말에 속아 다시 시작합니다. 이제 더 넓은 학교 운동장으로 갑니다. 좁은 놀이터와는 달리 장애물이 없습니다. 다시 힘차게 페달을 밟습니다. 어? 신기하게 잘 달립니다. 넘어지지도 않습니다. 아빠가 잡고 따라오는 줄 알았는데 없습니다. 아빠는 저 멀리서 뒷짐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신나게 더 페달을 밟아 달립니다. 자신이 타고 가는 자전거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새로운 경험을 만끽합니다. 언제 짜증을 냈느냐는 듯이 쉬지 않고 달려봅니다. 운동장을 구석구석까지 돌아봅니다. 아빠한테 웃어주는 여유도 보여줍니다. “좋아~ 좋아~” “나이스~”을 외치는 아빠한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아빠도 기분이 좋습니다. 못할 줄 알았던 아들이 지금 눈앞에서 씽씽 달리고 있으니 말입니다.여름방학이 끝나면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자랑거리가 생겼다는 것보다 내가 아빠의 잔소리를 뒤로하고 해냈다는 뿌듯함이 더 한 층 기쁘게 만듭니다. 무릎이 까지고 피가 나지만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한테 자랑합니다. 은근히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IMG4@시기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자신이 자랐을 때와 같이 똑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커가는 아들을 보면서 아빠는 지난 시간을 회상해 봅니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아이가 커가면서 자신이 어렸을 때 했던 행동과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보고 가끔 놀라기도 합니다. 놀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분신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행복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두발자전거라는 작은 것이지만 아이들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은 앞으로 많은 두려움과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와 힘을 주는 원천이 될 것입니다.

태그:#세발자전거, #두발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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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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