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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라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어차피 집이란 것이 쉽게 팔 수도 또 팔리지도 않는 것이기에 당장에 하우스푸어라는 지금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우스푸어가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하여 물어봤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금리가 내려서 이자만이라도 좀 적게 냈으면 좋겠어요"

매월 이자부담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이니 한푼이라도 이자가 줄었으면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마침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하향조정 하도록 결정하면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낮아지게 되었다. 만약 2억을 대출받았다면 금리가 7%에서 6%로 1%P 하락하는 경우 매달 내는 이자부담이 17만원 정도 줄어든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17만원을 어떻게 생각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돈은 그저 갑자기 생긴 '여윳돈'이자 '공돈'이다. 공돈이라는 이름표가 붙여진 이상 이 돈은 소비성 지출로 흐지부지 쓰여질 확률이 높다. 이자가 조금이나마 덜 나가니 그나마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는 안도감에 줄어든 이자를 "어디에 쓸까" 부터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심한 경우 지출에 대한 경계심이 약해지며 오히려 이전보다 생활비규모가 더 늘어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추가적인 부채를 또 일으켜야 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금리가 내리는 것이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낮은 금리보다 원금상환이 중요하다

가계대출이 규모가 1000조를 넘어서 위험수위를 나타내고 있다.
 가계대출이 규모가 1000조를 넘어서 위험수위를 나타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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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에 맞춰 지출하고 소비를 통제하며 돈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이자가 줄었다고 한숨 돌리는 순간이 더 위험할 수 있다. 금리가 내렸다고 안도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생활비 규모가 늘어나 빚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지출에 대한 구조조정과 통제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부채가 있다면 금리인하를 통한 일시적인 이자부담 경감은 오히려 지출을 늘리는 결과를 낳을 뿐 근본적인 개선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반대로 금리가 인상되는 경우가 온다면 늘어난 생활비로 인해 재정적인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하우스푸어가 당면하고 있는 엄혹한 현실이다.

부채갈아타기를 하는 경우에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금리이다. 사람들은 가능한 더 낮은 금리로 부채를 옮겨서 이자부담을 줄이려고 한다. 그런데 '부채 갈아타기'에 있어서 금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있으니 바로 '원금상환' 여부이다.

교직원인 K씨는 학교의 사학연금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했다. 사학연금대출의 경우 금리는 약 5.5%이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하고 매달 급여에서 자동으로 차감된다. 급여에서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다 보니 매달 받는 월급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K씨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찾아보니 금리가 5%로 연금대출보다 0.5%P가 더 저렴했다. 한 푼이 아쉬운 판에 0.5%P 차이도 K씨에게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은행대출은 거치기간 동안은 이자만 내기 때문에 매월 부채 때문에 지출해야 하는 돈이 일단은 크게 줄어들어 쪼들리는 생활이 조금은 나아질 것 같았다. 결국 K씨는 금리가 더 낮은 대출 시중은행 담보대출로 부채를 갈아탔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K씨가 더 낮은 금리의 상품을 선택한 것이 이익이라고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금리가 아니라 부채를 상환하는 방식이다. 사학연금대출의 경우 강제로 원금과 이자가 한꺼번에 상환된다. 매월 부담은 크지만 원금이 같이 상환되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이자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반면 은행대출의 경우 금리는 낮아도 이자만 상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원금이 전혀 줄어들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이자부담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줄어든 이자가 원금을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지출을 늘리는 쪽으로 쓰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생활비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금리가 더 낮은 상품으로 갈아탔기에 발품을 판 보람이 있다고 K씨는 좋아했지만 따지고 보면 부채를 더 오랫동안 짊어져야 하는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이렇듯 부채문제의 핵심은 "금리가 몇 %이다"가 절대 아니라 얼마나 "원금을 얼마나 갚고 있느냐" 이다. 금리가 낮아져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부채를 해결하는데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부채를 해결하는 것은 부채의 규모 즉 원금상환의 규모를 늘려 원금에 따른 이자자체를 줄이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부채, 얻기는 쉽지만 갚기는 길고 어렵다

하우스푸어에게 중요한 것은 원금상환 대출 여부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하우스푸어에게 중요한 것은 원금상환 대출 여부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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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를 갖고 있는 상황자체가 일상에서 주는 스트레스와 부담감은 상당하다. 매달 통장에서 자동적으로 빠져나가는 이자를 볼 때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빨리 이 짐을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은  부채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간절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번째 지출을 통제하고 관리하여 이자의 오르내림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줄어든 이자는 절대 공돈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고 이 돈이 가능한 부채상환을 위해 쓰여지도록 해야 한다. 두번째 반드시 원금을 상환해야 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원금상환의 규모를 늘려야 한다. 20년 만기 대출이라고 20년 동안 이자 낼 것이 아니라 1년에 한번씩 보너스/상여금/예상외 수입/줄어든 이자를 모두 모아 원금을 상환하여 원래 계획보다 더 빨리 상환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특히 하우스푸어라고 생각된다면 어떻게 하든지 이자가 줄어드는 것 보다 원금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부채를 갚는 이 지난한 과정을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고 싶다면 다른 방법이 없다. 덜 쓰고, 원금을 갚아서 이자를 조금이나마 덜 내는 수밖에. 부채를 얻는 것은 빠르고 쉬울 지 모르나 갚는 것은 이렇듯 길고 어렵다.

덧붙이는 글 | 이지영 시민기자는 생활경제상담센터 '푸른살림'에서 교육활동가 및 생활경제상담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푸른살림 카페 : cafe.naver.com/goodsalim)



태그:#부채, #담보대출,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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