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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커져만 가는 나라 빚에, 시민들의 삶의 질은 뒷걸음질입니다. 20조원이 넘는 4대강 사업에, 대통령 형님과 부인 예산까지. 지방 자치단체 역시 이런저런 건설사업으로 빚더미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세금혁명'을 외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12회에 걸쳐 우리 주변 곳곳서 벌어지는 세금낭비 실태와 현장을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합니다. [편집자말]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해룡면 기적의 도서관에서 한 어린이가 책을 읽고 있다.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해룡면 기적의 도서관에서 한 어린이가 책을 읽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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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는 우리나라 최고의 '도서관 도시'다. 지난 2003년 11월 문화방송(MBC) <느낌표>를 통해 '기적의 도서관' 1호관이 설립된 이후, 도서관 붐이 불었다. 인구 27만 명의 순천시 곳곳에는 5개의 도서관과 43개의 작은 도서관이 있다.

세금 낭비 문제를 다룬 <프리라이더>의 저자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낭비하지 않고 주민을 위해 잘 쓰고 있는 사례로 순천의 도서관 사업을 꼽기도 했다. 실제 순천시는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실시된 '2008 회계연도 지방재정 분석 평가'에서 우수 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됐다.

하지만 순천시가 알리고 싶은 일은 따로 있다. 2013년 열리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다. 17일 낮 순천역에 내렸을 때, 기자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도 이에 대한 홍보였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람회 홍보회장이다. 문제는 국제정원박람회 개최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는 데 있다. 여기에 각종 건설 예산으로 인해 순천시 재정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도서관 도시', '우수 재정 도시'라는 명성도 퇴색되고 있다. 김석 순천시의원(민주노동당)은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정원박람회와 각종 건설 예산을 줄이고 도서관 예산을 더 배정했다면, 세계 최고의 도서관 도시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는 도서관... 각종 건설 사업에 치여 뒷걸음질

'도서관 도시'의 명성을 확인하기 위해 찾은 순천시 해룡면 소재 '기적의 도서관'. 개관 7년이 지난 지금, 지역 사회에 완전히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늦은 오후인데도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들이 도서관 곳곳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허순영 도서관장은 "지난 2003년 <느낌표>에서 '기적의 도서관' 1호관을 공모할 때 40개 지자체가 신청했지만, 27만 명의 인구 중 10만 명이 유치서명을 하는 등 시민들의 큰 호응으로 1위를 했다"며 "도서관 때문에 이사 오겠다는 사람도 있고, 주변 집값이 오를 정도로 주민들의 도서관 수요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순천시 공공도서관의 시민 1인당 보유 장서는 2.3권으로 우리나라 평균(1.25권)의 2배 수준이다. 또한 시민 1인당 연간 도서 대출은 7.99권으로, 미국(7.4권)·영국(6.7권) 등 선진국을 이미 앞질렀다. 한 공무원은 "하루에 12개의 견학팀을 맞이한 적이 있을 정도로, 도서관 도시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순천시 예산을 꼼꼼히 따져보면, 도서관은 예산 집행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순천시는 2009년 이후 매년 6000억 원가량의 예산 중 4000억 원 수준의 국·도비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주로 도로 건설, 산업단지 조성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쓰인다.

이중 도서관 건설은 2010년 조례호수도서관(50억 원)뿐이다. 도서관 운영을 담당하는 시청 도서관운영과 예산은 지난해 25억7100만 원에서 올해 25만3600만 원으로 삭감됐다. 새로운 도서관이 건립되는데도 전체 도서구입 예산이 따라주지 못해, '기적의 도서관'의 경우 2009년 1억 원이었던 도서구입비가 2010년 8000만 원으로 줄었다.

국제정원박람회... 공무원 "성공한다" vs 시민단체 "성공하지 못하면?"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조감도. 순천시에서는 시 부담을 최소화해 박람회를 연다는 계획이지만, 막대한 세금낭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크다.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조감도. 순천시에서는 시 부담을 최소화해 박람회를 연다는 계획이지만, 막대한 세금낭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크다.
ⓒ 순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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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예산의 중심에는 국제정원박람회가 있다. 2013년 4월부터 6개월간 박람회 개최를 목표로 순천시 풍덕·오천동 일대(면적 1.527㎢)에 조성공사가 진행 중이다. 순천시가 밝힌 사업비는 2197억 원. 여기엔 홍보·인건비와 박람회장 교량건설·송전탑 지중화 비용 등은 빠졌다. 순천시는 시의원과 시민단체의 요구에도 구체적인 예산 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순천시는 2009년 2월부터 부지 매입을 시작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찬반 토론회는 이듬해 1월 열렸다. 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 '시민이 만드는 밝은 세상'의 이상석 사무처장은 "공청회는 지난 1월에야 순천시의회 주관으로 반쪽으로 열렸다"며 "노 시장의 불통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순천시는 "국제정원박람회는 건설 사업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 사업으로,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주민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행사 기간 468만 명이 찾아와 515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시의 부담이 낮다는 게 순천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석 시의원은 "순천시는 이 사업을 위해 300억 원의 지방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고, 정부 지원 예산 일부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사업효과가 불분명하고 재정상황만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1회 '밑빠진독상'을 수상한 1999년 9~10월 경기 하남시에서 열린 국제환경박람회의 실패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남시는 2000년 예산(1167억 원)의 20%에 해당하는 236억 원을 들여 40일 동안 박람회를 열었다. 관람료(관람객 23만 명)를 포함한 수입은 36억 원에 불과했다. 막대한 세금 낭비였다. 이상석 사무처장은 "박람회 이후 막대한 사후관리 비용이 드는데, 순천시 공무원들은  '문제없다'고 한다"며 "향후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지적했다.

1만 명 수용 규모의 오천택지개발사업(사업비 1645억 원)도 논란거리다. 필요성이 낮다는 의견이 많은 탓이다. 순천시 인구는 2007년부터 3년간 2400여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9년 7월 분양을 시작한 3만 명 수용 규모의 신대지구 택지 분양은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

김석 시의원은 "신대지구 등의 택지 분양 흐름과 인구 유입 상황을 보고 사업을 진행해도 늦지 않다"면서 "오천택지 부지를 우선 국제정원박람회 주차장으로 쓸 예정이기 때문에,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상 첫 지방채 발행... 악화되는 순천시 재정

국제정원박람회를 비롯한 각종 사업으로 인해 순천시의 재정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2009년까지 한 번도 발행되지 않았던 지방채가 2010년 350억 원 발행됐고, 2011년에는 300억 원의 추가발행이 예정돼 있다.

이러한 순천시의 직접 부채 증가 규모는 2011년 순천시 일반회계 예산(5685억 원) 중 국·도비 지원 사업을 제외한 순천시 가용 예산이 139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올해 순천시의 재정자립도(일반회계 예산 중 국가로부터 받는 보조금 등을 제외하고 시민이 낸 세금 등이 차지하는 비율)는 20.6%에 불과하다.

김석 시의원은 "향후 재정박람회와 오천택지개발지구가 성공하지 못하면, 우수했던 순천시 재정 건전성은 많이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기적의 도서관'에서 만났던 한 시민은 "시민들을 위한 도서관 사업이 아닌 각종 개발 사업에 내 세금이 쓰여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무척 화가 난다"고 전했다.


태그:#순천시 재정, #국제정원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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