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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전화, 인터넷으로 민원 상담하고 조사하는 공무원. 과연 이 공무원의 업무는 어떨까요? 감정노동자의 고충은 이미 여러 언론이 소개했으니, 그 스트레스와 노동강도는 조금 짐작됩니다. 그런데 이 업무를 비정규직으로 8년 동안 했다면? 솔직히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이일우 시민기자가 그 당사자입니다. '찜! e시민기자' 인터뷰를 위해 두 차례 연락했을 때, 이 기자는 출장 중이거나 출장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바빴습니다. 그는 민원인에게 "제가 자살해도 좋아요? 자살할 때 유서에 당신 이름을 쓸까?"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일우 기자는 <오마이뉴스>에 '민원일기'를 연재합니다. 기사를 통해 업무 중 겪은 일과 시민들이 궁금해 할 사안을 친절히 설명해 줍니다. 

이 기자는 자신이 전세금 5000만 원 날린 사연까지 소개하며 시민들이 주의해야 할 점을 소개했습니다. 이일우 기자의 '기막힌' 사연, 그의 기사와 아래 인터뷰로 확인해 보십시오.

☞ 이일우 시민기자 기사 보기

불특정 다수에게 보람되는 일 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

영화 <7급 공무원> 한장면. 주로 민원 상담 하는 공무원이지만, 가끔은 영화같이 일하고 싶은 공무원입니다.
 영화 <7급 공무원> 한장면. 주로 민원 상담 하는 공무원이지만, 가끔은 영화같이 일하고 싶은 공무원입니다.
ⓒ <7급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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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기사에서 '비정규직 공무원'이라고 밝혔습니다. 1972년생인데, 그간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2006년 8월 현재 기관에 계약직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공무원은 예전부터 꿈꾸던 직업이었습니다. 사춘기 때부터 막연하게, 사기업의 총수 1인에게 내 노동 통째로 귀속되기보다는 야근하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내 노동의 효과가 돌아간다면 무척 보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시공부도 했지만, 객관식 시험에 취약했는지 몇 번 탈락하곤 곧바로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계약직이긴 해도 돌고 돌아 공무원이 된 셈입니다. 

대학원 도시계획 전공 석사과정에 다니면서 연구원생활을 2년 정도 했습니다. 입시학원과 검정고시학원 강사, 가톨릭출판사에서 잡지 만드는 수습기자도 잠깐 했습니다. 지금 기관에 입사시험을 준비하던 2006년 5월은, 참여정부 마지막 해였습니다. 그때는 공공기관에 민간경력자나 전문가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게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입사 직후까지도 민원업무가 어떤 건지, 계약직 신분의 불안정이 뭔지 실감 못 했습니다. 뭘 잘 몰라서 용감하게 이 일을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 민원 상담을 하고 직접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데, 본인이 전세보증금 5000만 원을 잃었다고 들었습니다.
"솔직히 창피한 일입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내 경우가 그렇습니다. 굳이 변명하자면, 주택건축분야 민원업무를 하지만 우리 기관은 주로 공공기관의 행정처분을 다루다 보니 부동산거래 실무는 공인중개사가 더 잘 알 수도 있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 몸으로 체득한 것의 차이랄까요? 아내도 나도 '설마, 우리한테 무슨 일이 생기겠어?'라고 쉽게 생각했나 봅니다. 주택 임대차보호법 개선 사항과 별개로 말입니다."

- 돈이 무척 아까웠을 텐데요.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정말 너무너무 아깝다. 7년 이상 공무원 생활하면서 차곡차곡 모은 돈이니까요. 처음 경매 사실을 알았을 땐 아직 은행대출금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다 '극복'했다고 보지는 않아요. 사람 마음이 워낙 간사해서, 괜찮다 싶다가도 불쑥 억울함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 경매절차가 끝난 것도 아닙니다.

경매가 마무리되고 새 집주인이 결정되면 그때부터 '세입자의 서러움 2라운드'가 시작될 거라 예상합니다. 아내와 나는 모두 가톨릭 신자입니다. 굳이 종교의 힘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돈만 모으려고 직장생활을 한 게 아니듯 이 돈을 잃었다고 모든 걸 잃은 건 아니라고 서로 위로했습니다."

한동안 먹는 걸로 풀어 1년간 10kg 늘었다

- 큰 욕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없는지요.
"내가 무슨 '도사'도 아니고... 종류가 조금 다를 뿐 내게도 많아도 너~무 많은 욕심이 있습니다. 대신 아직 아이가 없어 괜찮은 편입니다. 자녀교육비, 육아비가 안 들어가니까요. 그래도 미래에 대한 모든 불안 떨친 건 아닙니다. 한동안 먹는 걸로 푸는 바람에 지난 1년간 10kg이상 체중이 늘었습니다."

- 어떤 계기로 '민원일기'를 쓰기 시작했나요.
"작년 즈음부터 내 속에 있는 뭔가를 쏟아 놓고 이해받고 싶었습니다. 같은 직장, 같은 부서에서 같은 업무를 8년 가까이하다 보니, 어느 정도 매너리즘도 있고 업무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민언련의 글쓰기강좌 등도 수강했습니다.

그러던 중,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쓴 <나는 시민기자다> 북콘서트를 보는데 무대에 앉아있는 시민기자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줄곧 짝사랑만 하다가, 작년 말 <오마이뉴스>에 불현듯 대시 하고 싶어졌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 글쓰기 강좌의 어느 기자님 말에서 용기를 얻었다. '시민기자가 되고는 싶은데, 어떤 기사를 써야할 지 잘 모르겠다'는 내 말에, 그 기자님은 '아내한테 선생님의 기관이 어떤 곳이고, 오늘 하루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려준다는 생각하고 써보세요'라고 하더군요."

- 독자들이 읽기 편하고, 편집기자가 편집하기 좋은(?) 분량으로 글을 넣어주십니다. 글 쓸 때 특히 주의하거나 신경 쓰는 게 있는지요.
"시민기자기사쓰기 'Q&A' 대로 노력했을 뿐입니다. 기사의 질이 별로인데, 편집기자들에게 미안해서 가급적 퇴고를 많이 해 송고하려 노력합니다. 아직 기사를 많이 쓴 게 아니라서 기사쓰기에 대해서 말하는 건 좀 그렇습니다. 민언련 글쓰기 강좌 때 <한겨레> 정은주 기자님이 강조했던 글쓰기의 원칙으로 대신하면, "Don't tell, just show it!(알고 있는걸 가르치려 하지 마라!)" 단순하지만 어려운 원칙이더군요." 

- 가슴 아픈 민원인 사연도 많은 텐데요. 
"여러 명이 떠오르지만, 자칫 '신파'로 흐를 것 같아 생략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민원담당공무원의 희로애락을 주제로 글을 쓴다면 거기에 담고 싶습니다."

- 직접 민원을 받으면 스트레스가 클 것 같습니다. 시민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우리 속담에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민원으로 해결할 사안이 있고 수사나 감사, 소송처럼 좀 더 구속력이 큰 절차로 해결할 사안이 있습니다. 오죽하면 그러겠나 싶지만, 간혹 민원인 중에 이런 구분을 무시하고 무조건 민원만 반복해서 접수하는 분을 만날 땐 무척 난감합니다.

짧게는 1년부터 길게는 십수 년 동안 같은 요지의 민원을 반복해서 접수하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물론, 이런 분들께서는 이런 말씀을 꼭 하십니다. '어차피 유전무죄, 무전유죄 아닙니까? 소송해봐야 그놈이 그놈이지.'"

-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저는 일대일이나 2대1로 대화하는 걸 좋아합니다. 어찌 보면 지금 작성하는 기사들도 훗날 인터뷰기사를 잘 쓰기 위한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 시민기자로서 <오마이뉴스>가 달라졌으면 하는 게 있나요?
"아직 분위기파악 중이어서요.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작성한 기사도 많아지면 차차 얘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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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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