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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최근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12명이 살던 기숙사 모습과 임금 착취 실태가 알려지면서 '노예노동'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가해진 차별과 착취는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아프리카 노동자들의 '노예노동'이 이슈가 되기 일 주일 전쯤이었던가요. <오마이뉴스>에 또 다른 내용의 이주노동자 인권유린 관련 기사가 들어왔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호주에서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며 일하는 '한국인 이주노동자'(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 아래 워홀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관련 기사 : 알바 월급 450만원? '복권'에 당첨됐다). 이어지는 기사를 읽어보니 '충격적'이더군요.

이 기사들은 호주에서 직접 농장에 숨어들어가 취재를 진행한 용감한 두 자매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랍니다. 이번 주 찜! e시민기자에서 만난 이영라(dream_rebuilder)·이애라(teallar) 시민기자가 그 주인공이지요. 다음은 이영라·이애라 시민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 이영라·이애라 기자가 쓴 기사 보러 가기

"호주에서는 외국인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보호받습니다"

이애라 시민기자. 오팔광산으로 유명한 광산 도시 쿠버 페디(Coober Pedy)에서 찍은 사진.
 이애라 시민기자. 오팔광산으로 유명한 광산 도시 쿠버 페디(Coober Pedy)에서 찍은 사진.
ⓒ 이애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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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애라(아래 애) : "안녕하세요? 이애라입니다. 한국에서 마케팅 리서처로 일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20대의 마지막 해를 호주에서 보내고 왔습니다. 호주에서도 데이터 다루는 일을 했어요."
이영라(아래 영) : "이영라입니다. 한국에 있을 땐, 예술경영 관련 기관에서 일했었고요. 호기심도 많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도 많은 사람입니다."

- 두 분은 호주에서 얼마 동안 머무셨나요? 뭘 하셨는지도 궁금해요.
영: "딱 1년 머물렀어요. 2013년 2월 중순에 애라와 함께 출국해서 10개월 정도 멜버른에서 살다가, 2달 정도는 호주를 돌며 여행을 하고 왔어요. 초반에는 음악치료 프로젝트팀이랑 프로젝트도 수행하고, 이후에는 예술 작업하는데 껴서 같이 일도 했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다 왔습니다."

애 : "멜버른에서 일했어요. 한국에서 마케팅 리서치 회사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간 터라, 가서는 데이터 처리 관련 일을 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학업성취도평가처럼 호주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 성적 처리도 하고, 뭐 그런 일이었지요. 호주는 근무 환경이 좋은 만큼 '칼출근 칼퇴근' 하며 인간답게(?) 지내다 왔답니다."

- 지난해 말, 호주 한인 유학생들이 실종되거나 사망하는 사건들이 많았지요. 당시 한국인 사회 분위기는 어땠나요?
영 : "저희가 '한국인 사회' 분위기까지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딸기농장에서 지내던 약 보름 정도의 기간 중에, 브리즈번에서 한국인 여성 워홀러가 기차에 치여 죽는 일이 발생했어요. 그 뒤로 며칠간 만나는 한인들마다 '뉴스 봤어? 브리즈번에서 한국인 또 죽었대'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아요."

애 : "그런 일이 일어나면 '밤이나 새벽에 다니면 안 돼'라고 이야기하지만, 한국인들 습성(?)은 그리 쉽게 변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인터뷰하면서 만났던 한국인 친구들에게 들어보니 멜버른 시내에도 한국인 대상 노래방이나 술집이 다양하게 있어서 밤늦게까지 영업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밤늦게 혼자 다니지 않으려고 신경 쓰는 분위기는 있었던 것 같아요."

- 호주는 외국인에 대한 보호가 잘 이뤄지는 편인가요?
애 : "호주 법이 기본적으로 주(state) 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국적이나 비자와 상관없이 적용되기 때문에 호주 현지인과 동일하게 보호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취재 과정에서 호주 경찰이나 변호사들과 인터뷰도 했었는데요. 실제 주 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주 법 내에서 보호나 처벌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영 : "다만 외국인이 호주에서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본인도 호주 법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몰라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또 알더라도 본인의 언어장벽 때문에 신고하는 과정이 힘들어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요. 사실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다고 하지만 실제 차별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취재과정에서 그런 것은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애 : "조사 과정에서 언어장벽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본인이 진술할 수 있게끔 조치한다고 해요. 영어가 짧더라도 일단 피해자 본인의 진술을 확보한 뒤, 통역해주는 사람을 통해 재진술을 하게 하는 방식으로 몇 차례에 걸쳐 조사를 한다고 들었어요. 그런 과정을 감수하는 게 힘들어서 피해자들이 지레 멈추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왜 나쁜 것만 보여주냐고요? 이것도 사실이거든요"

이영라 시민기자. 호주의 아웃백의 중심부, 울룰루(Uluru)에서 찍은 사진.
 이영라 시민기자. 호주의 아웃백의 중심부, 울룰루(Uluru)에서 찍은 사진.
ⓒ 이영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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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실태'라는 기사를 연재 중이시지요.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보내게 된 계기가 있다면?
애 :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요…, 하던 일을 그만두고, 한국에 돌아갈 일정을 잡던 중 호주에 와 있던 한국인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건들이 발생했어요. 한국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국인 워킹홀리데이 실태를 취재해 보자는 데 언니와 뜻을 모았어요."
영 : "2~3주 정도 시간을 들여서 취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생각이었어요. 기사도 서너 개 쓸 계획이었는데…. 가서 보니 너무 충격적인 일들이 많아서 기사가 더 많아졌습니다."

- 취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나요?
애 : "다른 워홀러들처럼 농장을 찾아서 들어갔고요, 취재는 일하면서, 숙소에 있으면서, 대화하면서 했죠. 사실 취재하고 자료를 모으는 것은 '이게 문제다'라는 생각이 있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진 않았어요. 진짜 힘들었던 건 딸기 따는 일이었어요. 감사하게도(?) 농장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 잘려서 농장에서 벗어났지만, 애초 계획한 대로 3주 일했으면 정말 병이 났을 것 같아요. 딸기농장에 간 건 딱 5일인데, 육체노동이라 어찌나 힘들던지…. 농사일 하는 어르신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꼈어요."

- 일부 호주 농장이 불법적으로 운영된다는 기사가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좋은 것도 있는데 왜 나쁜 것만 보도해 불안감을 조장하느냐'는 비판도 있죠.
영 : "저희도 기사를 쓰면서 당연히 고민한 부분이에요. 물론 모든 워홀러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불법적인 곳에서 살진 않아요. 다만 '기사'라는 특성상 뭔가 의외의 것, 평범하지 않은 것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것도 우리가 만난 '사실'이거든요. 저희가 취재하면서 만난 사람 중에는 케언즈 고추 농장에서 시급 20호주달러 이상 받으면서 몇 달 동안 일해서 돈을 모은 사람도 있답니다."

애 : "제가 만난 사람 중에는 영어 실력을 다지고 호주와 와서 초반 6개월 동안 돈을 모은 뒤, 이후 3개월 정도 랭기지 스쿨을 다니면서 공부하는 경우도 있어요. 또 워킹홀리데이로 왔다가 호주서 대학 진학을 결심하고 열심히 공부한 경우도 봤고요."

이영라·이애라 시민기자가 지난 2월 초 한국에 돌아왔을 때 친구들이 찍어준 사진
 이영라·이애라 시민기자가 지난 2월 초 한국에 돌아왔을 때 친구들이 찍어준 사진
ⓒ 이애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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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이들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납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영 : "사실 기사를 쓴 뒤, 이와 비슷한 질문을 쪽지로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조언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은데요. '워홀러'라고 통칭하지만, 가는 사람이 원하는 바는 정말 다르다고 생각해요. 다만 '가서 그냥 있다 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금물입니다. 돈에 급해지고, 영어에 급해지면서 그냥 남들 사는 모습을 대강 따라 하게 돼요. 그럼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지 않을까요."

- 앞으로 어떤 기사를 쓰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애 : "사실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다만, 살면서 눈에 보이는 것들, 그리고 적어서 기사의 형태로 공유하고 싶은 이야깃거리들이 있다면 또 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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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찜E시민기자, #호주, #호주 워킹홀리데이, #워킹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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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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