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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부유세 문제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공약이 큰 효과를 발휘하자 정치권에서 너도 나도 복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조차 복지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이 갑자기 복지천국이 된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그런데, 무슨 돈으로?'

GDP 대비 일반정부총지출 비율을 보면,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14%P 낮다(한국 30.4%, OECD 평균 44.4%). 총재정지출에서 복지 및 교육 분야의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 60%가량 되니, 연간 80조 원 이상을 복지 및 교육 분야에 더 쏟아 부어야 OECD 평균의 복지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GDP 대비 총조세부담률을 보면,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9%P 가량 낮다(한국 26.8%, OECD 평균 35.9%). 이는 국민들로부터 연간 90조원의 세금(연금보험료 포함)을 더 거두어야 OECD 평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 정부의 부자감세를 고려하면 현재 그 차이는 더 벌어졌을 것이다.

이처럼 열악한 재정상황에서 재원마련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선진국 수준의 복지니, 보편적 복지니 운운하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대국민 사기극이나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부자감세를 철회하면 된다고 편하게 말하는데, 부자감세를 철회해보았자 2006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뿐이다. 2006년 기준 통계치를 다시 한번 보기 바란다.

복지를 제대로 갖추려면 '부유세' 논의해야

GDP 대비 총조세부담률을 보면,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9%P 가량 낮다(한국 26.8%, OECD 평균 35.9%). 이는 국민들로부터 연간 90조원의 세금(연금보험료 포함)을 더 거두어야 OECD 평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공원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장면
 GDP 대비 총조세부담률을 보면,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9%P 가량 낮다(한국 26.8%, OECD 평균 35.9%). 이는 국민들로부터 연간 90조원의 세금(연금보험료 포함)을 더 거두어야 OECD 평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공원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장면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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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부유세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복지를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부유세가 쟁점화될 때마다 보수언론에서 '부유세는 부자징벌세다, 부자인 게 죄냐'며 따지고 있다. 이는 부유세 왜곡의 전형이다.

부유세는 원래 소득세를 보완할 목적으로 태어났다. 소득세는 유럽에서 20세기 초에 도입되었는데, 초기에는 세무행정이 발달하지 못하여 소득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누락되는 소득이 많았는데, 소득이 누락되었다 하더라도 소비되고 남은 소득은 재산으로 축적될 것이므로 순자산(보유자산 - 부채)에 대하여 과세를 하게 되면 누락된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효과가 있다는 판단 하에 부유세가 도입된 것이다.

다만, 모든 순자산규모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벌어들인 소득을 소비하기에 급급한 서민을 제외하고 일정정도 자산축적의 여유가 있는 계층으로 국한하여 과세하게 된다.

과세대상인 순자산에는 부동산,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 예적금등 금융자산, 자동차, 요트, 귀금속 등 재산적 가치가 있는 동산, 고서화, 골동품 등 가치있는 예술품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다 보니, 국세청에서 납세자의 재산보유 현황 및 부채현황을 철저히 파악할 수 있어야 부유세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된다.

부유세는 부유세 자체의 세수보다 부유세가 작동하는 원리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부동산거래, 유가증권거래, 금융자산거래, 실물거래, 재산적 가치가 있는 동산거래 등 모든 거래 내역이 투명해져야 부유세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명계좌· 무자료 실물거래 등 불투명성 먼저 해결해야

6년만에 부유세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6년만에 부유세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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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지금 당장 부유세를 도입하면 상당한 잡음이 예상된다. 차명계좌나 무기명채권 등으로 얼마든지 재산을 숨길 수 있으며, 무자료 실물거래가 아직도 판을 치고 있고, 비상장주식이나 고서화 등의 정확한 평가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유세를 도입하려면 그 전에 이러한 불투명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부유세를 도입하려면 적어도 3단계 과정이 필요하다.

첫 단계로 공식적인 거래형태를 띠고 있는 부동산거래, 유가증권거래, 금융자산거래, 실물거래 분야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로 비공식적인 거래형태가 많은 귀금속, 고서화, 골동품 등의 동산 거래, 무기명채권거래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비상장주식 등의 평가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세 번째 단계로 이러한 거래내역이 국세청 전산망에 모두 집계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참고로, 2004년에 민노당에서 첫 단계를 위한 10개 법안을 상정한 바 있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나라 조세체계 전반을 뜯어 고치는 것으로 일종의 조세혁명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면 우리나라의 투명성은 선진국 수준으로 진입하게 된다. 연구결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나라 지하경제규모는 GDP 대비 20%를 상회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투명성이 강화되어 지하경제규모를 10%P만 줄여도 현재의 세율 체계하에서도 연간 20조원 이상의 세수가 확보된다. 게다가, 각종 검은돈과 비리가 사라져 사회전체가 투명하게 된다.

부유세 도입과정에 의미... 투명성 강화로 세수 더 늘어나

이처럼 부유세는 그 자체의 세수보다 그 도입과정에 더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야말로 부자를 벌주기 위한 세금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부유세를 도입할 경우, 과세기준과 세율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수규모가 10조원을 크게 상회할 것 같지는 않다. 10조원의 세수로 보편적 복지를 이루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부유세 도입과정에서 투명성이 강화되어 포착되지 못한 세원이 포착됨으로 인해 늘어나는 세수가 더 많을 것이다.

부유세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조세체계가 선진국형으로 바뀌어 세원이 넓어진다면,  그때 비로소 보편적 복지를 위한 재원마련이 가능해질 것이다.

보수층의 부유세 비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야권 내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유세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부유세의 과세기준이 불명확하며, 순자산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유시민 전 장관이 과세기준이 불명확하다고 비판한 예로 책 인지세등 미실현자산을 언급하였는데, 미실현자산이라는 용어는 처음 듣는 개념이다. 아마 미실현이익과 헷갈린 것 같은데, 이는 부유세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라, 소득세에서 다룰 문제다. 참고로 인지세는 출판사에서 지급할 때 원천징수하여 지급하고, 매년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시에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신고하는 것으로 다 해결된다. 미지급된 인지세를 미실현자산으로 간주하여 고민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어디에도 없다.

또한, 순자산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프라이버시가 침해된다고 걱정을 하는데 유 전 장관이 생각하는 프라이버시는 불투명해야 보호되는 개념인지 묻고 싶다. 부유세가 도입된 나라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논쟁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 오히려, 국세청은 납세자가 얼마를 버는지 재산과 부채가 얼마나 되는지 철저히 파악해야 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필자가 스웨덴에서 들은 농담 중의 하나는 '내가 가진 재산이 얼마가 되는지 나보다 국세청이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공통되는 조세의 대원칙 중 하나는 '응능부담의 원칙'이다. 이는 번 만큼, 가진 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각 개인의 소득과 재산보유현황을 철저히 파악하지 않고는 이 원칙을 지켜낼 수가 없다. 대원칙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치부하는 논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부유세가 야권 가치 연대의 중요한 고리가 되기를

17일 오전 민주노동당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출범식을 열었다.
 17일 오전 민주노동당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출범식을 열었다.
ⓒ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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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세는 원래 현재의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저작권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꺼져가던 부유세의 불씨를 민주당이 되살리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부유세를 당론으로 채택한다면 3당 모두 부유세를 공통분모로 갖고 있는 셈이다.

2012년 대선과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야권의 1대1 구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또 다시 한나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야권이 연대하되 단순히 정치공학적 연대가 아니라 공유된 가치를 중심으로 뭉친 가치연대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는 데에도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다.

부유세가 2012년 야권 가치연대의 중요한 고리가 될 수는 없을까? 야권에서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로 인해 궤변으로 부유세에 흠집을 내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면, 야권의 가치연대는 그만큼 멀어질 수 있다.


태그:#부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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