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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부로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가장 '뜨거운' 내용은 뭘까요? 바로 "편집 원칙이 뭐죠?"라는 질문입니다. 창간 10여년 동안 시민기자와 편집기자 사이에서 오간 편집에 대한 원칙을 연재 '땀나는 편집'을 통해 시민기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사진을 넣었다, 뺐다…. 일관성 없는 편집에 혼란스럽네요."

허를 찔린 듯, 뜨끔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라 밖 소식(아래 외신기사)을 주로 쓰는 시민기자들에게 종종 듣는 불만입니다. 편집부는 왜 시민기자들이 캡처해 넣은 외국 언론 사이트 캡처 사진들을 넣었다 뺐다, 춤을 추는 걸까요?

"이 기사 사진 왜 뺐어? 이건 또 왜 안 넣었니?"

편집데스크에게 이런 지적이 들어오면 편집기자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대부분 이런 답이죠.

"최근 외신 매체 사진 사용에 대해 말이 많아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건 다 빼버렸어요."

외신기사에 사진 넣기는 하늘의 별 따기

시민기자가 외신기사에 사진을 넣기란 거의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 외신기사의 특성상, 글을 쓴 시민기자가 직접 사진을 찍기는 사실 어려운 일이죠. "통신사 사진을 넣으면 되지 않냐?" 하고 반문하는 분도 있는데요. 이 또한 따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라 만만치 않은 일이랍니다. 그래서 임기응변으로 '언론사 홈페이지 캡처(아래 갈무리)'하는 방법을 많이 씁니다.

외신기사는 해외의 유수 언론 보도를 전하는 형식이 많기 때문에 관련 보도를 한 언론사의 홈페이지를 갈무리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갈무리하느냐는 거지요. 간혹 좀 더 시각적인 효과를 드러내고 싶은 욕심에 외신 기사 본문이나 제목을 제외하고 '사진'만 갈무리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러면 사실상 남의 사진을 그냥 갖다 쓰는 '무단도용'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요즘 같이 '저작권 예민시대'에 이건 큰일 날 일이지요. 이런 일을 한두 번 치르고 사진 저작권자에게 이런저런 유무형의 대가를 치르고 나면, 편집기자는 소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신사진 앞에서는 특히 더 작아지는 거지요. 그래서 '지뢰' 같은 외신 사진을 잘 요리할 생각을 하기 보다는 '빼고 가뿐하게 가자',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홈페이지 갈무리, 보도를 인용했을 때만 가능

이런 찰나, 최근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타 매체 누리집 갈무리에 관한 <오마이뉴스>의 방침은 뭐죠?"

아, 이번에는 피해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변호사의 자문도 구했습니다. "원칙이 뭐냐?"는 질문에, 시원스레 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아래 같은 안을 정했습니다.

기사 본문에 해당 매체(신문 혹은 방송)의 보도가 언급된 경우에 한해, 그 보도에 대한 자료사진으로 캡처 사진을 사용할 수 있다. 구체적인 매체가 언급되지 않은 경우엔 제한한다.

기사 본문에 'BBC 보도에 따르면'이라는 언급이 있는 경우에만, 해당 BBC 기사 화면을 캡처해 자료 사진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사 본문에 'BBC 보도에 따르면'이라는 언급이 있는 경우에만, 해당 BBC 기사 화면을 캡처해 자료 사진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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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문제를 비껴가면서도 꼭 필요한 경우에는 캡처 사진을 사용할 수 있게 하려는 고육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가 늘 똑같은 패턴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이 원칙을 적용하는 것도 '사람'이니만큼 크고 작은 변수가 생길 수도 있을 겁니다. 이는 소통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다시 "타매체 누리집 갈무리에 대한 편집부의 원칙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떨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땀나는편집, #외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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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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