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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외할머니 댁으로 김장을 하러 갔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할머니께선 직접 배추 농사를 지으셨다. 온 친척들을 모아서 다 같이 김장을 하고 답례로 김치를 나눠주곤 했다. 그러다보니 어렸을 적부터 나는 몇 백 포기 김장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항상 "너네 집은 김치공장을 해?", "대박… 나는 10포기 담그는 것도 힘들어 죽을 뻔 했는데…"라는 말을 하였다. 2년 전 할머니께서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아 김장하는 양도 많이 줄긴 줄었다. 그러나 올해도 역시 200포기. 총 3일에 걸쳐 김장을 했다.

배추 헹구는 모습
 배추 헹구는 모습
ⓒ 안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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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헹구는 모습
 배추 헹구는 모습
ⓒ 안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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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할머니께서 다니시는 절 앞마당을 빌려 배추를 절이는 일부터 시작했다. 배추를 보고 있으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엄마는 할머니에게 "어차피 배추 사서 할 거면 절인 배추로 사"라고 하셨지만 할머니는 완강하셨다. 배추를 다듬고 1/4로 나누어, 큰 고무대야에 넣고 소금물에 절인다. 첫째 날에는 거의 삼촌들께서 일을 하셨기 때문에 내가 한 일은 없었다.

다음 날 나는 일찍 일어나서 절여진 배추를 꺼내 깨끗한 물에 배추를 헹구기 시작했다. 새벽이라 그런지 몹시 추웠지만 곧 먹을 보쌈 생각에 열심히 일을 했다. 헹군 배추는 물기를 빼기 위해 거꾸로 올려놓고 기계처럼 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끝이 보였다. 배추 헹구기가 끝나면, 엄마와 숙모들께서 준비를 해 놓으신 김치 속을 가지고 버무리기 시작한다. 절에서 김장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 김치는 따로 속을 만든다.

왜냐하면 절에서 먹는 김치는 새우젓갈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속 2개를 준비하고 비닐하우스 안에 큰 장판을 여러 겹 깔고 속과 배추를 준비해 버무리기 시작한다. 아쉽게도 비닐하우스에서 김치를 버무리는 사진은 내가 김장을 하느라 찍지 못하였다. 친척들과 얘기를 하며 일을 하다 보면 숙모들께서 고기를 가져다 주신다. 직접 삶아 바로 가져다 주시는데, 막 비빈 김치에 싸먹으면 정말 맛있다. 글을 쓰며 생각을 하니 또 먹고 싶다.

보쌈
 보쌈
ⓒ 안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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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덧 입 주변은 빨갛게 물들었고, 배도 불렀다. 사촌동생은 너무 많이 먹었는지 속이 쓰리다며 일을 못하겠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김치 속은 바닥을 보이는데, 배추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남았다. 그래서 남은 배추는 따로 다음날 할머니 댁에서 다시 버무리기로 했다.

김치 버무리는 모습
 김치 버무리는 모습
ⓒ 안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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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들은 다 집으로 돌아가시고, 우리 가족만 남아 다음날 할머니 댁에서 김장을 다시 했다. 나는 하지 않았던 일을 해서인지 몸살이 나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앓아누운 나를 보고 엄마가 "어휴, 나이는 너가 먹었냐"라고 하셨다. 나는 괜히 민망해져서 씩 웃고 말았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3일간의 김장이 끝났다.

우린 뒷정리를 마치고 김치를 싸서 나왔다. 김치를 담는데 유독 속이 덜 들어가 하얀 김치가 있었다. 할머니께서 그걸 보시더니 "이건 너가 한 거네. 너가 가져가서 먹어"라고 하셨다. 싱거울텐데…. 그래도 3일 동안 많이 힘들고 온 몸이 아팠지만 김치 통에 담긴 결과물을 보니 뿌듯했다. 이번 1년 동안 맛있게 먹고 내년엔 좀 더 구석구석 김치 속을 넣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할머니 고생하셨어요

김장하는 할머니 모습
 김장하는 할머니 모습
ⓒ 안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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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장공모 글



태그:#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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