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희망을 볶는 바리스타 아웅나웬씨 희망을 볶는 바리스타 아웅나웬씨
ⓒ 송규호

관련영상보기


서강대 정문 건너에서 신촌역 방향으로 100m 정도 걷다 보면 조그만 건물 2층에 공정무역 카페 '트립티'가 있다. 이 카페에 온 사람들은 이내 낯선 표정을 짓곤 한다. 커피를 만들어 주는 바리스타가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카페 트립티의 바리스타는 미얀마에서 온 아웅나웬(39)씨다.

아웅나웬씨는 3년 전부터 이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직접 커피를 볶고, 갈고, 로스팅한다.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면, 그가 바로 원두를 그라인딩해 커피를 내려준다.

아웅나웬씨는 미얀마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1998년도에 한국으로 왔다. 그는 당시 대학생으로 시위에 참가했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가 휴교령을 내리고 학생들을 탄압하자 그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암 이겨낸 그가 택한 길에는 '커피향'이 난다

한국에 온 아웅나웬씨는 다른 이주노동자처럼 공장에 다녔다. 한국인 활동가들과 함께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운동도 했다. 그렇게 10여 년이 흐른 2010년 어느 날, 그는 혀에 난 상처를 치료하러 병원에 갔다가 설(혀)암 2기 선고를 받는다. 그는 즉시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혀의 3분의 2가량을 절제하는 큰 수술이었다. 그는 수술 후유증으로 발음을 정확하게 할 수 없게 됐다.

수술 후 아웅나웬씨는 더는 공장을 다닐 수 없게 됐다. 암 투병 생활로 몸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바리스타 기술을 배웠다. 평소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을 해온 카페 트립티 대표가 아웅나웬씨에게 도움을 줬다.

아웅나웬씨는 "투병 과정에서 먹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혀 절제 수술로 3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었다.

커피를 볶는 그에겐 꿈이 있다. 그는 "사람들이 쉽게 나눌 수 있는 것이 음식"이라며 "나중에 미얀마로 돌아가 음식점이나 카페를 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금 희망을 볶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아웅나웬씨와의 인터뷰는 지난 11월 초에 이뤄졌습니다. 장소 및 인터뷰이 섭외 등에 안재홍·곽이은·차소현씨의 도움이 있었음을 밝힙니다.



태그:#이주노동자, #바리스타, #커피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