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지도자가 탄생됐다. 대통령 당선을 축하해 주기에 앞서 우리는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이 땅의 환경문제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당선자의 환경 의식, 환경 재앙을 예고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12일째를 맞이한 태안반도 원유 유출 사고는 이 나라의 해양 환경 의식이 어떠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아름답던 해변과 청정 바다는 죽음의 바다로 변해 버렸다.

 

기름띠를 제거하려는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죽음의 바다가 다시 살아나기까지는 20년 넘게 걸린다는 말도 들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통령 당선자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개인적 우울을 넘어 나라의 미래까지 암울해질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개발 시대에 무차별로 훼손된 자연이 수십년이 흐른 지금까지 회복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당선자의 환경 의식 수준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 재앙을 예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지난 수년 동안 동강의 오염 상황을 뜬 눈으로 지켜 본 산증인이다. 사람들은 동강을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국민의 강'이라고 칭했다. 동강변 사람들이 요구한 상찬이 아니라 정부와 국민들이 붙여준 별칭이 '국민의 강'이다.

 

국민의 '동강', 죽음의 강으로 변해

 

 

천혜의 비경이라던 동강이 죽음의 강으로 변한 것은 이미 몇 해 전의 일이다. 동강의 죽음 또한 개발 독재 시절의 산물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각종 개발이 봇물처럼 터지던 1980년대 중반, 아름답던 계곡에 댐 하나가 건설됐다. 인근 지역 사람들도 모르게 조용히 진행된 댐건설이었다.

 

댐의 이름은 도암댐이고, 위치는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수하리 송천계곡이다. 송천계곡은 남한강 최상류에 위치한 계곡으로 인적조차 드문 지역이다. 도암댐은 유역변경식인 발전 전용댐으로 건설됐지만 발전 방류 10년만에 남대천 오염의 주범으로 인정되어 방류마저 중단됐다.

 

남대천으로의 방류가 중단된 도암댐의 물은 고스란히 동강으로 흘러들었다. 동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드는 원인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이후 생태계의 보고라던 동강은 생태계 말살지역으로 변했다.

 

국민들, 도암댐 해체해야 동강 살릴 수 있어

 

동강 수계 지역인 강원도 정선군을 비롯해 평창군, 영월군, 단양군 등의 주민들이 쓸모도 없이 방치되고 있는 도암댐의 '해체'를 요구하며 대정부 투쟁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어인 일인지 정부는 동강을 살려내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

 

동강을 살리자는 요구에 대해 발을 빼고 있는 정부의 기이한 노릇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도암댐 해체 요구에도 정부는 '홍수조절용' 운운하며 시간만 끌고 있다. 도암댐이 홍수조절 능력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를 귓전으로 흘린 까닭인 것이다.

 

죽어가는 동강을 살려내는 데도 수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대로 더 지켜보다간 강을 살리는 데 수십년의 시간을 요구할지 모른다. 대통령 당선자는 죽지도 않은 경제를 살리는 데 매진할 일이 아니라 죽어가는 동강을 살리는 데 앞장 서야 할 것이다.

 

죽어가는 동강을 살리기 위해선 도암댐 해체가 필수 요건임을 당선자는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 당선자에게 다시 한 번 요구한다. 당선자는 동강살리기에 적극 나서라. 그 일만이 당선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환경 정책이다.

덧붙이는 글 | 강기희 기자는 소설가이며 ‘도암댐 해체를 통한 범국민동강살리기운동본부’의 상임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이명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