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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기간, 잠 못 이루는 대학생들 시험기간, 밤을 잊은 대학생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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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대학가는 다가온 기말 시험 준비로 분주하다. 기말 시험을 한 주 앞 둔 3일 밤, 홍익대학교 조치원 캠퍼스 C, F동 도서관은 공부 중인 대학생들로 북적거린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4학년 졸업예정자들은 취업과 학과 시험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분주하다. 여기에 질세라. 2.3학년을 비롯한 신입생들도 학점을 높이기 위한 공부에 여념이 없다.
 
대학생들은 늦은 새벽까지 도서관에 남아 시험 준비는 물론 자격증, 학점 관리등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로 바빴다. 88만원 세대라는 꼬리표, 취업난으로 불안함을 느낀 대학생들은 기말 시험 기간을 맞아 도서관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밤을 잊은 대학생들의 밤샘 공부 현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3일 밤 11시] 졸업예정자들의 잠 못 이루는 밤
 
3일 밤 11시, C동 도서관은 기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북적북적 했다.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빼곡한 좌석,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엄청난 인파를 뚫고 어렵사리 조용한 자리(?)를 차지한 권대근(27.졸업예정자)씨는 한숨을 돌리고 학과 시험과 어학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는 졸업 예정자는 학점과 어학점수,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기에 시간에 부족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주일 전부터 도서관에 나와 공부를 하고 있어요. 오늘도 간단히 저녁을 먹고 바로 도서관에 왔습니다. 사업가 꿈을 위해 실무 경험을 쌓으려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학점이 높아야 하기 때문에 시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HSK(중국한어수평고시) 시험도 준비하고 있어서 기말 시험 기간에는 시간의 부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취업난 속에 불안함을 느낀다는 권씨, 하지만 엉덩이 무거운 사람이 공부 잘한다고 믿고 있는 그의 공부는 밤 늦도록 계속 됐다. 그의 뜨거운 열정 속에 시간은 어느덧, 3일 11시59분에서 4일 0시를 넘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새날을 맞는 것이다. 

 
[4일 새벽 0시] 도서관에서 시작하는 하루! 힘들지만 웃는다

 
도서관에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 하는 대학생들의 기분은 어떨까? 도서관에서 학과 공부중인 홍민령(24.졸업예정자)씨는 "신입생 시절때는 날도 새고 그랬는데, 고학년이 되니까 몸이 약해졌는지 밤샘 공부하기가 힘드네요. 그래도 취업을 위해선 새벽까지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며 밝게 웃는다.
 

마지막 학기임에도 학점을 올리기 위해 재수강을 신청, 15학점이나 듣는다는 그의 목표는 학점과 토익 성적을 올려 취업을 하는 것이다. 저학년때 영어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 아쉬움이 남는다는 홍씨는 밤 늦도록 책에 빠져 있었다.

 

 

김수하(26.졸업예정자)씨는 "졸업을 앞두고 인턴을 계속 지원했는데, 학점이 낮아서인지 전부 떨어졌어요. 힘들지만 웃을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이번에 난생처음 장학금도 받아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고요"라고 말했다. 그는 장학금이란 목표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도서관에서 시험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힘들지만 웃어요'라고 말하는 대학생들의 당당한 모습에서, 젊은날의 뜨끈뜨끈한 열정이 느껴졌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 1시를 향해 갔다. 도서관을 가득 메웠던 학생 일부가 조용히 짐을 정리하고 도서관을 떠난다. 하지만 대부분은 밀려오는 졸음을 이겨내며 열공 중이었다. 밤을 잊은 그들의 열정을 보니 문득 졸업을 코 앞에 둔 나도 불안함이 밀려왔다. 취재는 그만두고 도서관을 가득 메운 사람들처럼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4일 새벽 1시- 2시] 잠을 잊은 청춘, 불패[不敗]이어라
 
새벽 1시를 넘어가자, 취재를 하는 필자의 눈꺼풀이 조금씩 감기기 시작한다. 졸음은 꿈꾸는 사람의 적인 모양이다. 하지만 취업, 학과 시험을 위해 밤샘 공부에 열중하는 대학생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난다. 그들은 졸음을, 밀려오는 잠을 잊은 모양이다.
 

김대영(23.2학년)씨가 그랬다. 군대를 갓 제대해 복학한 그는 착실하게 대학 졸업 이후를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너무 미래 생각없이 준비를 안한 것 같아요. 얼마전에 취업 캠프라는 것을 다녀왔는데 미래를 잘 준비한 선배들을 보면서 저도 많이 배웠씁니다. 현재 제 학점이 3.0에 불과해서 열심히 노력해서 당당할 수 있는 점수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게 제가 늦게까지 남아있는 이유입니다."
 
꾸준히 도서관에 나와서 새벽까지 공부한다는 그는 오늘도 새벽 늦게까지 도서관에 남아 있었다.
 
조창희(27.졸업예정자)씨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취업이 되지 않아 불안한 날들이지만 가만히 손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요? 영어, 무역영어, 무역사 자격증을 준비하다보면 하루가 모자랍니다" 라며 공부에 열중한다.
 
공부로 밤을 지새우는 젊은이들의 열정은, 필자에게도 적잖은 자극이 된다. 졸린 눈을 다시 힘주어 뜨고 새벽을 수놓는 젊은이들을 찾아서 떠난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 3시를 가르킨다.
 
새벽 3시, 잠이란 녀석에게 진 루저(패자)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잠을 이긴 위너(승자)들만이 남아 있는 도서관, 도서관에서 젊음을 평가하는 기준은 키도, 외모도, 그리고 돈이 많냐 적냐도 아니었다. 평가 기준은 단 하나, 꿈을 향한 열정이었다.
 
그 빛나는 꿈을 위해 잠을 잊은 청춘, 부디 불패[不敗]이길,
 
[4일 새벽 3시]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다
 

 

시간은 새벽 3시를 넘어간다. 이제 도서관에 남은 사람은 손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다. 더러는 책상에 엎드려 손을 베개 삼아 잠을 청한 젊은이도 있고,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며 고단함을 누르는 젊은이도 있다.
 
썰물처럼 대학생들이 빠져나간 도서관. 그래서일까? 좌석 끝 쪽에 자리 잡은채 공부하고 있는 임채연(23.2학년), 박찬영(23.2학년)씨가 유난히 눈에 띈다. 이 늦은 밤까지 지치지 않고 공부하는 그들은 대체 누구일까? 밤만 되면 꾸벅꾸벅 졸음병(?)에 허덕이는 필자와는 완전히 다른 DNA를 가진 이들일 것 같다. 조용히 근처로 다가가 피곤하지 않냐고 물어 봤다. 박찬영씨가 답했다.
 
▲ 잠을 잊은 청춘, 불패[不敗]이어라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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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죠, 몸이 많이 피곤해요. 하지만 꿈인 증권투자 상담사 시험 준비와 시험 기간에 학과 공부를 하기 위해서 남아 있어요. (늦게까지 공부하는게) 고단하긴 하지만, 도서관을 나와서 새벽에 밝아오는 길을 걸을 때 많이 뿌듯함을 느낍니다."
 
임채연씨도 자신이 늦게까지 남아 있는 이유를 밝힌다.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과 시험외에도 토익과 인턴 준비를 하고 있어요. 새벽 3시 조금 넘게까지 하고 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침
 
내일 수업 준비를 위해서 금방 집에 갈 것이라 말한 이들은 계획보다 더 늦은 새벽 4시 넘게까지 도서관에 남아 있었다. 그렇게 새벽은 깊어졌고 어느덧 새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밤샘 취재로 녹초가 된 필자도 짐을 주섬주섬 챙기고 도서관 밖을 나왔다. 그런데 왜일까? 날씨가 찼지만 기분은 왠지 모르게 즐거웠다. 이것이 밤샘 취재의 묘미일지도 몰랐다. 밤새도록 공부를 하는 젊은이들의 기분도 이와 같을까? 
 
길을 걷는데 햇살이 비친다.  겨울이지만 햇살은 따뜻하다. 밝게 비춰오는 햇살 처럼, 또다른 내일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의 꿈도 따뜻하길 바래본다. 잠 못 이루는 대학가의 시험 기간, 그래도 젊은이들의 열정으로 그 힘든 시간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태그:#도서관, #시험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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