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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녹색뉴딜사업을 발표했다. 아마 오바마의 '녹색경제'를 모방하여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우리나라의 녹색뉴딜과 오바마의 녹색경제에 '녹색'이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사업의 내용을 보면 전혀 다르다.

 

오바마의 녹색경제의 핵심은 탄소에너지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을 통하여 환경을 보전하고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이오연료 및 태양에너지 기술의 권위자, 물리학자, 그리고 환경전문가 들이 녹색경제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티븐 추와 리사 잭슨이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SOC에 대한 투자는 에너지 고소비 경제구조를 온존시키므로 오히려 녹색경제에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오바마의 녹색경제에서 건설부문에 대한 투자는 기존의 에너지 저효율 건물을 수리하여 에너지 고효율 건물로 전환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 녹색뉴딜사업은 '삽질'이 주재료이고 '녹색'은 양념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4대강 살리기 및 주변 정비사업에 18조원이 들어가고, 녹색교통망 구축사업에 11조원이 들어간다. 녹색교통망 구축사업의 내용을 보면 경부·호남 고속철도 조기 개통 및 대중교통 환승시설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는 누가 보아도 SOC에 대한 투자이다. 녹색교통에 걸맞는 투자는 자전거 도로 구축 정도인데 이에 대한 투자금액은 5천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두 가지 사업에 대한 투자액은 29조원으로 총투자액 50조원의 60%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린홈·그린스쿨 사업에 총 9조원이 들어가는데, 이는 에너지 고효율 건물을 건설하여 공급하는 것을 주요 사업내용으로 한다. 그린홈 200만호 건설공급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역시 누가 보아도 건설사업이다. 그 외의 사업들도 직간접적으로 SOC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녹색경제와 비교될 수 있는 저탄소에너지 개발사업은 그린카, 청정에너지 보급 사업 정도인데 이에 대한 투자금액은 2조원으로 전체 투자액의 4%에 불과하다. 이 정도 투자금액을 갖고 '녹색'이란 이름을 붙이는 것은 아무래도 낯간지러운 일이다.

 

양념 조금 쳤어도 본색은 SOC

 

한편, 녹색뉴딜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역점을 두었다고 한다. 정부가 제시한 고용창출 효과는 ‘2005년 산업연관표 부속 고용표’에 의한 취업유발계수 16.6(명/10억원)을 기준으로 산출하였다.

 

그런데, 교육 및 연구 분야의 취업유발계수는 23.0이고 의료보건 및 사회보장 분야의 취업유발계수는 20.5이다(출처 : '2003년 산업연관표'. 2003년 산업연관표의 SOC 분야 취업유발계수 역시 16.6임). 이는 일자리 창출효과에서 사회서비스 분야가 SOC 분야 보다 24~39%가량 더 높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SOC 투자의 일차적인 혜택은 건설회사와 땅주인에게 돌아가지만, 사회서비스 분야 투자의 일차적인 혜택은 서민에게 돌아간다.

 

민생과 일자리 창출을 걱정했으면 토목사업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사회서비스 분야에 투자하여야 한다.

 

이에 대하여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반적 사회복지 지출은 남는 게 없이 지출로 끝나지만, 이러한 SOC 관련 사업을 통해서 지출을 하게 되면 발전동력이 남는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는 사회복지 지출을 낭비로 간주하는 현 정부의 경제철학을 그대로 드러내는 발언이다.

 

SOC 관련 사업은 사업이 끝나면 일자리 창출효과도 끝난다. 게다가 완공된 후 부터는 시설의 보수유지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소모된다. 반면 사회서비스 분야는 당해 사업이 중단되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일자리가 유지되며, 그 결과 서민의 삶의 질 향상과 내수진작 효과를 가져온다.

 

사회복지 지출을 낭비로 보는 강 장관의 발언은 구시대적인 낡은 성장론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위로 가는 녹색, 아래로 가는 녹색

 

오바마노믹스는 '상향식 경제'를 기본 철학으로 하고 있다. '상향식 경제'는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를 기본으로 하는 '하향식 경제'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노동자의 생산성을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하향식 경제에서는 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세제혜택과 규제완화, 경제분야에 대한 재정지출이 주요 정책기조가 되지만, 상향식 경제에서는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교육과 사회복지에 대한 공공투자를 주요 정책기조로 삼고 있다.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신자유주의 망령에서 깨어나 21세기 지식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삽질경제'의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 괴물을 '녹색'이란 이름으로 교묘히 포장하고 있다.

 

현 정부의 녹색뉴딜사업은 녹색괴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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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녹색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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