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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입니다. 11월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 지역은 수도권입니다. [편집자말]
"요즘 정부에서 집 사면 돈도 싸게 빌려주고 세제 혜택을 이것저것 주잖아요. 제 주변에도 전세 구하다가 지쳐서 집 산다는 사람 많아요. 저는 강남 아파트 살 거 아니면 다시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자기 집도 좋지만 빚 내서 겨우 마련한 아파트 값 떨어지는 거 보고 있으면 우울해지니까."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에 사는 이희재(가명)씨는 연신 담배를 태우며 말을 이었다. 그는 올해 7월 분양받은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 10여 년 전세를 전전하다 마련한 '내 집'이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파트 시공사 측에서 미분양 주택이 생기자 주민 입주 두 달 만에 최초 분양가에서 최대 30%까지 할인된 가격에 재분양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공사의 '땡처리' 재분양 때문에 85㎡형인 이씨의 집 가격은 최초 분양가인 3억4960만 원에서 2억8200만 원으로 급락했다. 멀쩡한 새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다보니 인근 아파트 거래도 멈췄다.

이씨는 "실 거주용으로 산 집이지만 여기서 평생 살 지는 모르는 일 아니냐"면서 "이사갈 때 이 집값을 제대로 받아야 비슷한 환경으로 갈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시공사가 할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주택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최근 건설사들이 연말까지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을 이용해 미분양 아파트 재고를 없애기 위한 할인판매에 나서고 있다. 계약금을 낮춰주고 중도금 및 잔금을 무이자 대출해주는 등 소비자의 초기 부담이 덜해 호응이 좋지만 일각에서는 주택시장 추가 침체의 신호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3년 1월부터 10월까지 청약 접수를 받은 수도권 지역 아파트 분포도로 총 96개 지역 중 34곳 분양완료,  62곳 미분양되었다. 녹색은 청약 미분양이 없는 주택, 붉은색은 전체 경쟁률이 1:1이 안 되는 미분양 주택이다. 전체 경쟁률이 1이상이지만 부분적인 미분양이 있는 곳은 분홍색으로 표기했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에 위치했거나 교통 입지가 좋은 아파트들은 대부분 청약 1순위 이내에 분양이 마감됐지만 강북 지역이나 강서 지역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미분양이 많았다. 경기도의 경우 강남과 인접해있고 신분당선 등 대중교통 이용이 용이한 서울 동남부 지역은 수월하게 분양된 반면 경기 북부나 서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 남부 지역들에는 미분양이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 2013 서울및 수도권 지역 아파트 미분양 분포도 2013년 1월부터 10월까지 청약 접수를 받은 수도권 지역 아파트 분포도로 총 96개 지역 중 34곳 분양완료, 62곳 미분양되었다. 녹색은 청약 미분양이 없는 주택, 붉은색은 전체 경쟁률이 1:1이 안 되는 미분양 주택이다. 전체 경쟁률이 1이상이지만 부분적인 미분양이 있는 곳은 분홍색으로 표기했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에 위치했거나 교통 입지가 좋은 아파트들은 대부분 청약 1순위 이내에 분양이 마감됐지만 강북 지역이나 강서 지역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미분양이 많았다. 경기도의 경우 강남과 인접해있고 신분당선 등 대중교통 이용이 용이한 서울 동남부 지역은 수월하게 분양된 반면 경기 북부나 서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 남부 지역들에는 미분양이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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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도권 미분양 64.5%... 강남은 예외

정부의 8·28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반짝'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수도권에는 여전히 매물들이 넘쳐난다. 금융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청약 접수를 받은 아파트 96곳 중 62곳이 미분양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주택자의 주택구입을 장려하는 내용의 8·28 대책 이후에 청약을 받았음에도 미분양 된 아파트는 21곳에 달했다.

분양 현황을 지도로 나타낸 분포도를 보면 강남과 그 이외 지역의 양극화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에 위치했거나 교통 입지가 좋은 아파트들은 대부분 높은 분양가격에도 청약 1순위 이내에 분양이 마감됐다.

마포구, 중구 등 도심에 위치한 지역도 외곽지역에 비해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분양이 이뤄졌다. 반면 강북 지역이나 강서 지역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미분양이 많았다.

경기도의 경우 강남과 인접해있고 신분당선 등 대중교통 이용이 용이한 서울 동남부 지역은 수월하게 분양이 완료됐다. 반면 경기 북부나 서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 남부 지역들에는 미분양이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에는 전체 청약 경쟁률이 0.2:1도 되지 않는 아파트가 10여 개, 200여 세대를 모집하는 조건에 청약접수가 전무한 경우도 있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부동산리서치팀장은 이같은 미분양 풍경의 기준으로 서울 중심부로의접근성을 들었다. 조 팀장은 "미분양이 나는 단지들을 보면 서울로의 출퇴근이 어렵거나 광역버스가 없거나 지하철이 없는 지역들"이라면서 "경기 남부 지역이 유난히 분양 강세를 보인 이유도 신분당선이 생기면서 접근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같은 지역들은 처음 청약시에는 미분양이 생기더라도 곧 소진되는 양상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3월에 분양된 동탄 2신도시다. 이 지역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이 아무개씨는 "한꺼번에 물량이 쏟아지다보니 미분양이 났다가 4·1대책 이후에는 거의 '완판'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건설사 미분양 물량 '땡처리'... 청약 1순위 아파트도 분양가 이하 매매

청약 성적이 좋은 '인기 아파트'라 할지라도 가격 성적은 그렇지 못했다. 부동산114가 지난 1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2012년부터 청약 1순위로 마감된 아파트들도 분양가 이하에서 매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추세도 하락세다. 수도권 입주 1년차 아파트의 매매가는 지난 2010년에는 분양가에 비해 6.49% 높았지만 점점 하락해 올해 10월까지는 되레 분양가보다 2.51%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새 아파트를 선분양으로 구입하는 게 손해라는 얘기다.

최근 쏟아지는 건설사들의 대규모 미분양 '땡처리'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전용면적 85㎡ 이하 또는 6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이 주어지는 올해 연말까지 최대한 미분양 재고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조건은 파격적이다. 용인시 공세동의 '성원상떼레이크뷰'는 10억 원이 넘는 189㎡형을 4억 원대에 내놨다. 고양시 삼송지구의 '현대 아이파크'는 역시 분양가를 최고 1억 원까지 깎아준다. 중도금을 이자비를 지원해주거나 발코니를 무상으로 확장해주는 조건은 더 쉽게 눈에 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유진성(가명)씨는 지난 9월 서울 응암동에 위치한 백련산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구입했다. 분양가 70%를 2년간 무이자로 유예해주는 조건이었다.

유씨는 "가족 숫자가 많은데 주변 전세보다 싼 가격에 입주가 가능해서 계약했다"면서 "집 가격도 많이 내려간 것 같고 무이자 유예도 좋은 조건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측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지난 9월 이후 300여 가구가 추가로 팔렸다.

"상위 50개 건설업체 부채비율 '위험'... 부도나면 아파트 가치 더 떨어질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건설사 '땡처리'가 부동산 시장의 위험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미분양 해소에 소극적이던 건설사들이 일제히 저가 마케팅에 나선 것 자체가 현재 상황이 안 좋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으면 건설사들이 땡처리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런 물량이 몰려 나온다는 것은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선 소장은 이렇게 구입한 주택이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꼬집었다. 일단 미분양이 됐다는 것은 이유가 무엇이건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집이고 나중에 되팔 때 문제가 된다는 얘기다. 그는 "땡처리가 될 때까지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는 집을 구입한 가격에 쉽게 현금화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건설사들의 높은 부채비율도 문제로 지목됐다. 선 소장은 "현재 상위 50개 건설업체 부채 비율이 308% 정도로 사실상 워크아웃, 법정관리 수준에 가깝다"면서 "앞으로는 4대강 사업 같은 대규모 토건 사업도 벌이기 어려운 상황에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해당 건설사가 부도를 맞으면 주택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창흠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위해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주택구입을 유도하고 있는데 거래는 활발해도 주택가격은 오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수도권 미분양 대기 물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향후 주택가격도 오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변 교수는 "특히 원리금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소비자가 분위기에 휩쓸려 빚 내서 주택구입을 하는 일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태그:#땡처리, #미분양, #선대인, #변창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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