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람인 까닭에> 책표지
 <사람인 까닭에> 책표지
ⓒ 낮은산

관련사진보기

누구나 이기적인 삶을 살지만, 마음 속으로는 대체로 이타적인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첫째인 누나는 교사가 되어서,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를, 둘째이자 장남인 형님은 군인이 되어, 국가에 충성하기를, 셋째이자 차남인 나는 법관이 되어, 억울한 사람을 돕기를, 막내인 동생은 평범한 공무원이나 되어서 잘 살기를 바라셨던, 부모님 특히 어머님이시다. 결과는 어머님의 희망 사항으로 끝나고 말았다.

삶은 뜻대로 잘되지 않는다. 이타적인 삶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누나는 평범한 한 남편의 아내가 되었다. 형님은 일찍이 병으로 저 세상으로 떠났다. 나는 평생을 비정규직 대학 시간 강사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고, 동생은 백수로 현재 나에게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언제나 예외는 있는 모양이다. 이처럼 나 자신의 앞가림만을 하면서 살기도 벅찬데, 21년을 다른 사람의 인권을 위해서, 살아온 사람도 있다. 인권활동가 류은숙이다. 그녀의 저서인 <사람인 까닭에>는 저자 자신의 이타적인 삶을 잘 대변하고 있다.

21년을 다른 사람의 인권을 위해서, 살아온 인권활동가 류은숙

들어가는 글, 나오는 글, 저자의 후배인 유해정의 글을 제외하면, 모두가 11꼭지의 글로 이루어진다. '오지랖 넓은 그 아저씨, 아줌마', '평생 금을 밟고 살아온 사람들', '복지의 불편한 얼굴들', '우리 안의 투명인간이 보이지 않는가?',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뿐?', '잊힌 세계에서 건너온 외침', '기대어 서지 않는 관계는 없다', '그들은 왜 나의 청춘을 사유화하는가?', '당신들의 고통을 몰라서 미안하다', '인권 할아버지의 유쾌한 싸움', '나는 그 기다림에 믿음을 주었는가?' 등이고, 각각의 글에는 부제가 달려있다.

<사람인 까닭에>란 제목의 의미를 살펴보면, 미완성이다. 인간의 불완전성을 내포한 게 아닐까 싶었다. 독자가 읽으면서 채워 읽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었을 것이리라.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본다. 사람인 까닭에 우리 주변의 낮은 외침을 듣지 않을 수 없었고, 사람인 까닭에 한계를 느끼어 그들의 외침을 때때로 무시하기도 하였으며, 사람인 까닭에 그들에게 진 부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는 내용이다. 미완성의 제목이지만, 인간적이고 솔직하며, 용기 있는 사람의 이야기 같다.

사람마다 자신이 살아가는 방법은 물론 저마다 다르다. 나는 53년을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살아왔는지 씁쓸해진다. 어떤 사람은 결혼해서, 제 가족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한다. 한편으로 다른 어떤 사람은 비혼자로서 21년을 남의 인권을 찾아주려고, 모든 힘을 썼다면 삶의 가치관이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이번을 계기로 내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저자 류은숙은 책의 여러 곳에서 핵심어이자 주제어에 해당하는, '연대'의 개념을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놓고 있다. 연대의 개념을 가장 쉽게 설명해 놓은 대목이 있었다. "인권의 상호의존성과 호혜성을 담은 개념이 바로 연대이다"고 한 부분이다. 연대란, 인간의 권리에 서로가 의존하고 있어야 하며, 서로가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타인과의 관계를 벗어나서는 결코 안 되는 것임을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의 주제, 연대는 인권의 가치다

이어서 '연대는 인권의 가치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책의 주제에 해당한다. 이것이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간단한 인용문을 통해보면, 쉽사리 알 수 있다.

"~사람 사이의 끈과 인연, 도리를 뜻하는 말이고, 인권에 대한, 호소와 주장이 힘을 얻고, 현실이 되는 동력이 연대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13쪽)
 

11꼭지의 글 모두가 나에게는 새로운 내용이었다. 달리 말하면 나는 인권이라는 분야에 그간 너무나 무관심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중 한 꼭지의 글은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자로서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부분은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뿐?'이다. 한 권의 책 속에 유일하게 나의 심금을 울렸던 이야기였다.

나를 포함해 우리 대부분에게 인권, 인권활동, 인권활동가 등이 조금은 낯선 용어일지도 모른다. 안다고 해도 얕은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분야일지도 모른다. 사람인 까닭에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임은 틀림없다. 가볍게 읽어서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류은숙의 <사람인 까닭에>는 우리의 안내자 노릇을 톡톡히 해 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리더스 가이드'에도 보냈습니다.

사람인 까닭에- 21년차 인권활동가 12년차 식당 노동자 불혹을 넘긴 은숙씨를 선동한 그이들의 낮은 외침
류은숙 (지은이) | 낮은산 | 2012-11-05



사람인 까닭에 - 21년차 인권활동가 12년차 식당 노동자 불혹을 넘긴 은숙씨를 선동한 그이들의 낮은 외침

류은숙 지음, 낮은산(2012)


태그:#연대는 인권의 가치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